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여기다 주차하시면 안 되요. 저쪽으로 차 좀 빼주세요"

"뭐? 지금 나한테 시비 거는 거야? 너희들이 뭔데 이래라 저래 라야?"

엄습해오는 찬바람에 옷깃마저 바짝 세우고 종종걸음을 재촉하게 하는 도로의 한쪽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기분 나쁘다는 듯 두 눈을 부라리고있는 40대 후반정도의 중년남성과 교통단속이라고 써진 모자와 완장을 찬 채 같은 말을 반복하고있는 앳된 모습의 두 소녀.

"알았다. 알았어. 빼준다. 빼주면 될 것 아냐!"

언성을 높이며 차를 몰아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중년남성의 얼굴에는 짜증 섞인 기색이 역력하였다.

"휴우…"

두 소녀는 그제서야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대학생인 이설아(20·용지면·원광보건대1)양과 박희정(20·옥산동·한국전통문화학교1)양은 겨울방학을 맞아 주차단속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노동부에서 실시하는 대학생 직장 체험 프로그램을 신청한 덕분으로, 같은 대학생들의 경쟁률이 워낙 치열한지라 뽑혔다는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무척이나 기뻐했던 두 소녀였다.

"솔직히 말해서 추운 것은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아요.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무척 기쁘거든요. 하지만 가끔 이런 분들을 대할 때면 정말이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말끝을 흐리는 설아양과 희정양.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인데다 나이까지 어린지라 일부 사람들의 경우는 대놓고 무시하기 일수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모든 분들이 다 그러신 것은 아니고 또 우리가 이렇게 노력한 만큼 우리지역의 교통문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도 보람있는 일 아니겠어요"

힘이 빠져있는 모습도 잠시, 이내 밝은 표정으로 씩씩하게 걸어가는 설아양과 희정양이다.

"고생 많았지? 커피 한잔 마시자"

근무교대를 위해 경찰서로 돌아오자 다른 구역을 돌던 송효선(20·검산동·전북과학대1)양과 김미정(20·신풍동·전북대)양이 반가운 얼굴로 맞아준다.

오후1시, 다른 팀들과 교대를 마치기 무섭게 네 소녀는 후다닥 밖으로 나간다.

운전학원, 과외지도 등 아르바이트 후에도 바쁜 일과가 기다리고 있다.

힘든 고3 시절 후 일단 1년은 논다는 과거의 대학생풍습(?)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녀들이다.

"취업도 어렵고 사회 전체적으로 경쟁률도 치열해지는 시점인지라 1학년이라고 해서 전혀 마음놓고 있을 수 없어요. 우리 모습은 우리가 가꿔나가는 것이잖아요"

자칫 풀어지기 쉬운 겨울방학이지만 당찬 네 소녀들에게는 새 학기를 맞이하기 위한 몸과 마음의 단련시간일 뿐이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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