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촌동 축협 뒤쪽에 위치한 헌옷 수거함이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쓰레기통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객지에 있다가 5년만에 고향 요촌동을 찾은 민경란(34·주부)씨는 자신의 옛집 근처에 있던 헌옷 수거함을 둘러보고는 깜짝 놀랐다.

언제나처럼 상당량의 옷이 들어있는 것만 변하지 않았을 뿐 다른 모든 것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만큼 달라져있었기 때문이다.

중심으로 길다랗게 금이 가있고 위아래 가릴 것 없이 뜯겨져있는 것은 물론 누가 집어넣는지 안으로는 음료수캔·우유팩·건전지 심지어는 돌멩이까지 종류도 다양한 쓰레기들이 헌옷들과 함께 섞여있는 모습이었다.

민경란씨는 "겉보기에는 나무를 짜서 만든 지극히 평범한 수거함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마음을 전달하던 소중한 사랑의 창구였다"며 "과거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수거함이 쓰레기통같이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근주민인 이아무개(28·학생) 또한 "과거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가득 쌓였다싶으면 다시 비워지는 모습이 지금도 누군가를 통해 헌옷수거는 계속되고 있는 것 같은데 정성을 주고받는 이런 귀한 곳에 누가 쓰레기를 집어넣는지 모르겠다"며 일부 몰지각한 주민들의 실종된 시민의식을 탓하는 한편 "헌옷을 수거해 가는 분 역시 옷만 가져갈게 아니라 다 부서져 가는 헌옷 수거함에도 신경 좀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촌동사무소와 시청 사회복지과 그리고 재활용센터 담당자의 말을 들어보면 헌옷 수거함에 대한 무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들 담당자들은 이같은 헌옷 수거함이 요촌동 외에 몇 군데 더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알뿐 어느 곳에 몇 개나 있는지 개수파악조차 못하고 있으며 어떤 기관에서 어떤 경로를 거쳐 헌옷이 수거되는지 조차 전혀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복지과 담당자에 따르면 "오다가다 몇군데에서 헌옷 수거함을 얼핏 본 것 같기는 한데 거기에 연락처가 적혀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재로서는 어디서 설치해 놓은 것인지 조차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곳곳의 무관심 속에서 헌옷 수거함은 점차 골목어귀의 천덕꾸러기로 변해가고 있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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