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를 맞춰 전국을 강타했던 혹한과 폭설은 시간·안전등 여러 가지 면에서 고향을 찾은 운전자들을 지치게 했었다.
가뜩이나 밀리는 시점에서 결빙되기 시작한 도로는 수많은 위험성을 내포한 채 거북이행렬을 가중시켰고 TV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교통사고 관련뉴스는 고향을 찾아가는 출향민들의 가슴을 무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연휴가 끝나고 돌아가는 그들의 입에서 한결같이 쏟아져 나온 말이 있다.
"그래도 우리지역의 도로사정은 많이 나은 편이었어요"
산이나 논밭에는 쌓인 눈이 절경을 이루었고 일부 지선도로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들도 발생해 주민들의 불만도 있었지만 차량소통이 잦은 간선도로나 급경사 및 위험구간 등은 제설작업이 철저하게 진행되어 비교적 수월한 운행이 가능했던 것이었다.
모든 기관들이 일제히 휴식에 들어간 설날연휴, 이 많은 곳들의 눈을 누가 치운 것일까?
놀랍게도 우리지역의 모든 도로에는 14명의 일용직 공무원들이 있었다.
연휴도 반납한 채 24시간 근무체계로 눈이라는 복병을 맞아 철통같이 도로를 지킨 이들.
설날 아침에도 시내의 식당에서 아침을 먹은 채 간이숙소에서 새우잠을 청했고 폭설경보가 떨어지면 한밤중과 새벽을 가리지 않고 출동했다.
시민중 어떤 이는 이런 이들을 가르켜 군대에서나 볼 수 있는 공병대와 5분대기조가 합쳐진 것 같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런 노력의 덕분인지 우리지역은 타지역과 비교해 예상보다 도로가 평온했다는 주변의 평가를 들었다.
3만원이 조금 넘는 일당에 모든 생활을 도로 지키기에 헌신한 일용직 공무원들.
쌓인 눈과 결빙된 도로를 처리한 가장 큰 원동력은 제설전문기구도 차량도 아닌 헌신봉사에 온몸을 바친 이들의 굵은 땀방울이었다.
도로에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일년 4계절 바뀌는 기후와 환경만큼이나 도로에서 이들이 하는 일도 다양하다.
겨울철의 주된 일은 제설작업 및 결빙구간 처리지만 여름철의 일거리도 이에 못지 않다.
도로주변의 잡풀들을 처리하는 제초작업은 물론 하늘에 먹구름이라도 밀려오면 바싹 긴장한 채 다음상황을 준비하고는 한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일과에 시달리는 이들이 하나같이 가장 힘들다고 호소하는 것은 다름 아닌 노점상 또는 상인들과의 실랑이다.
"어차피 그 사람들도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어차피 비슷한 처지의 서민들끼리 고성이 오간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못할 짓입니다. 우리 역시 좀더 많은 분들의 편의를 위해서 하는 일이니 만큼 조금만 입장을 헤아려주면 좋을 텐데…"
고개를 가볍게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는 신동학(58·월촌면 신월마을)씨의 이마에 배인 주름이 더욱 깊어지는 듯 하다.
도로를 점령하고있는 물품들을 조금만 안으로 들여놓아 달라 요구하면 순순히 응하는 상인들은 많지 않다고 한다.
아니꼬운 시선은 기본이고 아들 뻘 되는 이들한테 욕설 들어먹는 것도 다반사다.
최고의 에너지원은 정으로 똘똘 뭉친 동료애
시청 건설과 관리계 소속인 이들은 한때 23명까지 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공무원사회에 밀어닥친 구조조정의 한파는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었다.
특별히 누구를 선택해 퇴직시킨 것은 아니었지만 정년퇴직만 있을 뿐 좀처럼 충원을 하지 않는 현상은 계속적으로 숫자를 감퇴시킬 수 밖에 없었다.
수년간 전혀 새로운 얼굴이 보이지 않다가 작년에서야 겨우 2명을 보강한 것이 현재의 숫자인 것이다.
근 7년만에 새 식구가 들어온 것이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협동심이 필요한 일인지라 한사람이라도 공백이 있을시에는 정말 여러 사람들이 힘들게됩니다. 다행히 우리동료들은 친 가족처럼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강해서 그때마다 빈자리를 메울 수 있었습니다"
다소 지쳐 보였던 유남철(57·신풍동)씨의 얼굴에 동료 얘기가 나오기 무섭게 웃음꽃이 핀다.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26년차에서 얼마 되지 않은 7개월차의 신참까지, 서로를 위하는 마음 하나만큼은 이곳에 전통처럼 내려오고 있다.
힘든 일상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기운을 차릴 수 있는 최고의 에너지원인 동료애가 있기에 이들의 발걸음은 언제나 가볍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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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들에게 현금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