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는 춥고 낮에는 햇빛이 쨍쨍한 것이 그야말로 '환절기'이다.

유달리 무더웠던 여름에야 입맛을 잃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바야흐로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아니던가.

한창 식욕이 땡기고 맛있는 음식에 눈길이 갈 때이다.

'뭔가 먹을만한 것 없을까…?'

시선이 움직일만한 먹거리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겠지만 이런 질문이 나올 때 가장 많이 따라나오는 또 다른 이음말이 있다.

'어디 얼큰한 것 하나 없나?'

애써서 짠것(?)을 찾는 사람은 드물지만 매운 음식 한번 맛봐야겠다는 사람들은 부지기수로 많다.

어쩌면 매운 음식이야말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우리의 입맛이 아닐지 모르겠다.
그러한 맛을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기자가 온 곳은 다름 아닌 18년 전통의 민물매운탕 전문점 '운암매운탕(대표 오종민)'이다.

환절기의 입맛 해결사

어느 때가 그렇지 않겠냐만은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특히 잘 먹어야 한다.
급격한 기온차에 의해 감기 등 잔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에 기본적인 체력유지는 필수라 할 수 있겠다.

과학적 근거를 조목조목 들이대면 할말이 없겠으나 보통 우리 주변의 일반적인 정서에는 '감기기운 등이 있을 때는 얼큰하고 뜨거운 것 먹으면서 땀 한번 쭉 빼는 것이 최고다'라는 믿음 아닌 믿음이 존재하고 있다.

실질적인 큰 효과를 떠나 일단 마음속에 믿음을 가지고있는 상태에서 맛있게 먹으면 그것이야말로 보약이 아닐까 생각된다.

보통 '매운탕'이라 하면 생선을 주재료로 하여 고춧가루 또는 고추장으로 아주 맵게 조미하여 만든 찌개를 말한다.

물고기를 토막쳐서 넣고 내장 중에서 먹을 수 있는 것과 머리를 넣고 푹 끓인다.
그리고는 무·두부·파·마늘·생강·고춧가루 등 상황에 맞는 각종 재료와 양념을 알맞게 넣고 고추장으로 맛을 조절하여 끓인다.

매운탕을 끓이는 데는 민물고기나 바닷물고기 어느 것을 써도 좋지만 메기·쏘가리 등이 대체적으로 인기가 좋다.

낚시를 즐기는 이들 중에는 잡은 고기로 즉석해서 매운탕을 끓여 소주 한잔과 함께 먹는 맛 때문이라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매운탕 국물을 수저로 떠서 입안으로 가져가는 상상을 해보자.
없던 입맛이 돌아오고, 원래 있던 입맛은 더욱더 크게 증가될 것이다.

기사를 읽어내려 가는 중간에 벌써 입안에 침이 고이는 자신을 느끼고 있지 않은가?
조심해야한다. 잘못하면 살이 팍팍 찔 수가 있다.

우리지역만의, '운암매운탕'만의 맛

매운탕은 사실 매워서만 맛이 아니다.
생선의 뼈까지 푹 우러내다 보면 양념과 섞인 진한 맛이 자연스레 흘러나오고 칼칼, 짭잘, 시원 등 맛을 표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형용사들은 매운맛 속에서 같이 조화를 이루게 된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존재했던 만큼 매운탕은 각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해당지역의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매운탕을 만들며 그 입맛에 적응하고 있다 할 수 있겠다.

'운암매운탕'은 전형적인 전라도식 매운탕을 추구한다.
메기·빠가사리·새우·빙어 등 민물에서 나오는 싱싱한 재료에 우리지역에서 재배한 야채와 양념들을 듬뿍 집어넣어 끓인다.

여기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시래기이다.
타 지역에서는 무우나 수제비등을 핵심재료로 쓰는데 반해 '운암매운탕'에서는 이런 것들을 전부 시래기로 채워버린다.

소금으로 짭짤하게 간이 밴 것과 그냥 말린 시래기 두 종류가 민물고기와 함께 큼직한 뚝배기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모습을 쳐다보노라면 절로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익산에서 살고있지만 이곳의 매운탕 맛을 잊지 못해 수시로 어머니를 모시고 '운암매운탕'을 찾는다는 한 단골에 따르면 "먹을거리가 별로 없던 배고픈 시절,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시래기와 함께 끓여먹던 그때의 맛을 이곳에서 다시 느낄 수 있었다"며 "시골에서 자라고 컸던 것 때문인지 이곳의 매운탕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뚝배기 가득 담긴 매운탕에 갓 버무린 겉절이, 짭짤하고 고소한 밴댕이 젓갈, 쌉쌀한 머우 무침, 담백한 호박전 등으로 차려진 이곳의 음식을 보노라면 전형적인 시골밥상을 받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20여년 가까이 한가지 맛을 지켜온 정성덕분인지 '운암매운탕'의 상호는 지역 내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는 상태이다.

어디 그뿐인가, 조만간 향토음식점으로 지정되어 우리지역의 맛을 대표하는 곳 중 하나로 더욱 유명세를 떨칠 전망이다.

한결같은 맛을 위해 지금도 항상 초심을 유지하려 애쓴다는 오종민(56) 사장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음식이 나오는 요즘의 사회 속에서 우리의 옛 맛을 지켜나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뿌듯하기 이를데 없는 심정이다"며 "특히 시골의 매운탕을 접해보지 못했을 것 같은 젊은 세대나 임산부, 새댁 등이 이곳에서 그 맛을 배워가고 단골이 될 때는 무한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그나마 오늘날 이 정도까지라도 성장한 것에는 우리의 옛 맛을 사랑해주고 즐기는 손님 여러분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므로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 운암매운탕을 전국에서 손꼽히는 매운탕 집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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