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 두산 등 전국적인 규모의 대형소주업체들은 지난 01년 기존의 23도에서 1도를 낮춘 이후 2년간 22도를 유지해왔고 익산을 거점으로 하고 있는 하이트주조의 '하이트21'은 2000년 출시 당시부터 브랜드명 그대로 꾸준히 21도를 유지해왔었다.
경기침체로 다소 위축된 소주시장을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해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이번 21도 소주전쟁에 임한 각 업체들의 움직임도 발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진로가 21도 '참이슬'을 출시한데 이어 20일에는 대구·경북의 금복주가 역시 21도 '참'소주를 내놓는 등 곳곳의 소주시장이 21도로 재·개편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것은 우리고장을 대표하는 소주 '하이트21'이다.
전국단위의 대형소주업체들의 융단폭격 속에서도 1도 낮은 저도주라는 차별성으로 꾸준히 입지를 다져나갔으나 이런 특성마저도 사라진지라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하이트21'이 지역의 대표소주로 명맥을 이어 나간 데는 1도 낮다는 차별성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우리지역 술을 사랑하자는 지역주민들의 애향심도 큰 몫을 차지했다.
일주일에 두세 차례는 지인들과 음주를 즐긴다는 이아무개(30·요촌동)씨는 "얼마 전 들린 한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달라니까 하이트21을 주기에 참이슬로 바꿔달라고 해서 먹었었는데 잠시 후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들 일행 말고는 전부가 하이트21을 먹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얼굴이 화끈거렸던 적이 있었다"며 "그 동안은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남들이 많이 마시니까 나도 마신다는 생각이었는데 맛을 따져보니 별반 차이도 없는 것 같아 같은 조건이면 우리지역 술을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아무개씨의 경우처럼 요즘 들어 '하이트21'을 일부러라도 찾는 사람들이 늘어감에 따라 수요는 나날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풍동에서 상점을 운영하고있는 한 상인에 따르면 "작년 중순까지만 해도 똑같이 소주를 떼어놓으면 냉장고가 비는 속도에서 하이트21은 타 회사 소주에 비해 현저하게 뒤쳐지는 추세를 보였었는데 요즘은 거의 엇비슷하게 팔려나가고 있다"며 "억지스러운 표현 같지만 우리지역 주민들의 애향정신이 갑자기 높아진듯해서 괜스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일단 대형업체의 신상품들이 들어오면 참신성이나 호기심에서 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만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문제는 그 기간이 짧을 것인지 아니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인지 하는 점이다.
익산시 마동에 위치한 하이트주조 총무과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시민들의 경우 저쪽에서 1도 낮췄으니까 우리도 1도 낮추는 것 아니냐는 질문들을 많이 하시는데 아직은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며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설명하는 한편 "신경이 전혀 안 쓰인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우리도 이제는 지역 내에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상황이니 그렇게 당황스럽지는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저도주라는 나름대로의 차별성이 없어진 입장에서 단순히 애향심에만 기대지는 않겠다"고 밝혀 회사차원에서의 또 다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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