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자(만경여고교사)



M.J.아들러와 C.반 도렌이 함께 지은『책을 읽는 책』이라는 책이 있지요.
이 책에 보면 독서는 '초급 독서' '점검 독서' '분석 독서' '신토피칼(Syntopical) 독서'의 4단계가 있다고 합니다.

'신토피칼 독서'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한 권만이 아니라 여러 권을 모아 읽는 것을 말합니다. 이 방법은 상상과 현실을 연결해 주고 학교 교육과 사회를 연결해 줍니다.
제가 전국에 독서강의 한답시고 돌아다니면서 가장 많이 퍼뜨린 방법 중에 작가 신토피칼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안도현 시인이 아주 좋습니다.

안 시인의 작품은 청소년들이 좋아하고, 또 감동을 받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안도현 시인의 시집을 두 권 이상 읽으라고 한 다음 안 시인의 산문집을 다시 두 권 이상 읽도록 지도합니다.

또, 약력을 조사하게 합니다. 아이들이 약 석 달 동안 위의 과정을 거치고 마지막에는 발표를 합니다.
시인의 시 중에서 두 편 이상 골라서 낭송하기, 한 편 이상 외우기, 시인의 산문들 패러디하기 입니다. 물론 베끼기가 먼저지요.

좋은 작품의 향기에 빠지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시 읽기에 흥미를 붙입니다.
그리고 산문 패러디를 통해서는 문장학습과 글의 짜임 등을 자연스레 배우게 되는 것이지요.

또 있습니다. '작품 vs 작품'이나 '인물 vs 인물'의 토론을 하는 거지요.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어 하는 것은 산문이나 시를 읽고 그 느낌을 노래로 만드는 일입니다.

아이들에게 작곡할 능력이 없으니 일종의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인 셈인데 정말 진지하게 하고 또 오래 기억합니다.
여기까지를 한 학기에 걸쳐서 했지요. 그 다음에 안도현 시인을 저희 학교에 모셨습니다.
아이들과 작가와의 만남이었는데요. 안 시인에게는 고역의 시간이었을지 몰라도 우리 아이들은 지금도 감동에 겨워 어쩔 줄을 모릅니다.

안도현 시인에 대해 신토피칼 독서를 할 때가 아마 2002년이었을 겁니다. 그 때 우리나라에 월드컵이라는 대회가 있었는데요. 제가 아이들에게 한 학기 독서계획을 발표하자 어떤 아이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선생님, 근디 윤도현 아니고 안도현이 맞아요? 그런 학생을 마주보며 저는 또 '윤도현은 또 누군디?'하고 물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실컷 웃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학기 동안 윤도현에 대해 공부하고 아이는 한 학기 동안 안도현에 대해 공부하기로 하고 학기말에 서로 상대의 공부를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제가 턱없이 모자랐지요. 아이들은 학습능력이 어른들보다 훨씬 좋기도 하구요, 제 학습능력이 못 미치기도 했기 때문일 거예요.

주제별로 여러 권의 책을 읽어 주는 일은 많은 정보를 재가공해서 자기 걸로 만드는 아주 창조적이고 통합적인 과정입니다. 그러려면 자기가 원하는 정보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알아야겠지요?

모악산을 찾고 싶으면 전라도 지도를 살펴야지 제주도 지도에서는 아무리 샅샅이 찾아도 찾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음호 예고 '스키마의 낯가림'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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