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일부 중·고생들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여러 가지 모습들을 이제는 초등학교에서도 속속 발견할 수 있어 빨라진 청소년 문화를 새삼 실감케 하고 있다.

학부형인 문아무개(34·식당업)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에 재학중인 자녀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전해 들었다.

ㄱ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와 친구들이 ㅈ초등학교 아이들과 패싸움을 벌였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단순히 여러 명이 우발적으로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아닌 호주머니를 털어 택시를 타고 일제히 약속장소를 몰려가는 등 체계적인(?) 형태를 취했다는 것이다.

문아무개씨가 전해들은 바로는 각 학교끼리 이런 식의 싸움을 벌이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것.

다행히 별 다른 사고 없이 아이들간의 작은 다툼 정도로 끝났다고는 하지만 불량 중·고생들 사이에서나 있는 일들로 알았던 모습들이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곧 아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킬 예정이라는 정아무개(31·주부)씨는 "시대가 흐를수록 아이들의 성숙이 빨라진다고는 하지만 이런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우리 어렸을 때에 비춰서 생각하지 말고 변화하는 아이들의 세계를 적극 이해하고 가정교육의 방향도 달리 잡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ㄷ초등학교 아이들에 따르면 패싸움은 물론 영화를 본딴 일명 짱들의 일대일 대결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고 어른들 못지 않게 닭살커플 행세를 하는 또래들도 상당 수 있다고 한다.

일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관계자들 역시 "육체적으로 빠른 성숙을 보이는 아이들이 각종 미디어를 매개체 삼아 어른들은 차마 상상치도 못할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사회전반의 여러 가지 요소를 일찍 접하게되는데 반해 정신적인 성숙이 따라오지 못하는 상태이니 만큼 좀더 가까이서 지켜보고 시선을 맞출 수 있는 지도방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때 유행어처럼 떠돌던 '어른들은 몰라요'가 다시금 강하게 부각되는 요즘이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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