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징그럽게 미꾸라지를 어떻게 먹어요?"

같은 물고기(?)인데도 미꾸라지는 종종 차별대우를 받는다.
약간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엉뚱하게 뱀 취급을 받는가하면 젊은 층, 특히 아가씨들에게는 사랑 받는 첫인상을 포기해야만 하는 슬픔(?)을 겪고있으며 아저씨 층에서만 집중적인 편애를 누리기도 한다.

미꾸라지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음식중 하나인 추어탕 역시 이런 운명에서 빗겨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먹어본 사람들은 다르다.

요촌동에 사는 김아무개(21·대학생)양은 추어탕을 처음 먹어본 소감을 이렇게 말한다.
"추어탕을 먹었는데요. 이런 맛인지 몰랐어요. 미꾸라지로 만든 것이라는데 비린내는 하나도 안나구요 징그러운 미꾸라지도 하나도 안 보이네요. 주인아주머니께 여쭤봤더니 미꾸라지를 곱게 갈아서 만든 거라서 그렇데요. 저 같은 숙녀들이 먹기에도 부담스럽지 않고 삼계탕처럼 고기를 들고 먹지 않아도 되니까 너무너무 깔끔한 것 있죠. 어쩌죠? 이러다 추어탕을 사랑해버리면…호호홋!"

한번 먹어 보는 것만으로도 기존의 선입견을 단숨에 무너뜨리는 음식, 추어탕.
미꾸라지가 맛있는 집으로 유명한 요촌동 '우리추어탕(대표 박경엽)'을 찾아 맛있는 추어탕 한 그릇 깨끗하게 비워보자.

우걱우걱, 쩝쩝, 후루룩…

추어탕(鰍魚湯)…

미꾸라지는 옛부터 농민들이 즐겨 찾는 전통 보신식품 중의 하나이다.
가을철 농번기를 끝내고 동네 저수지나 논, 하천, 작은 도랑 등에 나가 미꾸라지를 잡아 끓인 추어탕은 여름철 농번기에 지친 농민들의 몸을 추스르는 훌륭한 스테미너 음식으로 인기가 높았다.

특히 사람이 나이가 들면 세포의 노화 현상이 오는데, 세포의 위축, 수분의 감소, 색소 과립의 축적 등이 일어나 윤기가 없어지게 마련이다. 그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선 식품으로 콘드로이친황산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이 콘드로이친황산은 미끈미끈한 미꾸라지의 점액물인 뮤신의 주성분이다.
미꾸라지 외에 장어, 뱀, 달팽이, 개구리 등에도 같은 성분이 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혐오감을 많이 느끼지 않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미꾸라지일 것이다.

미꾸라지의 성분은 양질의 단백질이 주성분이며, 다른 동물성 식품에서는 보기 드문 비타민 A를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어서 피부를 튼튼하게 보호하고, 세균의 저항력을 높여 주며 호흡기도의 점막을 튼튼하게 해준다.

또한 칼슘도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무기질(미네랄)이므로 미꾸라지는 장수식품이라 할 수 있다.
그외 소량의 지방·철분·회분·인분·비타민B2·D 등이 함유되어있으며 지방은 고급 불포화지방산으로 고혈압, 동맥경화. 비만증 환자에게 좋다.
어디 그뿐이랴? 일명 아저씨라 불리는 사람들(?)이 추어탕을 부쩍 사랑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미꾸라지는 옛날부터 정력을 돋궈 주는 강장·강정식품으로 명나라때 이시진이 엮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보면 '미꾸라지는 속을 데우고 원기를 돋우며, 술을 깨게 하고 스테미너를 유지시켜 발기불능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되어있다.

특히 추어탕은 미꾸라지의 내장까지 함께 끓이기 때문에 알과 난소에 많은 비타민A·D를 모두 섭취할 수 있으며, 늦여름·가을에 제 맛을 내며, 굵은 것이 맛이 좋다.
우거지나 호박순을 넣고 끓이면 비린내가 없어지며 산초 가루를 넣으면 아주 좋다.

