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폭풍 경계령

교육계전반에 걸쳐 불어닥치고 있는 변혁의 태풍이 당분간은 쉽사리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전국 단위가 아닌 인근지역인 전주와 익산지역에서 변화의 소용돌이가 거세게 일고 있다.

그 동안 일부에서 끊임없이 불만이 제기되었던 전주·익산지역 인문계 고교의 학급당 증원이 결정됨에 따라 540여명 가량이 넓어진 진학문의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도 전체적으로 따지면 긍정적인 부분도 있을 수 있겠으나 단순히 우리지역만 놓고 짚어보면 전혀 반가울게 없는 소식이다.

전주·익산지역 탈락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우리지역 학교들은 당장 내년도 학생모집부터 걱정해야할 처지가 되었다.
해당학교의 학생수 감소에 따른 과원교사 양산과 교육력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한 일로 이는 학부모들의 도시선호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을 제공할 것이며 결국에는 그나마 넓어진 전주·익산지역의 진학문이 오히려 더 좁아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한교조전북본부 등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있지만 도교육청은 "어쩔 수 없는 고육책으로 결정된 사항이니 만큼 농어촌학교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하고있는 실정이다.

전주·익산 인문계 고교 증원이라는 후폭풍에 대해 각 학교에서는 너나할것없이 대책마련에 부산한 모습이지만 역시 실업계보다는 인문계쪽 관계자들이 현재의 사태를 좀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역내 실업계 관계자는 "물론 약간의 영향은 있겠지만 어차피 우리 같은 경우는 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반적인 학교 시스템을 운영하고있기 때문에 그리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반면 인문계 관계자는 "시 외각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가 특히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며 각 학교마다 정원감축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일류병'에 대한 환상

"학교 자체적으로 학생들에게 가고싶은 고등학교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재학중인 학생의 3분의 1가량은 전주·익산권 등에 위치해있는 인문계를 선호하더군요. 성적이 되든 안되든 일단 좋은 대학을 가서 좋은 직장을 잡으려면 소도시학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선입관이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의 인식 속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백날 내지역 학교 살리기 운동 같은 구호를 외쳐도 들릴 리가 없죠"

시외지역에 위치한 한 중학교 관계자의 푸념이다.
나름대로는 교사들이 무보수로 시간외 학습까지 실시하면서 학생들을 지도하지만 결국 상위권 성적자들은 대부분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나머지 학생들조차도 자의보다는 성적이라는 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게되는 경우가 많은지라 1학년 때부터 의욕을 상실한 케이스가 상당수라고 한다.

한 교사는 이를 두고 '일류병'이라는 단어를 쓰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서울 강남 등에만 일류병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너나할 것 없이 자신의 현실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크고 좋은 곳만 가려고 하는 것 자체 역시 우리가 가지고있는 또 다른 일류병이 될 수 있습니다.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됨에도 남들 하는 만큼은 비슷하게 따라가야 낙오하지 않을 것 같은… 미래는 전문인력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입시라는 전쟁터 속에서는 아직도 낯선 말일뿐입니다"

취업을 위한 실업계는 가라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인문계와 실업계는 대학을 목표로 하는 곳과 취업을 위한 곳이라는 어느 정도 명확한 구분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한 실업계고교의 대학진학희망률 80%라는 통계에서도 보듯이 그 경계선 자체가 다소 모호해진 상태이다.

처음에는 빠른 사회생활을 위해 실업계를 선택했다가도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대학진학으로 급선회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아예 처음부터 비슷한 전공의 대학을 위해 입학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일류대를 제외한 상당수의 대학들이 학생난에 허덕이면서 대학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대학을 나왔는가하는 과거의 명제와 달리 일단 대학은 당연히 거쳤으리라는 가정하에 얼마나 더 좋은 곳을 졸업했는가로 판단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같은 경향으로 인해 그나마 얼마 안되던 실업계마저도 하나둘 인문계로 전환하고있는 분위기이다.

도내의 상황을 잠시 살펴보면 이미 인문계 전환이 확정된 전주상고, 익산상고를 이어 군산상고도 그 뒤를 이을 추세이며 그외 많은 실업계 학교들이 전환을 위한 분위기파악에 부산한 모습이다.

우리지역 역시 실업계인 금산상업고등학교가 금산고등학교로의 교명변경과 함께 인문계전환을 마친 상태이며 인문계에서 실업계로 변신을 마치며 어느 정도 정착화단계를 밟고있는 학교 역시 재전환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고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지극히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현 상황에서 이미 실업계 학교는 직업교육으로서의 기능을 상실 해가고 있으며 근본이 되는 정체성마저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물론 독창적인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실업계학교도 분명히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실업계학교에서 실시하던 취업준비의 종착역역할은 이제 전문대나 기능대 등으로 그 바톤이 넘어간지 오래이다.

실업반과 인문반을 동시에 운영하고있는 한 고교에서 학생 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인문반에서 실업반으로의 전과를 원하는 학생은 2명에 불과한 반면 실업반에서 인문반으로의 전과를 희망한 학생은 절반인 15명이었다는 결과는 구태여 교육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