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교육대란에서 살아남기

2008년 후부터 실시될 예정인 '수능등급제'는 그렇지 않아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육계 전반에 거센 회오리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확정되지 않은 세부사항을 놓고 갑론을박이 끊이질 않는 것은 물론 대학등급제 의혹, 공교육정상화 문제 등이 중점 화두로 부각중이다.

해당지역의 향후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교육이다.
교육을 통해 인재가 양성되고, 양성된 인재는 행정,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전세대가 이룩해놓은 행적을 이어받아 계승·발전시키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중소도시인 우리지역은 교육 부분에 있어서는 약자의 대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분간 그칠줄 모르고 계속될 교육대란, 그 커다란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지역의 교육은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될까?

이에 본지에서는 자치단체, 학교, 학원, 학부모, 학생, 시민 등 다양한 계층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지역의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같이 알아보도록 한다. -편집자 주-

2부: 도시대접도 못 받고, 농촌혜택도 못 누리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현실

"우리지역 같은 경우 교육적인 입장만을 따질 때는 시보다는 과거의 군으로 회귀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농촌지역이 당연히 누리는 최소한의 혜택인 농어촌특별전형조차 해당되지 않고…그렇다고 인근지역처럼 도시대접을 제대로 받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도내 시지역 중 수능고사장 하나 없는 시는 우리지역 밖에 없을걸요. 도대체 이게 농촌입니까? 도시입니까?"

현장에서 직접 수험생들을 가르치는 상당수 교사들에게 일관되게 들은 말이다.
답답한 현실을 꼬집느라 일부에 있어서는 필요이상으로 감정이 들어간 부분도 있겠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우리지역은 도시대접도 못 받고 농어촌이 받고있는 작은 배려에서 조차도 철저하게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만경·죽산 등 면 단위 학교들은 농어촌특별전형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고 시내권만이 거기에서 빠져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고등학교들이 시내권에 몰려있음을 감안할 때 우리지역의 학생들은 대부분 농어촌특별전형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교사들에게도 우리지역 시내권 학교들은 그다지 가고 싶지 않은 곳 중 하나이다.
ㄱ고등학교에 근무하는 한 교사에 따르면 "승진에 전혀 욕심이 없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이왕지사 중소도시로 내려 왔을 때는 농어촌특별승진점수의 혜택이라도 받고싶어하는 동료들도 상당 수 있다"며 "교사들 역시 사람인지라 보람을 느낄 정도로 우수한 학생들을 가리키던가 아니면 농어촌특별승진점수 등이라도 받고 싶을 것이 솔직한 심정인지라 어떤 부분에도 해당되지 않는 우리지역의 시내권 학교는 그다지 선호대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좋은 교통이 오히려 독으로…

우리지역은 전주·익산·군산·부안 등 어떤 곳하고도 쉽게 통할 수 있는 편리한 교통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편리한 교통은 교육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상당부분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안타까움을 표시하고있는 수능고사장 문제.

익히 알려진 대로 도내에서 수능고사장이 없는 시는 우리지역 뿐이다.
도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수능고사장을 선정할 때는 각 지역을 권역별로 묶어 해당학교의 숫자·학생수·지리적인 여건 등을 충분히 감안하여 나눈 것이므로 김제지역만 특별히 무엇을 더하고 뺀 것은 없다"며 "구태여 남원시 등과 비교하면 수능고사장이 생겨도 이상할 것은 없겠지만 그곳은 워낙에 외진 지형을 가지고있는데 반해 김제 같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교통편이 좋은 편인지라 예산·인원확충문제 등에서도 현재의 권역별 배치가 가장 최적인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다른 시에 비해 여러 가지 면에서 박탈감이 많은 우리지역 입장에서 볼 때 기분이 좋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둘째, 좋은 교육환경조성에 있어서도 우리지역은 편리한 교통의 역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좋은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필요하겠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학생들 개개인의 자세이다.

그러나 지역내 대부분은 학교들은 이런 분위기 조성에 있어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일단 지역내의 대다수 우수학생들이 전주·익산·군산 등 도시권으로 빠져나간다.
여기까지는 좋다.

도시권에 비해 교육적인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상태에서 지역사랑만 외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우수한 학생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도시권에서 탈락한 학생들이 채운다는 것이다.

ㄷ고등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학생들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일차에서 탈락했다는 박탈감을 기본적으로 가지고있는지라 학습면에서 무기력증에 빠지기 쉽다"며 "더불어 말썽도 많이 부리기 때문에 자칫 그나마 남아있는 지역내 우수한 학생들까지도 덩달아 휩쓸려버릴 우려가 항상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더욱이 긴 안목으로 봐도 일단 이 학생들은 우리지역 태생이 아니기 때문에 애향심 같은 것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내 인원만으로는 학생수를 채우기 힘든 각 학교의 현실에서 이런 학생들이라도 없으면 존립자체가 어려워지는 애로사항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지역과 엇비슷한 환경에 놓여있는 부안, 고창 등과 비교해 어느쪽 학생들의 성적이 우수할까요?'

도내 각 지역 학교를 돌아다닌 경력이 있는 공립학교 교사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았다.
"거의 엇비슷한 수준이지만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는 오히려 그쪽이 약간 더 많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부안, 고창 등은 아무래도 교통편이 우리보다 좋은 편이 아니니 그냥 지역에 남아버리는 경우도 왕왕 있을 뿐더러 도시권에서 일차로 탈락한 학생들에게도 불편한 교통편은 알게 모르게 부담이 되고 있지요"

물론 교통이 좋은 점을 교육환경의 현실에 빗대는 자체가 억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갈수록 지역교육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도시뿐 아니라 비슷한 조건의 인근지역까지 살펴보고 배우려는 타산지석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할 것이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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