제3의 재료는 정성과 자부심

지난 2001년부터 '우리추어탕'을 운영하고있는 박경엽(56) 유영님(54) 부부.
신포우리만두 체인점을 6년 정도 하다가 평소에 하고싶었던 추어탕집으로 메뉴를 바꾼지 4년, 만두나 쫄면, 김밥 등을 주로 다루다가 전혀 성격이 다른 전통 보양식을 시작하게되자 많은 부분에서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주방에서 직접 요리를 하고있는 안방마님 유영님씨는 그야말로 모든 시간을 추어탕과 함께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깨너머로 배웠었다고는 하지만 그냥 하는 것과 손님들에게 내놓는 것은 천지차이잖아요. 맛있게 한다는 집이 있으면 거리를 불문하고 어떤 곳이든지 달려가 맛을 보고 다시 집에 와서 만들어보기를 얼마나 했는지 몰라요. 이런 요리는 각 집마다 나름대로의 비법이 있어서 절대 알려주지 않죠. 그저 내가 먹어보고 알아서 만들어 보는 수밖에 없어요"

어디 그뿐이랴? 손님들이 오면 맛이 어떠냐고 물어보고 혹시라도 뚝배기가 비어있지 않으면 하루종일 신경이 쓰인 적도 있다고 한다.

맛은 있지만 다른 곳에서 음식을 먹고 오는 바람에 조금밖에 먹지 못했다는 소리를 듣고서야 웃음띈 얼굴로 가슴을 쓸어 내리고 "맛있게 먹고 갑니다"라는 손님들의 한마디에 하루종일 행복해 하기도 했다.

"소문 듣고 찾아왔다고 할 때가 제일 기쁩니다. 입에서 입을 통해 찾아오신 것인데 맛이 없다면 그런 소리가 나왔겠습니까. 자부심과 함께 자신감이 불끈불끈 솟아오르지요"

유영님씨가 말하는 추어탕을 맛있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제3의 재료에 신경을 쓰라는 것이다.
추어탕의 기본이 되는 미꾸라지가 제1의 재료이고 참기름, 다진 마늘, 고추, 굵은 파, 된장, 간장, 고춧가루, 우거지 등 갖은 맛을 내게 해주는 양념이 제2의 재료라면 제3의 재료는 다름 아닌 음식을 만드는 정성과 자부심이다.

"어차피 추어탕을 만들어 팔정도라면 음식들은 왠만큼씩 하죠. 이 제3의 재료라는 것이 겉으로는 보이지 않을지언정 추어탕을 직접 드시는 분들은 느끼실 수 있을 것이에요. 아닌 것 같아도 진한 국물 속에 푹 우러나거든요"

주로 카운터에서 전체적인 영업관리를 담당하고있는 박경엽씨는 바깥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본지 217 호 참조)

해마다 몇차례씩 100박스가 넘는 라면을 독거노인이나 장애인시설 등에 나눠주고 있는 그는 처음에는 업종을 라면집으로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매년 여러번씩 반복되는 행동에 이제는 당연한 행사처럼 되어버렸다.
처음에 신기하게 바라보던 사람들도 이제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모습이다.

미꾸라지의 한자이름은 추어(鰍魚)이다.
가을에 제 맛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미꾸라지는 겨울에는 흙탕물 속에서 먹이를 먹지 않고 동면하기 때문에 살이 빠져 가을보다는 확실히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물론 요즘은 양식기술의 발달로 계절별 맛의 차이가 옛날 보다는 덜하다.

하지만 역시 추어탕의 진짜 맛을 보려면 가을이 좋을 것이고 지금이 딱 그때이다.

일교차가 심해 감기 등 잔병에 걸리기 쉬운 계절이다.
영양만점의 추어탕 한 그릇 먹고 체력보강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뜨거운 국물에 밥 한그릇 쏟아 붓고 신 김치 하나면 몸과 마음이 행복해질 것이다.
부글부글…
지금 우리추어탕에서는 맛있는 추어탕이 뚝배기 채 끓어오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바로 당신을!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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