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지역에서 온 약장수가 농협까지 사칭하며 버젓이 대낮에 물건홍보에 열을 올리고있음에도 당사자인 농협은 무관심으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24일 경찰서오거리에서 시립도서관 쪽으로 한 대의 차량이 확성기를 틀어놓고 시민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금산인삼영농조합 관계자임을 자칭하며 한참동안 시민들을 불러모은 이들은 곧이어 시립도서관 맞은편에 천막을 쳐놓고 무엇인가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금산인삼축제에 발맞추어 올바른 인삼감별법을 시민들에게 알려주고 더불어 곧 시판예정인 인삼국수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일체의 질문도 거절한채 일방적으로 인삼제품을 설명하기 시작했고 대답소리가 작거나 딴짓을 하는 시민들은 가차없이 천막 밖으로 내쫓았다.
대부분이 중년층 이상인 시민들에게 사복차림의 젊은이들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거친 태도를 보였다.

억센 경상도말투로 이어지던 설명은 40분 가량이나 계속되었고 인삼감별법, 공짜상품제공 등의 내용으로 끌던 이야기는 급기야 5개월 할부 상품구매로 끝을 맺었다.

서론은 길고 본론은 짧게, 질문은 받지 않고 단숨에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이 전형적인 약장수들의 수법이었다.

더욱이 이들은 지금 소개하는 제품은 곧 농협에서 10월1일부터 판매할 예정이라며 케이스에 찍혀있는 농협상표까지 보여주며 시민들을 현혹시켰다.

결국 일부의 시민들이 물건을 구매했고 일을 마치기 무섭게 이들은 속전속결로 천막을 걷고 자리를 떴다.

호기심에 설명을 들었다는 한 시민은 "소속을 나타내는 유니폼도 없이 험악해 보이는 젊은이들만 쭉 늘어서 고성을 내지르는 모습이 두렵기까지 했다"며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대낮에 버젓이 농협을 사칭해 이러고 있는데 관계공무원들은 그림자도 안 보인다는 사실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신들을 사칭하는 타지의 약장수들이 활개치고 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농협은 전혀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에 따르면 "전에도 몇번 이런 일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우리 농협에서 금산인삼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라는 말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다"며 "업무에 열중하느라 근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장수들이 확성기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던 구간의 중심에 농협중앙회가 위치해있고 그보다 훨씬 먼거리에서까지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지지 않을 수 없다.

자신들의 이미지는 물론 선량한 시민들이 입게될 피해와 재발방지를 생각해서라도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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