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앙여론은 전북지역 선거구획정위의 결과를 뒤집으려는 민주당의 시도에 화살이 쏠리는 형태이나, 근본을 살펴보면 선거구 획정위가 국회가 정한 원칙을 무시하고 특정 의원에 유리하도록 함으로써 애초 피할 수 없는 불씨를 안고 출발했음을 알 수 있다.
인구 하한선 정하고도 무시한게 불씨
국회의원선거구 획정의 가장 큰 틀은 2003년 12월 31일 현재의 주민등록인구를 기준해 인구하한선 10만5천명, 인구상한선은 31만5천명이다.
따라서 김제시는 지난해말 인구가 11만 710명이므로 해당없음, 즉 이름조차 거론될 필요가 없는 지역인 것이다.
도내 10개 선거구 중 인구 하한선에 걸리는 선거구는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 1곳 뿐이고, 완주+임실과, 남원+순창, 부안+고창 선거구는 하한선을 넘고 있지만, 자치단체별 인구는 모두 하한선에 물려있다.
따라서 자치단체별로 분할해서 선거구를 재 편성한다면 이들 9개 시·군은 반대할 명분이 약할 수 밖에 없다.
열린우리당의 1안으로 결정
당초 각 당이 선거구획정위에 제안한 내용은 ▲한나라당이 완주+임실과 무진장을 묶는 방법, ▲민주당은 완주+임실+무주+진안, 남원+순창+장수를 주장했고, ▲열린우리당은 1안으로 김제+완주, 무진장+임실, 2안으로 무진장+완주, 임실+순창+남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제시가 거론된 것은 유일하게 '열린우리당의 1안' 뿐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열렸던 선거구획정위에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위원들은 한나라당의 안을 채택하려했고, 이에 민주당의 김태식 의원이 무진장의 정세균 의원의 대결을 피해 김제와의 합병을 요구했다는 게 장성원 의원의 설명이다.
김태식 의원의 주장에 남원+순창의 이강래 의원도 "열린우리당의 처음 1안이 그거였다"며 동의했고, 민간위원들도 이에 가세하면서 결국 김제와 완주를 묶고, 무진장과 임실을 묶는 방법으로 획정작업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시민 비난 장의원에 쏠려
장성원 의원은 이미 불출마 선언한 상태이고 이 지역 나머지 3명의 현역의원이 자기지역을 고수하는 방법인 것이다.
남원+순창의 이강래 의원(열린우리당)의 지역구는 그대로 두고, 하한선에 걸리는 정세균 의원(열린우리당) 무진장도 살리고, 인구수가 11만 8천여명인 민주당의 김태식 의원의 지역구 완주와 임실을 쪼개서 완주를 전주시가 끼어 있는 김제와 통합하는 방안은 열린우리당에 유리한 게리맨더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에 충분했다.
이 대목에서 장의원이 무엇을 했는지 그의 역할에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많은 시민들은 "순리대로 따를게 있고, 싸워서라도 지켜야 할게 있다"는 입장이다.
장의원도 이에 대해서는 "반대를 해봐야 8:1이라는 숫적 열세를 극복할 수 없었고 단독선거구를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의 이강래 의원은 김제와 완주의 합병을 장의원이 찬성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고, 열린우리당 김제지구당도 이에 근거하여 장의원의 대 시민 사죄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 '김제단독' 수정안 상정
완주와의 통합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지난 2일 시의회의 주도로 국회상경투쟁을 벌였고, 민주당은 김제를 단독으로하고 완주+임실에 진안을 묶고, 남원+순창에 무주와 장수를 묶는 수정안을 국회에 올렸으나, 표결을 마치고도 선포를 하지 못하고 임시회 만료시한을 넘기면서 무산됐다.
민주당의 수정안도 무리수가 있다. 김제시의 분리는 당연한 결과지만, 열린우리당의 이강래 의원과 정세균 의원의 지역구를 묶고, 김태식 의원 살리기를 시도한 흔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국회를 항의방문한 시의원들을 상대로 장성원 의원이 제시한 안은 완주+임실과 무진장을 모두 묶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단독으로 수정안을 관철시킬 수 없는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도움이 불가피했고, 한나라당의 구미를 당기기 위해서는 이강래 : 정세균의 타이틀전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재편한 것으로 보인다.
김제 단독선거구 사수해야
민주당의 기습 수정안 상정과 열린우리당의 반발로 선거법을 처리하지 못한 국회는 오늘(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다시 임시회를 소집해 선거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수정안에 대해 선거구획정위와 열린우리당이 반대하는가하면, 당초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던 한나라당도 한·민 공조라는 비판여론을 의식해 주춤하는 모습이어서 수정안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지구당 당직자들은 중앙당을 상대로 김제단독선거구 유지를 위한 투쟁보다는 상대당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서로 흠집내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한심할 따름이다.
도탄에 빠진 김제를 살리기 위해 정당과 정파를 떠나 김제 단독선거구 유지를 위해 모두가 똘똘 뭉쳐야 할 시점이다.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상식이나 원칙과 무관하게 멋대로 조정하는 행위를 말한다. 당략적 선거구획정이라고도 한다.
즉 반대당이 강한 지구를 억지로 분할하거나 자당에 유리한 지역적 기반을 멋대로 결합시켜 당선을 획책하는 것 등이다.
이 경우 지역의 자연적·관습적인 경계를 무시하기 때문에 때때로 매우 부자연스러운 선거구가 형성된다.
이 용어는 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지사였던 '엘브리지 게리'(Gerry, E.)가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의원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정하자 그 부자연스런 형태가 그리스의 신화에 나오는 샐러맨더(salamander:불 속에서 산다는 전설의 불도마뱀)와 비슷하다고 본 지역 신문기자에 의해 붙여진 데서 유래했다.
소선거구제에 있어서 게리맨더가 행해지기 쉬우며, 게리맨더 아래서는 정치적 지배권을 장악하고 있는 정당이 총득표에 있어서 많은 수를 차지한 반대당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게리맨더링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선거구를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선거구 법정주의라고 한다.
홍성근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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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들에게 현금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