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눈이 녹지 않은 곳곳의 풍경은 구름 속에 갇혀있는 듯한 착각을 자아내고 사방으로 열려있는 문은 어떤 길손이라도 활짝 열린 마음으로 받아줄 것만 같다.

금산면 청도리 무악산에 위치한 작은 절 '귀신사(歸信寺)'

대한불교 조계종 제17 교구 본사인 금산사의 말사로 676년에 창건된 작지만 무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이며 귀신사3층석탑(지방유형문화재62호), 귀신사부도(지방유형문화재63호), 귀신사석수(지방유형문화재64호)등 많은 문화유적을 보유하고있는 곳이기도 하다.

뚱땅뚱땅…

번뇌로 물든 속세의 허물을 좀처럼 입지 않을 것 같았던 '귀신사'에도 인공의 간섭이 조금씩 시도되고 있다.

기존의 낡은 건물을 개·보수하는 공사가 바로 그것으로 명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시설에까지 외면적인 적극성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거창 출신으로 현재 절의 안살림을 돕고있는 김수연(51)씨에 따르면 "수많은 신도들의 왕래가 잦은 전국적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니 만큼 찾아주시는 분들의 편의 및 건물 내부사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공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귀신사'의 현 주지승인 무여.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가려는 열린 사고방식의 소유자로 요새는 인터넷 홈페이지까지 운영하며 많은 신도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법하고 있다.

비구니인 그녀는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 무척이나 솔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노애락을 잘 나타내지 않는 기존의 주지승들과 달리 싫고 좋고, 기분 나쁘고를 명확하게 표현한다.

간혹 보이는 냉랭함과 맘에 들지 않는 상대와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려는 직설적인 성향 탓에 때로는 신도들에게까지 오해를 사기도하며 조소와 세속적인 표현의 사용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똑같이 부처님을 믿음에도 각자 보여지는 이미지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부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선으로 쳐다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금산사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그때그때 현실에 맞는 마음의 그릇이 있습니다. 내 마음에 담고있는 그릇이 지저분하면 아무리 깨끗한 물을 받아도 흐리게 느껴질 수밖에 없으며 반대로 현재의 그릇이 맑고 투명하면 지저분한 물도 충분히 희석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고는 오직 불자님들께서 선택하셔야겠지요"

'귀신사'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무여스님이 써놓은 글귀가 있다.

"여러분 행복을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나는 행복하다라고 스스로 선언해버리십시오. 그리고 나는 본래 없는 것이다라고 손을 저어 흩어버리면 되는 것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인간적인 감정으로 스스로의 깨달음을 촉구하는 솔직한 가르침 속에서 '귀신사'에 찾아든 또 한번의 겨울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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