교동의 한쪽을 차지하고있는 신동마을에 들어서면 이채로운 풍경을 하나 발견 할 수 있다.

둥그스름하게 솟아오른 둔덕 위에 세워진 네 채의 붉은 색 벽돌집.

군데군데 부서져나갔고 임시방편 격으로 보수한 듯한 흔적들은 상당한 시간동안 이곳에 자리를 잡고있었다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나비집'

언제부터인지 이 네 채의 집은 '나비집'이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전국 어디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모양새는 가정집이라는 사실이 사뭇 신기할 정도다.

컹컹컹…
교동 109번지라는 꼬리표를 달고있는 이곳에 발을 들여놓기 무섭게 불청객(?)을 경계하는 개 짖는 소리만이 요란하게 들려온다.

가옥의 모양새는 프랑스나 네덜란드의 집을 연상시키지만 여기저기 잡동사니가 널려진 채 고불고불한 좁은 길들은 홍콩영화에서나 보던 저잣거리의 한구석이 떠오르기도 한다.

"70년대 초반정도에 집이 지어졌으니까 한 30년 정도 되었지. 외국분위기도 낼겸, 당시에는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지어보려고 했다는데 반응도 썩 시원찮은 것 같았고 설계회사가 부도가 났다는 소리도 있더라고…"

'나비집'이 지어지자마자 입주해 지금까지 살고있다는 양완산(64)씨는 감회에 젖은 눈으로 집 안팎의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마음먹고 짓다가 중간에 멈춰버린 탓도 있겠지만 벌써 이렇게 낡아버리게 된 것은 아무래도 관리부족이라고 해야겠지"

높은 지대에 있는데다 심하게 낡아버린 모습은 더 이상 새로운 입주자를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울 듯 보인다.

때문에 네 채의 집에 살고 있는 이들도 오십 줄을 넘긴 사람들뿐이다.

"인생의 절반정도를 살아왔던 곳이라, 그래도 나름대로 정이 들기는 했는데 이제 이곳을 떠날 때가 된 것 같아"

주름 가득한 얼굴너머 자조 섞인 말을 내뱉는 중얼거림처럼 '나비집'도 이제 그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도시개발계획에 따라 곧 이곳으로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좀 아쉽기는 해. 애초에 맘먹었을 때 제대로 짓기 시작했으면 우리지역의 명물단지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세월의 꽃가루를 잔뜩 묻힌 '나비집'은 황혼의 날개를 활짝 편 채 새로운 무대 뒤편으로의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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