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 지난 90년 8월 1일 김제시에 편입, 지금의 김제시 '서정동'으로 자리잡았다.
석정마을과 함께 서정동을 이루고있는 서·동중마을은 원래 '중멀'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었다.
상당히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주민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친숙한 지명이다.
'중멀'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던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하나는 마을의 지형이 누워있는 말 같다는 풍수지리설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말은 죽지 않고서는 잠잘 때나 먹을 때나 눕는 일이 없으므로 본래 죽말(죽은 말의 줄임 말)이던 것이 '중멀'로 변했다하며 마을입구에 있는 말무덤재가 그 증거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마을의 지형이 죽을 먹는 말의 모습과 같다하여 '죽말'로 불리던 것이 변하여 '중멀'이 되었다는 것으로 지금의 서·동중마을 모정이 말의 구유 부분에 해당한다고 한다.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산다.
금산사 여승이 수박을 먹고 오줌만 누워도 한물이 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동중마을은 침수의 피해가 유독 심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워낙에 지대가 낮고 주변으로 물이 빠져나갈 장소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날이 가물어 농사가 잘되었을 때 "어디 사시오?"하고 '중멀'사람에게 물으면 "중멀 살지, 어디 살아?"하며 큰소리로 대답하고, 한물이 져서 흉년이 들었을 때 물으면 들릴 듯 말 듯한 풀죽은 음성으로 "중멀 살우…"라고 대답했었다는 우스개 소리가 들려올 정도이다.
또 다른 예로 서·동중마을에는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산다'는 말과 '중멀사람들은 죽으면 엄지발가락부터 썩는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들려왔었다.
툭하면 땅이 질퍽거리는 관계로 항상 장화를 끼고 살아야했고 발목까지 푹푹 들어가는 진흙탕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엄지발가락에 힘을 꽉 주고 다녀야 했다는데서 비롯된 말들이다.
이처럼 서·동중마을은 오랜 세월을 침수의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6.25 사변 이후 원평천과 감곡천을 해마다 조금씩 바로잡아나갔고, 1984년 내광지구 경지정리사업이 끝나게되어 지금은 가뭄과 물난리를 모르는 곳이 되었다.
50대 청년, 60대 장년, 고령화 심각
서·동중마을에서는 환갑을 넘겼다고 어른대접을 받기는 어렵다.
농촌사회에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농현상의 여파로 60세 이상의 인구가 이미 70%를 넘겼기 때문이다.
50대는 청년이고 60대는 한창 일을 할 장년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서중 53세대, 동중 47세대의 세대수를 감안하면 그 심각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마을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이장 직도 한창 일할 나이(?)의 김황복(68·서중마을)씨와 최금선(63·동중마을)씨가 맡고 있다.
발빠르고 꼼꼼한 일 처리로 각각 10년, 5년 동안 장기집권 아닌 장기집권을 하고있었지만 시의회조례에 의해 앞으로는 2회 이상 연임이 금지됨에 따라 내년이상을 가지 못하고 손을 놓아야한다.
마을에서는 무척 어린 축에 속한다는 부녀회장 김인순(42)씨는 "여기에 살고 계신 모든 분들께서는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라 항상 생기가 넘쳐나고 활동적이시기에 노인분들 위주의 동네라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는다"면서도 "풍년을 기대하려면 그 싹을 잘 틔워야 하듯이 한마을의 미래에는 젊은이라는 매개체가 버티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잘되지 않아 아쉬울 뿐이다"고 말했다.
여느 농촌마을과 마찬가지로 서·동중마을에도 독거노인 아닌 독거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배후자를 잃고 혼자된 노인들로 자녀들이 있다고는 하나 모두들 고향을 떠나있는 상태라 사실상 독거노인들과 별반 다를바 없다.
하지만 정으로 똘똘 뭉친 이들은 마을회관을 이용해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내며 외로움을 달래고있고 이런 노인들을 위해 부녀회와 청년회에서는 농한기 내내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전설 속으로 묻혀버린 독다리
서·동중마을에는 정확한 유래를 알 수 없지만 오랜 세월 주민들과 함께 호흡해온 두 개의 보물이 있다.
사방으로 가지를 뻗은 모습으로 위풍당당하게 마을의 앞을 지키고있는 두 그루의 당산나무와 보기만 해도 엄청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큰돌이 인상적인 독다리.
체계적인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관계로 정확한 유래조차 제대로 아는 이가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고있으며 여러 가지 설들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마을사람들을 안타깝게 하는 것은 독다리이다.
한 개에 7톤 이상은 족히 될듯해 보인다는 돌들을 쌓아올려 만들어졌다는 독다리는 그 특이한 모양 때문에 돌무덤, 돌다리, 나룻터 심지어는 고인돌이라는 설까지 분분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설득력을 얻고있는 것은 나룻터라는 설로 오랜 옛날 바닷물이 마을 중심가까지 밀려들어왔었다는 얘기에 비추어 많은 신빙성을 얻고 있다.
지금도 땅을 파면 짠물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이렇듯 문화유산으로서의 재검토가 충분한 독다리지만 1984년 내광지구 경지정리사업으로 이제는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렵게 되었다.
이에 대해 마을사람들은 두고두고 후회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그때는 침수로 인한 피해만 걱정했지 거기까지 생각들이 미치지 못했었어. 수 백년 이상 마을을 지켜주던 신성한 보물이었는데, 중장비로 옮겨가고 땅에다 파묻고 그래도 전혀 인식을 못했었지. 얼마나 귀한 우리의 재산이라는 것을…"
이 마을 출신으로 서울에서 큰 식당을 하고있다는 신아무개씨는 독다리에 대해 남다른 고마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의 식당 상호명이 '독다리'로 자신이 객지에서 많은 돈을 벌게된 되에는 마을의 정기가 담긴 독다리라는 이름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중마을 이장 최금선씨는 말한다.
"이제는 정말 전설로만 남게된 독다리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것들이 마을에서 사라졌지만 난 아직 우리 마을의 미래는 밝다고 봐. 겉으로 보이는 유형의 것들은 없어질지 몰라도 오랜 세월 동안 시련을 극복하며 다져온 강인한 정신과 땅속 깊이 묻어있는 무형의 정기는 여전히 남아있거든. 눈으로 보이는 것은 잠깐뿐이지만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은 영원한 법이지"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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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들에게 현금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