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분을 달려 정상에 도착하였다. 긴소매를 걸쳤으나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
비단결로 칭칭 몸을 감싼 천지는 그 신비의 속살을 내보이길 거부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림에서나 본 인민군 방한복 차림의 현지인 들이 다가와 천지를 보여 줄테니 따라 오란다.
대신 12매 사진을 찍어 줄테니 4만원씩의 돈을 내야 한단다.
그들의 독촉과 가이드의 성화(?)에 무슨 마술에라도 걸린 듯 우리 일행은 그들 뒤를 따르고 있었다.
15분이면 볼 수 있다던 천지는 보이지 않고 계속 하산길을 밟아 내렸다.
얼마쯤 내려가다가 무심코 아래를 보니 45도의 가파른 길에 끝이 보이지 않은 천길 낭떠러지 위를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몸서리를 쳤다.
천지고 뭐고 되돌아 오르자며 뒤따라오던 아내와 정실선배와 같이 안전시설하나 없는 비탈길을 조심스레 되올라 왔으나 놀란 가슴이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는다.
5∼10분 정도 시간이 지체 되였는데 또 추가 요금이 청구됐다. (가이드가 냈으나 후일 보상해줌)
천지를 볼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일행은 일단 철수하여 명일 새벽(03:00)에 재도전키로 하고 해발 1950ｍ에 위치한 전일 숙박소와 같은 대우호텔에 투숙하였다.
두쌍의 부부가 동행했는데 우리는 특별 배려라며 장백폭포가 환희 보이는 침실을 배정 받을 수 있었다.
다음날도 짙게 내린 구름 때문에 03:00시에 오르기로 한 계획은 또다시 수포로 돌아갔다.
다른 코스를 한군데 줄여서라도 천지만은 꼭 보고 가자는 의견과 쉽게 볼수 있는 곳이 아니니 계획대로 추진하자는 의견으로 나뉘었으나 기다리자는 쪽의 성화에 다른 의견은 묻혔고 천지에서 경비하는 자들과 가이드간의 잦은 교신을 바라보며 천지에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렸다.
상태가 많이 좋아지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무조건 올라가서 기다려도 그곳에서 기다리자는 쪽으로 의견의 일치를 보고 천지를 향하는 찦차에 올랐다.
어제보다는 나은 편이였으나 오늘도 나신(裸身)을 내보이기가 수줍어서 인지 정상은 짙게 깔린 구름 속에 온몸을 숨긴채 무겁게 침묵하고 있었다.
찦차는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기에 천지까지 다가가는데는 5분여 밖에 걸리지 않았다.
10여초씩 세 번씩이나 볼수 있었다며 만족해하며 하산하는 여행객을 뒤로하고 우리는 뛰었다.
역시 천지는 쉽게 우리를 맞아드리지 않았다.
지루하고 초조한 시간이 흘렀다. 정확히 오전 9시 15분이었다.
누군가 곁으로 슬며시 다가와 "걷힌다! 저기 보인다 보여"라고 말해줬지만 내게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기를 수차례, 파르스름한 윤곽이 저 밑에서 나타나더니 이내 환하게 내 눈 속을 파고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5천만 민족의 젖 줄기요 성산인 백두산 천지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용태(容態)를 멀리서 두 번씩이나 찾은 우리에게 맘껏 만끽하라고나 하는 듯 옷 추스름도 잊은 채 요리조리 멋들어진 포즈로 우리를 맞고 있었다.
'아아…이런 곳을 천상이라고 하는가 보구나…?'
나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어디 어느 구석을 봐도 절경이오 비경이었다.
수백길 낭떠리지 위인 줄도 잠시 잊은 채 신비스러운 절경을 카메라에 담기에 바빴다.
다음주 예고: 북한이 내려다보이는 경계선에서…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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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들에게 현금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