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교육대란에서 살아남기

2008년 후부터 실시될 예정인 '수능등급제'는 그렇지 않아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육계 전반에 거센 회오리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확정되지 않은 세부사항을 놓고 갑론을박이 끊이질 않는 것은 물론 대학등급제 의혹, 공교육정상화 문제 등이 중점 화두로 부각중이다.

해당지역의 향후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교육이다.
교육을 통해 인재가 양성되고, 양성된 인재는 행정,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전세대가 이룩해놓은 행적을 이어받아 계승·발전시키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중소도시인 우리지역은 교육 부분에 있어서는 약자의 대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분간 그칠줄 모르고 계속될 교육대란, 그 커다란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지역의 교육은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될까?

이에 본지에서는 자치단체, 학교, 학원, 학부모, 학생, 시민 등 다양한 계층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지역의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같이 알아보도록 한다. -편집자 주-

1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축구공

속이 빈 김밥 '수능등급제'

갈수록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도시와 농·어촌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교육부에서 야심차게 발표한 '수능등급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다시피 퍼센트별로 당락이 갈리는 수능의 중요도를 낮추고 공교육의 근간인 내신을 강화키로 한 제도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수능등급제'는 제목만 정해져있지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내용이 짜여져 있지 않은, 구태여 빗대보자면 속이 빈 김밥 같은 상태이다.

우리지역 같은 지방학교 학생들에게 유리한 부분도 상당부분 존재하고있지만 역차별을 주장하는 도시권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고, 말은 고교등급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시골학생들에게 불리하게 학생선발을 감행하고있는 명문대들의 눈 가리고 아웅하는 행태까지 곳곳이 시끄럽다.

어디 그뿐인가, 내신 부풀리기의 위험성, 본고사의 유혹, 일부 학부모들의 조기유학열풍 등 김밥은 말아지지도 않았는데 사방으로 재료만 튀어나가고 있는 판국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의 근원에는 확실한 방침이 서지 않은 허울뿐인 '수능등급제'의 불안정이 자리잡고 있다.

'수능등급제' 과연 유리하기만 한가?

한 문제 차이까지도 크게 다가오던 과거의 수학능력시험과 달리 약간의 차이 정도는 같은 등급으로 결정되어 버리게 됨에 따라 일단은 우리지역 학생들에게 경쟁력이 생긴 것만은 사실이다.

넉넉하게 해당 등급에 들어간 도시권 학생이나 아슬아슬하게 턱걸이로 걸치게된 우리지역 학생이나 등급차이는 없을 것이고 오히려 내신에서 상당한 격차가 날 것이다.

수능성적이 엇비슷 또는 약간 우세한정도로는 전주·익산권과 우리지역의 내신차이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면만 봤을 때는 일단 '수능등급제'라는 제도자체는 우리지역에게 희소식으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새 제도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설 현재의 중3 학생들 중에는 어설프게 전주·익산권으로 가서 내신에서 손해보느니 우리지역에 남아 혜택을 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하는 케이스가 상당수라고 한다.

이미 몇몇 고등학교에는 직접적인 상담문의가 빈번하게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이 '수능등급제'란 제도는 마냥 우리지역 같은 중소도시에 유리하지만은 않다.

더욱이 말만 무성할 뿐 제대로 정해진 것은 몇 개 없지 않은가.

빠른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

제도가 이미 만들어진 상태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틀을 갖추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물며 그 틀이 짜여져 있지 않은 현재라면 앞으로의 변화 속도 또는 바뀔 방향을 짐작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고교등급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일부 명문대에서는 이미 논술과 예체능, 면접 등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지방 학생들이 불리한 것만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내신성적을 구분하는 각 대학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 역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내신을 평가하는 기준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90점 이상이면 최고등급수준을 매기는 '절대평가제'와 점수에 상관없이 백분율의 오차까지 계산에 넣는 '상대평가제'
대부분의 지방대학은 '절대평가제'를 쓰고 일부 명문대학에서만 '상대평가제'를 선호하는 것이 현재의 추세지만 도시권에서 반발하고있는 형평성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게되면 이러한 비율은 급격하게 변할 수도 있다.

어쩌면 현재의 수능과 내신이 그대로 자리만 옮겨간 것 일 수도 있다.
덕암고등학교 이기용 국어문학부장에 따르면 "앞으로의 교육변화를 예상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기본적인 큰 틀 안에서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의 정보파악은 가능할 것이다"며 특히 "우리지역 고등학교에서 수능 1등급까지는 쉽지 않을지 몰라도 2, 3등급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내신이 1등급이라면 수시모집을 통해 충분히 명문대 입학이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기회는 스스로 노력하는 자에게 주어진다는 격언처럼 변혁에 발맞춘 빠른 행보가 같이한다면 '수능등급제'는 우리지역의 교육환경에 또 다른 기회의 혜택을 제공해줄지도 모를 일이다.

다음주예고: '도시대접도 못 받고, 농촌혜택도 못 누리고'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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