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해 날 수 있는 날개는 누가 달아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어깨 위에서 돋아나게 해야된다'는 말이 있다.
제아무리 높은 뜻과 원대한 포부라 해도 자신이 결정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은 아무 것도 얻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선택, 그리고 노력.
입시를 위한 공부만이 최우선으로 대접받고있는 현실 속에서 제3의 무엇인가를 선택해서 배운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꼭 학과목을 잘하지 않아도 다른 방향에서 대학을 갈수도 있고 졸업 후 진로도 그다지 나쁘지 않지만 '학생은 자고로 공부를 잘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은 아직까지도 알게 모르게 우리사회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어느 정도 기대는 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지선, 수진, 유진, 하늘, 세련, 다희, 세연.
덕암정보고 헤어디자인과에 재학중인 지극히 평범한 여고생들이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이 일곱명의 예비숙녀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에 큰 변화가 생겼다.
한국미용예술연합회에서 주최하는 대회로 올해로 장장 37번째를 맞는 명실상부한 미용예술인들의 대제전 KBA 국제 이·미용예술경진대회.
전국의 미용예술인들은 물론 외국에서까지 자웅을 겨루고자 모인 대회인지라 그 수준이나 경쟁자들의 실력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적막보다 더 긴장되는 곳곳의 가위질과 빗질소리, 떨리는 손길을 고조시키는 정해진 시간의 압박, 학교 대표로서의 부담감.
기술을 겨루기에 앞서 사방에 산재한 요소들은 그대로 방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이 되어 숨을 턱턱 막히게 하였다.
하지만 일곱명의 예비 미용예술인들은 해냈다.
당초의 기대와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참가자 전원입상이라는 쾌거를 우리지역과 덕암정보고에 전달한 것이다.
보세요. 우리도 잘할 수 있다고요.
지난 18일과 19일, 완주군 대둔산온천관광호텔에서 있었던 KBA 국제 이·미용예술경진대회는 덕암정보고 헤어디자인과 학생들에게 벅찬 희열과 커다란 용기를 심어주기에 충분하였다.
학교를 대표해 대회에 참가한 학생은 총 11명, 하지만 이중 4명은 모델역할을 했었기에 실질적으로 시험에 참여한 학생은 7명뿐이었다.
'일을 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자'는 어찌 보면 다소 신세대답지 않은(?) 좌우명을 품고 다니는 최지선(3학년)양, 항상 모든 일에 도전적으로 임한다는 박유진(3학년)양, 일견 얌전해 보이면서도 엄청난 장난끼로 똘똘 뭉쳐있는 박수진(3학년)양, 아무리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는 양세련(2학년)양, "끝없이 달려나가자! 아자!"라는 말을 쉴새없이 외치고 다니는 '열혈소녀' 홍다희(2학년)양, 어릴 때부터 헤어미용이 그저 좋았다는 성세연(2학년)양, 그리고 뛰어난 미용사인 엄마가 너무 자랑스러워 뒤를 잇고 싶다는 박하늘(2학년)양까지…얼핏보면 7명뿐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실상은 대단한 개성들로 뭉친 일당백의 정예들이었다.
대회 결과는 다음과 같다.
최지선(환타지메이크업/금상), 박수진(업스타일/동상), 박유진(환타지메이크업/금상), 박하늘(업스타일/대상), 양세련(업스타일/은상), 홍다희(창작퍼머/동상), 성세연(업스타일/금상).
참가자 전원입상이었다.
"보세요. 우리도 이렇게 잘할 수 있다고요"
"이론도 좋지만 우린 실무능력으로 똘똘 뭉친걸요"
입상한 아이들의 입에서 한 목소리로 터져 나오는 음성에는 오직 공부라는 한 방향으로만 쏠리고있는 기형적인 입시제도에 관한 일침이 섞여있는 듯 했다.
자신 있어요. 현장에서 보자고요.
각자 나름대로의 개성을 가지고있는 7명의 아이들이지만 이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어떤 녀석은 장난기가 많은 반면 어떤 녀석은 지독하게 얌전하고 또 어떤 녀석은 매사에 너무 물러터진 것 같아 걱정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신중한 결정을 해서 이곳에 들어온 녀석들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헤어디자인에 대한 자신감들은 대단하더군요"
"맞아요. 어쩔 때는 자신감인지 자부심인지 아리송할 때도 있지만 적어도 실기수업에 임할때는 왠만한 어른 못지 않은 진지함이 느껴지는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헤어디자인을 담당하고있는 오경철, 이신혜, 박현선 3인의 교사가 아이들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요소는 다름 아닌 자신감이다.
가장 필요한 1차산업이면서도 어떻게 보면 사회 전반적으로 너무나도 널리 퍼져 있는 미용산업.
우리지역만 살펴보더라도 중화요리집과 더불어 가장 많은 숫자를 가지고있는 업종이 미용업이다.
전공학과를 통하는 편이 가장 좋지만 학원, 개인미용실 등 구태여 학교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배우고 자격증을 딸 수가 있다.
거기에다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따른 헤어관련업종의 과포화현상은 자칫 잘못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지도 모른다.
거기에 대해 3학년 박수진양은 말한다.
"과포화현상 같은 것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요. 세상 모든 것은 어차피 경쟁 아닌가요? 아무리 업종종사자가 늘어도 결국은 잘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의 우리와 같은 헤어미용 지망생여러분들, 이담에 이담에, 꼬옥… 현장에서 보자고요"
7공주가 말하는 헤어디자인이란?
지선공주: 서로 다른 개성을 가장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 창조작업이 아닌가해요. 머리스타일하나에 그 사람이 얼마나 변하는지는 말 안해도 다들 잘 아시죠?
유진공주: 가장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헤어디자인이 아닌가 해요. 해도 해도 끝이 없거든요.
세련공주: 가장 자연스럽게 뭔가를 바꿀 수 있다는 매력이 너무너무 충만하잖아요. 얼굴이나 팔다리를 뜯어고친다는(?)것은 말 그대로 수술이지만 머리카락은 다듬는 것이거든요. 자연스럽지 않나요?
수진공주: 헤어디자인을 통하면 평범한 사람도 저처럼 예쁘고 깜찍하게 만들어져요. ^^; 쿨럭, 사방에서 돌 날아오는 소리가 벌써부터…
다희공주: 저두 수진이와 같은생각…헉! 취소…-_-;
세연공주: 솔직히 이 한 부분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해요. 밖에서 보는 것처럼 헤어디자인은 마냥 화려하지만은 않아요. 하루종일 서서 무엇인가를 다듬고 만진다고 생각해봐요. 그것도 신경 무지 많이 써서…다른 것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좋아서 하지 않으면 헤어디자인이아니라 고통디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늘공주: 사람에게 펼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 딱! 이겁니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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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들에게 현금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