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에서 발행하는 지로의뢰서에 상당수 시민들이 이맛살을 찡그리고 있다.

일정액의 금액이 정해진 채 은행수납용으로 만들어진 지로의뢰서는 크기나 모양이 타 대금 고지서와 똑같고 반드시 내야되는 것이 아님에도 미납자에 한해서는 수 차례 동일한 형태로 발송되어 자칫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파트 생활을 하는 임아무개(40·신풍동)씨는 "대한적십자사가 어려운 사회와 이웃들을 위해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들어 알고 있지만 무작위로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 발송하듯 이런 다는 것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박봉과 은행 빚에 쪼들리다보면 고지서 한장에도 무척이나 예민해질 때가 많은데 당연히 내야된다는 식으로 지로의뢰서가 날아들면 때로는 짜증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생활비를 용돈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있는 노인들 같은 경우는 일반고지서와 거의 구별을 못해 갑자기 날아든 지로의뢰서에 당황하기도 한다고 한다.

물론 지로의뢰서에 적힌 금액은 서민들을 놀라게 할 만큼의 액수는 아닌 채 만원이 안 되는 소액이다.

하지만 감사합니다 라는 말 대신 '위 금액을 정히 영수합니다' '수납인과 취급자인이 없으면 이 영수증은 무효입니다' '수납을 의뢰합니다'등으로 둘러 쌓인 지로의뢰서는 받는 이의 입장에서 잘못된 편견을 유발할 염려도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

정해져있는 금액 역시 문제다.
지역의 서민경제가 극도로 움츠러든 시점에서 각자의 환경이 다를진데 일괄적으로 정해진 액수는 경우에 따라서는 그 소액마저도 부담스러운 이들도 적지 않아 이왕 고지서를 보낼 거면 금액의 조정도 가능해야된다는 의견도 많다.

이에 대해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행정자치부의 협조를 받아 일괄적으로 지로의뢰서를 발송하는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있는 사실이다"며 "연락을 주신 분들에 대해서는 지로의뢰서의 금액을 조정해주는 등 시민여러분들의 성원 에 최선의 성의로 보답하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적십자에 관한 조약과 국제적십자회의에서 결의한 인도적 임무를 달성하기 위하여 1905년 설립된 대한적십자사는 구호·지역보건·사회봉사·혈액·청소년 등 100여 년의 세월동안 사회곳곳의 그늘진 곳에서 작은 촛불이 되어온 명실상부한 국내제일의 봉사단체이다.

시기마다 지역마다 그 특성과 상황이 다른 만큼 따뜻한 인정으로 서민들을 아우르고 협조를 구할 다양한 방법이 필요한때이다.
좋은 일에는 항상 고난이 따라붙는다는 옛말처럼 빛나지 않지만 선명한 혜안이 대한적십자사에 요구되고 있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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