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녀야되는 이유는?

누군가 불쑥 물어보면 가장 먼저 튀어 나올만한 대답은 지식전달과 인성교육이다.

가장 흔하면서도 상투적인 말이겠지만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갈수록 치열해져 가는 경쟁사회 속에서 인성교육은 그 존재만으로 의미가 남을 뿐 국·영·수로 이어지는 입시과목위주로 대부분의 교육이 이루어져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고학년, 상급학교로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으며 하루 이틀의 문제 또한 아니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도대체 도덕과 윤리과목이 왜 필요하냐고?

한가지의 획일화된 인간상만을 정해놓고 주입식 암기과목같이 바른 생활을 강조한다는 것은 분명한 무리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날이 개인의식이 팽배해지고 각자의 개성이 뚜렷해지는 시대 속에서 도덕과 윤리는 최소한의 바른 사고를 전해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일런지도 모른다.

흘러가는 시대에 따라, 변해 가는 개성에 따라 점차 그 중요성이 잊혀져가고 있는 윤리와 도덕과목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성장의 가장 훌륭한 영양소

중학교를 갓 졸업하고 이제 고등학생이 된 안수경(김제여고1)양은 최근 들어 도덕이라는 과목에 대해〔주1〕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중학교 때까지는 그저 옳고 그른 것만 맞추는, 공부를 안 해도 점수 따기 쉬운 과목정도로만 생각했었고 이후에도 그 중요성이나 존재감에 대해서는 별반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기실 이 같은 생각은 안수경양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공감하는 사항이다.

과거에 비해 대학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상대적으로 명문대의 위상은 더 높아졌고 어설픈 간판보다 취업이 잘되는 학과를 선호하다보니 오히려 경쟁률은 더욱더 심화되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학진학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 도덕과 윤리는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

안수경양의 생각을 바꾸게된 결정적인 계기는 입학 후 2주 째에 있었던 도덕과목의 수행평가 시간이었다.

당시의 수행평가 주제는 고등학생이 된 이후 생각하게된 자신만의 계획과 임하는 각오.

미리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정리해온 생각을 한사람씩 나와서 발표하는 형식으로 수업을 했다.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한 주제발표가 될 수도 있었지만 고교생활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만을 가지고있던 안수경양에게 이러한 수행평가는 자신을 돌아보고 다지는 또 다른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지금은 많은 자신감을 얻게되었다고 한다.

안수경양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도덕이나 윤리과목은 단순한 선악을 가리는 쉬운 교과만은 아니다.

상대적인 차이는 분명히 있겠지만 제대로만 활용되면 기본적으로 교과서에 적혀있는 지식이외에 정말 소중한 것들을 학생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

한창 사춘기인 청소년들에게 성장의 가장 큰 훌륭한 영양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식이 아닌 실천으로서의 도덕

황은옥(41·김제중학교 도덕교사)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도덕이란 어떤 것입니까?

14년 동안 일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저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은 도덕은 결코 지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요새 각종 안 좋은 기사거리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이 도덕점수가 안 좋았겠습니까? 대부분이 학력이 빵빵한 그들은 적어도 시험에서의 도덕점수는 평균이상씩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보여주고 있는 대다수 그들의 모습은 적어도 도덕을 배운 사람들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도덕은 지식이 아니라 실천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알 수 있는 커다란 예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실천적인 도덕을 위해서 노력하고 계신 것은 있으신지?

글쎄요…그 부분에서는 솔직히 자신이 별로 없습니다. 마음이야 항상 그쪽을 향하고있고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려하고 있지만 한번도 스스로가 만족스럽게 느껴진 적이 없었으니까요.

실천적인 도덕을 가르치려는 노력에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학생들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처럼 선생님 말이라면 꿈뻑죽는 세상(?)도 아니고 각종미디어의 발달로 하나하나의 개성이 너무나도 강한 것이 요즘의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정해진 지식으로서의 도덕은 별 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지요.

요즘의 아이들은 무조건적인 암기보다는 창의적인 부분을 선호합니다. 이것은 이렇게 해라보다는 기본적인 틀만 잡아주고 나머지는 아이들이 생각하고 깨닫게 하는 것이지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작년까지는 조그마한 인성교육프로그램책자를 만들어서 활용했었고 요즘은 교육부에서 따로내려온 것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도덕이라는 과목의 궁극적인 목표는 내용의 암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에 맞는 자아형성에 초점이 맞춰져야합니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잊고 있는지도…"

윤치헌(45·김제여자고등학교 윤리교사)

과거와 현재의 도덕 및 윤리과목은 많이 변했나요?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중학교에 와서 놀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도덕과목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자신보다 앞서 공부했던 선배들의 도덕과목과 비교해봤을 때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고 난이도가 조금은 높아진 점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상대적으로 고등학교윤리는 쉬워졌는데 말입니다.

7차교육과정을 거치는 동안 도덕과 윤리과목은 많은 변화를 거쳤습니다. 과거에는 옳고 그른 요소에 간단한 예절 그리고 공산주의에 대한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요. 한 예로 과거에는 공산주의는 나쁘다 이런 식의 딱 정해진 답이 많았으나 요즘은 나날이 바뀌어 가는 국제정세에 맞추다보니 두리뭉실한 형식도 자주보이지요.

특별히 책이 두꺼워진 것은 아니지만 내용은 빡빡해진 것 같습니다. 때문에 조금은 버거워하는 아이들도 종종 눈에 띄더군요. 고등학교 윤리에서는 이런 점을 감안하다보니까 오히려 쉬워진 경향도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도덕과 윤리과목이 크게 변했다기보다는 중학교 과정은 조금 어려워지고 고등학교 과정은 조금 쉬워진 정도로 전체적인 틀 안에서 보았을 때는 별반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추구하시는 교육적 관점에서의 윤리는 어떤 것입니까?

경쟁사회가 되다보니까 말 그대로 세상은 온통 결과만을 중시하는 세상이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골목길에서 한 할머니가 길을 잃고 헤맵니다. 한 학생이 학교를 가다말고 할머니를 데리고 목적지를 찾아 나섭니다. 처음에는 위치를 알 것 같았지만 결국 학생도 길을 잃게되고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두 시간 가까이를 같이 고생만 합니다.

학생 자신은 지각을 하게되었고 할머니에게는 생으로 수고를 끼쳐드린 격이 된 것이지요.

이런 경우 학생에게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요? 아마 대부분은 미련하다느니 중간에 어떻게 했어야지 하는 식으로 결과만 따져서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윤리는 할머니를 도우려했던 학생의 착한 마음씨에 무게를 두고싶습니다. 어찌 보면 모두가 다 아는 사실 같지만 학교교육에서 과정을 먼저 생각하는 과목은, 아니 생각해도 되는 과목은 도덕과 윤리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너무나도 잘 알기에 잊고있는지도 모릅니다.

윤리란 이런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줘서 기억나게 하는 학문입니다.

지식이라는 것은 때를 놓치더라도 뒤늦게 늦깎이가 가능하지만 청소년기에 한번 형성된 인격과 자아는 바꿔지기가 좀처럼 어렵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주1〕과거에는 중학교까지만 도덕이었고 이후 고등학교과정에서는 윤리라고 했으나 제7차교육과정 이후부터는 10학년에 해당하는 고교1학년까지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수업을 받는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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