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겨울을 아쉬워하는 초봄의 찬바람이 3월내 계속되다가 달이 바뀌어서야 조금씩 따스한 햇살에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집집마다 군데군데 목련꽃이 고개를 쳐들었고 지역의 끝자락인 백구에서는 벚꽃축제가 한창이다.

어디 그뿐인가? 개나리, 진달래 등 봄을 대표하는 온갖 꽃들은 자신들만이 가지고있는 형형색색의 화사한 자태를 뽐내기에 여념이 없다.

지면패랭이.
멀리서 보기에는 잔디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아름다운 꽃이 피기 때문에 '꽃잔디'로도 불리는 관상용 원예품종이다.

미국동부가 원산인 지면패랭이는 4월에 꽃이 피기 시작하여 8월에 열매를 맺으며 아무리 많이 자라야 10cm를 넘어서기 힘들다.

늘 누군가에게 밟히는 잔디의 숙명을 닮아서일까?

지면패랭이의 꽃말은 '희생'이다.
많고 많은 화려한 꽃들에 봄의 주인자리를 양보한 채 풀인 듯 꽃인 듯 지면에 잔뜩 웅크리고 분홍과 흰색의 자태를 드러내는 몰래 피는 꽃.

잡초와 섞여 제대로 된 아름다움을 평가 받지 못해도 허름한 대문 밖에서 지나는 이들의 발길에 짓밟혀도 강한 생명력으로 끊임없이 되살아난다.

숨어있는 아름다움에 반해 집안과 집 주변을 온통 지면패랭이로 장식하고 있다는 이경미(26·검산동)씨는 "진달래나 벚꽃 등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꽃잔디 만큼 생명력 강하고 예쁜 꽃도 흔하지 않다"며 "가꾸기도 쉬울뿐더러 한번 번식하면 알아서 사방에 봄의 색깔과 향취를 느끼게 해주는 이런 신통한 꽃도 많지 않을 것이다"는 말로 지면패랭이만의 매력을 극찬하기 바쁜 모습이다.

지면패랭이에 파묻혀 봄의 생기를 흠뻑 만끽하고 있는 그녀지만 요사이 뜻하지 않은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집 근처에 심어놓은 지면패랭이가 자꾸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
다른 꽃들과 차별되는 아름다움에 호기심을 느낀 사람들이 인적이 드문 시간을 틈타 야삽 등을 들고 와 통째로 떠가버리는 것이다.

지면패랭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가릴 것 없이 아낌없이 나눠주던 그녀인지라 크게 마음이 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섭섭함은 어머니 김복순(56)씨의 한마디에 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어차피 들풀처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봄의 생기를 전달하는 전령사인데 한곳에서만 머물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여기 머물고 저기 머물러 화려함이 실종된 곳에 몰래 아름다움을 심어놓는 것도 기분 좋은 일 아니겠느냐"

학교화단, 식당 뒤 좁은 둔덕, 도로변 길가 등을 가리지 않고 지역내 여기저기서 피어나고 있는 지면패랭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내리쬐는 따스한 햇살처럼 아름다움이 닿지 않는 곳곳에 뿌려지고 있는 땅과 가장 가까운 이 꽃은 봄만이 전해줄 수 있는 또 다른 선물이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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