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자(만경여고교사)



맛있는 고기가 있습니다. 우리 식탁에 먹음직스레 올라온 이 고기는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뼈를 발라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뼈를 발라내고 살만 골라서 우리에게 제공한 것이지요.
문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도 그렇지만 소설이나 비소설의 산문류 등은 반드시 뼈를 발라내야 살을 먹을 수 있습니다.

문장의 뼈를 발라내면 책을 읽기 싫어하거나 읽기에 충분한 시간이 없는 아이들도 쉽게 살을 먹을 수 있고요, 또, 뼈를 발라내는 작업은 아이들의 독서력을 더욱 튼튼하게 키워준답니다.

글의 뼈는 글의 얼개를 말합니다. 글의 뼈를 추려내는 일이 글의 해독과 글을 쓰는 작업에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해마다 대입수능 시험에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것입니다.
글의 뼈를 추려내는 일, 이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대학에 들어가서 논문을 쓸 때도 먼저 글의 뼈를 짜 맞추고 써야하며, 아름다운 집을 지을 때도 먼저 집의 뼈를 세워놓고 집을 지어야 합니다.

신문의 사설이나 칼럼 등을 읽고 그 글에 대해 작가의 생각을 다르게 보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작가가 어떤 사고과정을 통해서 그 글을 완성했는지 가늠해보게 하는 것입니다.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거나 서점에서 같은 주제로 쓰인 서로 다른 책을 놓고 골라야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차를 먼저 읽어보는 것도 다 글의 뼈, 즉 작가의 사고과정을 엿보기 위한 것입니다.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는 논리를 떠나서 구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시도 작가가 일련의 사고과정을 거치면서 압축과 생략, 그리고 상징과 비유로 매만진 것이지요.

윤동주의‘간'이라는 시를 보면 작가는 프로메테우스와 토끼가 둘 다 간 때문에 고통 당하는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에 시를 쓰게 됩니다.

식민지 시대를 살면서 양심을 지키는 것이 생간을 뜯기는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라는 거지요. 그러나 시인은 독수리가 생간을 뜯어먹어도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빠지지 않겠다는 결심을 시를 통해 보여줍니다.

소설이나 설명문 논설문 등은 글의 뼈대를 추려보기가 훨씬 쉽습니다. 그러나 글을 완전히 이해하고 난 뒤에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대입 수능에서도 아이들이 자주 골탕을 먹지요.

글의 뼈를 추리는 작업은 남의 글을 읽고 이해한 다음에 뼈를 추려내는 것도 좋지만 더 효과적인 방법은 본인이 먼저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의 얼개를 짜 본 다음에 그 얼개에 충실한 글을 써보는 것입니다.

얼개대로 글을 쓰고 난 다음에 글이 어디가 부실한지, 그 부실한 곳을 채우기 위해서는 어떤 자료를 더 찾아서 보충해야 하는지, 자료를 보충하는 방법은 글로 쓰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표나 그림으로 삽입하는 것이 좋을지 등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하는 것입니다.

이 작업을 어려워하는 아이를 위해 오늘 저녁 아이 앞에서 글의 뼈를 발라내어 시범을 보여 주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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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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