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투구(泥田鬪狗)'.

대부분 그냥 사자성어로 쓰기에 망정이지, 우리말로 직역하면 '진창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이어서 사람에게 쓰기엔 여간 모욕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험한 말이 언제부턴가 우리 정치판을 비유하는 단골 메뉴로 등장했고, 정치인들 스스로는 하도 많이 들어서인지 면역이 생겨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우리시의회에 이런 비유를 하면 누워서 침뱉기 이고, 현재의 파행을 의원님들이 스스로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성숙된 의회를 위한 노력이며, 의정발전을 위한 진통 이겠거니' 하고 믿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다수의 시민들이 코웃음을 치는 건 무슨 연유일까?

이는 4대 시의회가 개원 이래 2년동안 시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탓이다.

시의회는 전반기 원구성 당시 전례없는 극한 양분상태를 보였고, 전반기 의장선거 패배진영인 9명의 시의원은 현재까지 김제시의회회의규칙 제5조에 명시된 "법령을 준수하고 주민의 권익신장과 복리증진 및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주민앞에 엄숙히 선서한다"는 의원선서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4대 의회는 전반기 의장선거과정를 앞두고 편을 나눠 단합대회를 가는가하면 의원간에 뇌물이 오가고, 이로 인해 벌금형을 받거나 의원직까지 상실하는 추태를 보였다.

반면 이들은 지난 2년동안 시민혈세 1억여원을 써가며 유럽으로 3차례 해외연수를 다녀왔고, 두차례의 관광성 연찬회를 모두 제주도 1급호텔에서 가졌다.

시민과 여론의 호된 질타와 체면손상을 경험하고도 시의회는 반성은 커녕, 더욱 더 계파간의 분단을 고착화하고, 의원들은 공공연히 '양측' 또는 '계파'를 들먹이며 스스로 파벌을 자인하면서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애초 첫단추를 잘못 꿴 상태에서 두번째 단추가 잘못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첫단추를 풀고 처음부터 다시 꿰야하는데 단추를 꿴 이후 바느질까지 해버렸는지 도무지 풀려지지를 않는다. 참으로 대단한 결속력이다.

두 파벌이 이같은 결속력으로 김제발전을 위해 뜻을 모아 시의회 본연의 임무인 '시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한다면, 우리시는 전국 최고의 도시가 될 것이다.

지역에 비판성명 하나 발표할 만한 변변한 시민단체가 없다고해서, 시민들이 생활고에 쫓기거나 포기해버려 의회이 관심이 적다고해서, 시의회가 자신들의 재량사업비나 늘리고 자리싸움에 혈안이 된다면, 분명 다음선거에서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아니 시민들이 분연히 일어서서 심판을 해야 한다.

그나마 시의원들을 대접(?)해 주는 공무원들 조차도 시의회를 향해 냉소적인 웃음을 보내고 있다.

시의원 경력이 자칫 부끄러운 오명이 되지 않도록 이제라도 시의원들은 다시 시민의 머슴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진정한 시민의 머슴이 되는 것이 시의원으로써의 명예이기 때문이다.

4대의회의 절반인 전반기가 지나고, 막 후반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제라도 양 계파가 마음을 비우고 파벌을 초월해서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의장단을 내세워 절대다수가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승리이고, 의원들의 살길이다.

홍성근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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