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우리가 시간을 잘못 알았나?

지난 15일 낙원예식장을 찾은 이들 중에는 잠시동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하객들이 유달리 많았다.

"아니? 우리가 시간을 잘못 알았나?"

타지에서 결혼식을 보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왔다는 박아무개(43·상업) 일행은 결혼식장 앞에 놓여진 안내푯말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1시 30분으로 결혼식을 알고 넉넉하게 12시경에 식장에 들어왔거늘 안내푯말에 쓰여있는 시간표에는 '신랑 김건호, 11시30분'으로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동안 허둥대던 그들은 신부와 부모의 이름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몰아쉴 수 있었다.

박아무개 일행뿐만 아니라 이날 많은 이들이 이런 작은 해프닝을 겪었는데 이유인즉슨 같은 날 김건호라는 신랑이 둘이나 결혼을 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11시 30분과 1시 30분이라는 시간차는 있었지만 동명의 인물이 같은 날, 같은 식장에서 결혼을 올리는 것은 분명 흔치 않은 일이었다.

신랑, 신부 모두 토끼네

이날 결혼식을 올린 두쌍의 부부는 여러 가지 면에서 공통점이 많다.

11시 30분에 결혼식을 올린 김건호·김정희부부, 1시 30분에 결혼식을 올린 김건호·홍운주부부는 모두가 75년 생 토끼띠다.
덕암중, 익산고를 거쳐 원광보건대 물리치료과를 졸업한 김건호(30·신월동)씨는 학교 내에서 같은 과에 재학중인 김정희(30)씨를 만났고 자연스럽게 캠퍼스커플로 발전했다.

졸업 후 나란히 물리치료사라는 직업으로 종사하며 사랑을 키워나간 이들은 2월 15일을 결혼날짜로 잡고 모두의 축복 속에서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김건호씨는 4월 10일, 김정희씨는 4월 16일로 생일도 흡사하다.

김제중, 김제고를 졸업한 김건호(30·서암동)씨는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홍운주(30·간호사)씨를 만났다.

지역사회의 인연인지 자신의 친구 중에 홍운주씨의 동창이 유난히 많았고 편하게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는 비교적 빠르게 연인으로 발전했다.

학창시절 운동을 한 탓인지 남성다움이 넘쳐흐르는 김건호씨였지만 홍운주씨에게만은 자상하기 이를데 없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그녀의 마음을 얻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천생연분인지 두 사람의 생일은 11월 18일로 같다.

김건호·김정희 부부

자연스럽게 만나 자연스럽게 사랑에 성공한 만큼 항상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인생이라는 머나먼 여정을 같이할 생각입니다.
직업도 같고 성격도 비슷하니 좀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언제나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건호·홍운주 부부
지켜봐 주십시오!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부부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믿음과 애정을 담뿍 흘리고 다니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노총각, 노처녀들이 샘나도록 말입니다.
행복하겠습니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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