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여성이 남성에게 쵸코렛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발렌타인데이(St. Valentine's Day)이기 때문이다.
기원전 3세기경 황제의 허락없이 결혼이 불가했던 로마제국에서 발렌타인이라는 신부가 서로 사랑하는 연인을 몰래 결혼시켜 준 죄로 순교했고, 그를 추모하는 뜻에서 신부가 순교한 270년 2월 14일을 기념하며, 추모하는 뜻에서 쵸코렛을 주고 받았다는 어원과 이날부터 새들이 발정한다는 서양의 속설이 결합해서 생겨난 발렌타인데이.
처음에는 부모와 자녀가 교훈과 감사를 적은 카드를 교환하던 풍습에서 남녀가 서로 사랑을 고백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변했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당연히 쵸코렛을 줘야만 하는 날로 변질됐다.
이밖에도 매달 14일만 되면 출처를 알 수 없는 날들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날은 3월14일로 남성이 여성에게 사탕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화이트데이, 그리고 1월14일은 다이어리데이, 4월 14일은 블랙데이, 5월14일은 로즈데이, 6월14일 키스데이, 7월14일 실버데이, 8월14일 뮤직데이, 9월14일은 허그데이, 10월14일은 와인데이, 11월14일 무비데이, 12월14일은 머니데이, 유일하게 11월11일은 빼빼로데이로 청소년들에게 있어 이날은 기념일로 당연히(?) 알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에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러한 기념일은 기성세대의 눈에는 상술로 밖에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평소 500원, 1천원하던 쵸코렛이 이날 만큼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게다가 쵸코렛 몇 개 넣어 예쁜 포장지와 바구니로 포장해 평소보다 몇 배 높은 가격으로 내놓아도 평소보다 더 잘 팔리는 것을 볼 때 기성세대들은 한 마디씩 내뱉는다.
"미쳤다", "애들이 상술에 놀아나고 있군"...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자.
비단 이러한 모든 일들이 청소년들에게만 잘못을 전가하기는 무리로 보여진다.
당초 사랑의 메신저라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기성세대들이, 아니 쵸코렛공장 관계자들이 상품으로 만들었고, '쵸코렛을 줘야만 사랑이 이뤄진다'라는 허황된 문구를 사용하면서 사춘기 청소년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날 주요 대화는 "쵸코렛 몇 개 받았냐"며, 쵸코렛이나 사탕을 받지 못한 학생은 소외감을 느끼거나 자신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등 심적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학생뿐만이 아니다.
기성세대 역시 상술이라고 비판 하면서 이날 만큼은 딸에게, 아니면 직장 동료에게라도 기념으로 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
각종 언론매체 역시 '외국문물이다', '상술이다', '과대포장이다'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청소년과 젊은층에서는 그들만의 문화로 여기고 있다.
이제는 발렌타인데이를 상술이냐?, 청소년 문화냐?를 놓고 되풀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여겨진다.
차라리 청소년의 문화를 이해하고, 우리의 실정에 맞는 아름다운 풍속으로 승화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어떨까?
김태영 kimty@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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