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프랑스에서 막을 내린‘애니메이션의 칸영화제' 안시국제에니메이션 페스티벌은 한국에니메이션계에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한국의 에니메이션 '오세암'이 장편경쟁부분에서 최고상인 대상의 영예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세계적인 대회에서 수상을 했다는 것 뿐 만이 아닌 한동안 침체일로를 걷고있던 국내에니메이션계에 새로이 힘을 실어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헤어 하이(Hair High·빌 플림턴)’'P3K 피노키오 3000(대니얼 로비쇼드)’'엘시드(호세 포소)’등 거장들의 작품들을 물리치고 한국에니메이션의 위상을 드높인 '오세암'의 제작자는 놀랍게도 우리지역출신의 이정호(40·마고21 대표)씨다.

"솔직히 어벙벙합니다. 나름대로 혼신의 힘을 다해 제작한 영화였지만 국내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어서 아직 멀었구나하는 생각에 힘이 많이 빠져있던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큰 무대에서 이렇듯 엄청난 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아직도 꿈만 같아요. 이럴 때일수록 붕뜨지 말고 더욱더 심기일전에서 좋은 작품을 다시 만들어내야겠지요"

5살 꼬마 길손이가 앞 못보는 누나 감이, 삽살개 `바람이'와 함께 엄마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그린 `오세암'은 고 정채봉씨의 동명소설이 원작으로 지난해 5월 국내에서 개봉했었으나 국내에서는 흥행 실패로 10만명의 관객을 확보하는 데 그쳤었다.

이정호씨는 "조만간 `오세암'을 국내에서 재개봉할 것"이라며 "해외 수출계약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광활면 창제리가 고향인 이정호씨는 광활초등학교, 성덕남곡중학교를 거쳐 서울로 상경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학보사시절 만화계통에서 경험을 쌓은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에니메이션의 세계로 뛰어들게되었으며 열악한 국내만화계에서 그 동안 많은 좌절을 겪으면서도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끝에 오늘의 영광을 차지하게된 것이다.

오는 2006년 개봉을 목표로 6.25 당시 아이들의 동심을 다룬 차기작 `기찻길(가제)'을 준비중인 이정호씨는 정신없이 바쁜 서울 생활 속에서도 일년에 수차례 씩 고향인 우리지역을 찾고 있다.

"부모님께서 광활에 계신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전 고향에서 만화에 대한 많은 영감과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고향에서 지낸 어린 시절의 많은 경험들은 제 감성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었고 넓게 펼쳐진 황금들판은 지금도 저만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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