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자(만경여고교사)



아이들과 어른들은 항상 생각이 다릅니다.
아이가 책을 읽는 것으로도 행복한 어른이 있지만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가 책을 읽는 것 같으면 잠재의식 속의 욕심이 불쑥 튀어나옵니다.

그게 뭐냐면요, 어른이 좋다고 생각하는 책을 아이가 읽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소설'이라는 이름도 원래는 미풍양속을 해치는 '그릇된 이야기'라는 뜻으로 붙여진 것입니다.

옛날 어른들은 진리를 '대설(大雪)'이라고 하고 그 반대되는 개념으로 '소설(小說)' 이라는 명칭을 붙였지요. 그럼 한 가지 외람된 질문을 해 보겠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어른께서는‘사서삼경을 다 읽으셨나요?’아니면‘부활, 전쟁과 평화. 이런 책들을 다 읽으셨습니까?' 대답하시기가 수월찮을 겁니다. 심지어는 춘향전, 홍길동전 이런 책들도 읽으신 분들이 지극히 적을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성장기에 못 읽은 책을 다 읽히고 싶어서 채근하게 되지요.
우리 부모님 세대가 당신의 못 배운 한을 자식에게서 풀려고 했던 분들이 많았던 것처럼, 지금 어른들도 본인이 미처 해보지 못한 것들을 자식을 통해서 이루려고 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 어른들은 부모의 그런 욕구를 잘 수용하는 편이었지만, 지금 아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은 명작이라고 하는 책들을 읽히긴 읽혀야 하는 거지요. 그러나 아이가 죽도록 싫다는데 억지로 강요하다가 부모 자식간에 정 나지 마시고 다른 책을 권하는 것이 좋습니다.
명작이 명작인 이유는 세대를 뛰어넘어, 동서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전해오는 감동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 책들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는 그 책이 가지고 있는 주제와 비슷한 책으로 대체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부활'을 대신할 책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 안에 들어있는 작가의 오롯한 정신이나 문체 등은 오직 그 작품 안에서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지요. 그러나 비슷한 주제를 가진 책은 많이 있지요.

우선은 그런 작품들을 권해서 아이가 읽게 한 다음에 아이 스스로가 그 책을 읽어볼 마음이 생길 때‘부활'을 읽는 것이지요.
여기까지 오려면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 때까지 아이를 책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곁을 지켜주는 일 그것이 어른들의 할 일입니다.
유능한 어부는 잡은 고기를 먹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고 하지요.

그런데 참된 어부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잡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도록 유도한답니다.

유능한 어부든 참된 어부든 간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고기가 좋아하는 미끼를 사용하는 것이겠지요.

다음호예고 '표와 그림도 읽어야지요'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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