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학운위의 위상은 학교 현장에서 교장의 독단이나 전횡이 있을 경우 현행 교육법 체제 안에서 이를 견제할 유일한 장치가 되었으며. 특히 예산 심의 과정에서는 교장도 학운위의 의견을 함부로 무시할 수 없기에, 제도상으로만 본다면 예산의 투명성과 적법성은 어느정도 확보된 셈이다.
하지만 곳곳에서 나타난 폐단을 보면 그리 간단치 만은 않다. 학운위의 구성에서부터 운영면을 고려해보면 초기의 설립 취지를 비춰 봤을 때 다소 실망스런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위원들의 선정 방식이 허술해 선정 과정에서 교장이나 재단의 영향력이 그대로 먹혀들기 때문이다. 먼저 학부모 대표의 경우 해마다 3월 열리는 학부모 총회 때 선출되는데 참석자가 많아야 전체의 20-30% 수준에 그치다보니 위원으로 선출되는 인원은 결국 교장이나 교사들의 추천에 의존하게 되고 위임장에 의존해서 회의를 진행하다보니 진정한 의미의 대표성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선출되는 대표 역시 교육에 대한 철학적 담보보다는 자녀의 성적이나 자신들의 사업적 이해관계 또는 이번의 경우 2004년도 7월 전북교육감 선거권과 같은 다소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을 반영시킬 수 있는 하나의 입지를 고려하다보니 이로 인해 구성자체가 훼손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국공립이나 사학 관리자 모두 운영위의 무력화를 위해 대부분 사전에 학교 쪽과 교감을 갖는 후보들이 학부모의 대표성보다는 다분히 이러한 계산적인 의도와 코드가 맞는 인물들이 선출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최근 학운위에 의한 교육감 간선제의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 주민직선제까지 들먹이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원래부터 학교자치의 중요한 축으로서 기구의 태생을 기대했다면 구성자체가 좀 허술했다 하더라도 교장이나 재단이 제대로 된 운영을 하겠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이 기구를 법적 필요에 의해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학교자치의 필수적인 기구라는 인식, 적어도 학교경영권의 기득권 유지라는 구태적인 마인드보다는 교육공동체적 접근을 통해 학교현실과 문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기구로서 위상을 정립시켜 나간다면 얼마든지 동반자가 될 수 있지만 이들의 활동을 쓸데없는 참견정도로 여긴다면 이미 기구의 무기력은 예견된 것이 되고 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부 교육 정책가들은 학운위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 분야별 위원들의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며. 유명무실한 형식적 학부모회와 교사회, 나아가 학생회를 법적 기구로 만들어 이들로 하여금 진정한 대표성과 권위를 가진 명실상부한 법적 기구로서의 학운위를 가동시켜야 제대로 된 기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번 2004년은 전북 교육정책을 집행해 나갈 교육감선거의 해 이기에, 어쩌면 마지막으로 학운위의 간선에 의해 선출될지도 모르는 선거이기에 당해 연도의 학운위의 위상은 매우 중요한 시기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전북의 교육수장을 선택하는 문제에서부터 학교자치의 기치가 바로 2004년도에 새로 구성될 학운위에 기인한다고 보아 2004년도 3월에 있을 김제지역 학교운영위원의 선출과정 자체가 기존의 의례적 절차가 아닌 명실상부한 대표성 있는 학운위의 구성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태영 kimty@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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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들에게 현금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