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으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상류층사회 중심의 드라마에 대해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발리에서 생긴 일' '불새' '파리의 연인' '황태자의 첫사랑' 등 최근 종영되었거나 현재 방영되고있는 이들 드라마들은 하나같이 스타급 연기자들을 캐스팅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중이다.

이들 드라마의 공통점은 사랑이 주테마라는 것과 드라마 전체적으로 깔려있는 상류층사회의 모습들이다.

거기에 배경과 출연배우만 다를 뿐 화면을 둘러싼 비슷한 내용의 스토리들은 작품을 만들려는 것이 아닌 당장의 인기도에만 영합한 내용구성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마저 들게 한다.

스스로 드라마광임을 자부한다는 이아무개(46·광활면)씨에 따르면 "힘든 하루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후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으나 요즘 들어서는 이것도 바꿔야 될 것 같다"며 "단순히 우리지역만 봐도 허리띠를 졸라매도 어려울 정도로 경기가 심하게 위축되어 있는데 브라운관은 온통 재벌타령에 신데렐라스토리니 마치 다른 세상을 쳐다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대중매체라는 특성상 대리만족이라는 부분 역시 간과할 수는 없다.

가끔은 현실을 일탈해 나와는 다른 곳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고 싶은 것 역시 사람의 심리이다.

하지만 이것이 가끔이 아닌 우후죽순격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너도나도 상류층사회만 다루다보니 평범한 우리이웃들의 일상이 오히려 귀해지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학부형인 조아무개(42·금산면)씨는 "요즘 드라마 중에는 가난한 집 딸이 재벌가의 귀공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신데렐라식 스토리가 유독 많은데 이런 드라마의 난입으로 청소년들 특히 감수성 어린 여학생들이 큰 영향을 받고있는 것 같다"며 "중학교에 다니는 우리집 딸에 의하면 자신은 물론 친구들 모두 잘생기고 자상한데다 당연히 돈까지 많은 드라마 속의 주인공 같은 남자들을 꿈꾸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재벌을 동경하고 신데렐라를 꿈꾸는 조류는 과거부터 항상 존재하던 것 중 하나였지만 요즘같이 미디어가 사회를 지배하는 시대에서 그 영향을 누구보다도 많이 받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사뭇 크다 하겠다.

대중매체의 힘을 얻어 하나의 사회현상화 되어가고 있는 듯한 이런 모습들 속에서 정서적으로 자칫 멍들고 상처받기 쉬운 우리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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