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자(만경여고교사)



방학동안이면 제가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일기를 써야 하는데 놀러갈 마땅한 장소하나 추천해 달라고요.

왜 아이가 발로 돌아다녀야만 일기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정말 의아합니다.
일기라는 것은 하루의 일을 기록하는 일 말고, 하루의 생각을 기록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신문을 보다가 혹은 티비를 보다가 혹은 그림책을 보다가 생각꺼리가 되는 모든 대상이 다 일기꺼리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일기를 반드시 쓰도록 숙제를 내는 선생님은 일기 쓰기가 가지고 있는 위력에 대해 아주 잘 아시는 분일 겁니다.

단순히 숙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독서일기나 미디어 일기처럼 특정한 주제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도록 하십시오. 독후감도 그 중의 하나이지요.

작품을 읽거나 감상하고 이해한 뒤에 쓰는 능력을 리터러시라고 합니다.
물론 아주 정확한 해석은 아닙니다만 그저 무난히 쓰는 말이지요.

독서는 리터러시가 아주 중요합니다.
읽기만 하거나 보기만 하는 것은 진정한 독서가 아닙니다. 글로 반드시 써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남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는 중에 스스로 정리가 되는 것을 종종 경험했을 겁니다. 그래서 좋은 친구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이지요.

교회나 절에 가서 기도 드리면 기도 중에 스스로 해답을 찾아내는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나 부처님이 좋은 친구인 것이지요.

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머리에 집어넣었던 많은 정보들은 아무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쌓여 있습니다. 마치 이삿짐을 막 옮겨 놓은 것처럼 엄청난 정보가 그냥 여기저기 내던져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잘 정리하는 일, 다시 말하면 정보들을 분석하고 유사한 것끼리 모으고 재가공해 내는 일이 바로 쓰기입니다.
쓰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쓰는 과정에서 뇌는 정보를 구조화하므로 이를 소홀히 해서는 안되겠지요?

우선 좋은 문장을 베껴 쓰도록 해 보십시오.

시도 몇 편 베껴 쓰고 수필도 좀 베껴 쓰다보면 아이의 글쓰기 실력도 늘어납니다. 또한 제 생각을 어떻게 정리해 나가는 것이 좋겠는지도 터득해 나가고요.

그리고 난 다음에 책을 읽고나서 그에 관한 간단한 쓰기를 해보는 것입니다.
간단한 줄거리 쓰기에서부터 등장인물과 대화하기, 다른 책의 등장인물과 서로 토론하기 등 아주 많은 쓰기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요즈음 아이들 글의 질은 형편없습니다.
맞춤법은 당연히 틀려버리고요. 글의 앞뒤도 잘 연결시키지 못합니다. 머릿속에서 구조화가 되지 않거든요.

마음에 흡족하게 잘 쓰지 못하더라도 자꾸 시도하게 해 보십시오. 어느 사이에 글 쓰는 실력이 쭈-욱 늘어나 있습니다.

한 가지 유의하실 점은 아이가 쓴 글이 대단치 않아도 칭찬을 해주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막연히 칭찬만 하시면 안되고요, 아주 구체적으로 칭찬을 하셔야 합니다.

정 칭찬할 말이 없으면‘우리 아이 글씨가 꼭 밤톨 같다'고 라도 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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