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자(만경여고교사)



'내일을 여는 책'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다시 읽는 이솝우화'라는 책이 있습니다.(이덕주, 공분근 공저)
이솝우화 속의 이야기를 현대인의 시각으로 다시 읽어 본 것이지요.

거기서 읽은 이솝우화 한 가지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여우와 까마귀의 이야기인데요. 다 아실 겁니다. 까마귀가 입에 물고 있는 고기를 여우가 까마귀를 속여서 빼앗아 먹는 이야기 말입니다.

까마귀가 입을 열어서 고기를 떨어뜨리게 할 양으로 여우는 까마귀의 목소리를 칭찬합니다.

물론 까마귀의 평소 소원은 목소리가 예뻐지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목소리에 대해 스스로 열등감을 가지고 있던 까마귀는 목소리가 좋다는 여우의 꼬임에 빠져 노래를 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고기가 땅에 떨어지고 여우는 그 고기를 맛있게 먹어버립니다. 물론 까마귀의 노래는 듣지 않았지요.

혹시 생각나는 장면 없으십니까?
사람들이 모임을 가질 때 밥상머리에서 노래시켜 놓고 자기들은 음식을 우적우적 씹고 있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은 얼마나 우리에게 친근한 장면인지요?

요즈음은 노래방이란 것이 생겨서 음식점에서는 노래를 잘 부르지 않는 편입니다만 노래방에서도 마찬가지지요.

노래 부르는 상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옆 사람과 술잔을 권하고 다른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 부르는 사람 혼자서 자기감정에 겨워 부르는 것이지요.

그것이 무에 그리 이상하냐고 한다면 할말이 없습니다.
우린 그런 풍경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그것이 가지고 있는 어색함은 미처 모르는 것이지요.

이솝우화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에게 기가 막힌 충고를 하나 해 줍니다.
그러니까 순진해 터져가지고 사람 믿지 말란 말이야! 하고 큰소리로 알려주는 거지요.

믿은 까마귀가 어디 잘못입니까?
우린 고기 한 덩이를 위해 속임수를 쓴 여우에게 연민을 느껴야 합니다.

순진한 까마귀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속는 자보다 속이는 자가 불쌍한 것이지요.
위의 책을 읽어보면 고기를 빼앗긴 까마귀가 집에 와서 혼자서 틀어박혀 고민을 합니다.

까마귀의 엄마가 그런 자식과 대화를 시도하고 결국은 목소리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까마귀의 엄마도 자랄 적에 목소리 때문에 고민 많이 했거든요.

까마귀는 좋은 목소리를 갖고 싶어서 그날부터 발성연습을 합니다. 정말 피나게 합니다. 목구멍에서 피가 나오고 까마귀의 목소리는 아주 청아해졌습니다.

이 책을 가지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아이가 한 말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목소리가 좋은 목소리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까마귀의 엄마라면 아예 까마귀를 어릴 적부터 판소리 전수생으로 키워 인간문화재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그것도 욕심을 부린 것이라네요.
정말 자기는 까마귀를 그냥 그대로 살게 하고 싶대요.
현재 내 모습이 제일 좋은 거라네요. 모두들 공감한 말이었습니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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