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비디오방 그리고 만화대본소의 공통점은?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기자가 말하고싶은 주제는 딱 한 단어로 압축된다.

'몰락'

오랫동안 우리지역의 놀이문화를 담당해왔던 업종들이지만 현재는 완전히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들이다.

그중 만화대본소의 현실은 '어찌 저럴 수가?'라는 장탄식이 나올 정도이다.

가장 오랫동안 존재했고 그 숫자 또한 대단히 많았던 만화대본소, 동전 몇 개로 오랜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놀이공간이자 학생들의 탈선장소로 오해 아닌 오해를 받기도 했던 곳.

부모 자신들도 김산호의 '라이파이'나 김용환의‘코주부 삼국지' 신동우의‘빵점이' 김경언의‘칠성이 유격대' 등에 열광했으면서도 자녀에게는 만화책을 보지 못하게 했고,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참고서나 교과서 속에 만화책을 숨겨서 보던 풍경은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기억 속에서 스쳐갈 장면이 아닌 듯 싶다.

PC방문화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까지는 분명 만화대본소는 오락실, 당구장과 함께 학생이나 청년들이 가장 많이 찾는 놀이공간 중 하나였다.

'쌍룡' '형제' '까치' '청개구리' '황재' 등 이름도 다양한 이들 대본소에는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손님들이 상주해있었고 중화요리집의 주요 배달루트 중 한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서점용만화가 본격적으로 판매되고 일본만화가 정판, 해적판을 가리지않고 밀고 들어오면서부터 대본소 업계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러한 경향은 전국 그리고 우리지역을 가리지 않았고 각 동마다 두 세 개 정도 씩은 있던 만화대본소들에는 다른 업종의 간판이 오르게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되었다.

어려워진 만화환경은 형편없는 저질만화 등을 양산하게되어 그나마있던 독자들도 하나둘 떨어져나가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고 대본소들은 계속해서 한쪽으로 밀려나기만 했다.

현재 순수하게 만화책만을 취급하는 대본소는 지역전체를 통털어 신풍동의 'ㅎ만화'하나밖에 없다.

그나마 몇 군데 되지 않는 곳들 역시 도장, 비디오 등 다른 업종을 같이 겸하고 있다.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벽 한쪽을 대본소용 만화로 꽉 채우고 있다는 정인순(33·원평 현숙머리방)씨에 따르면 "손님들의 반응이 무척 좋은 관계로 3개월에 한번씩 전체적으로 만화책을 교체하고 있다"며 "이제는 정말 귀한 존재가 되어버린 대본소용 만화에 대한 향수 역시 큰 영향을 끼치고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만화대본소가 추억 속으로 사라질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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