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교육대란에서 살아남기



막연한 바램은 이제 그만…

"도대체 말로만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뭐합니까? 입시제도는 하루가 다르게 정신없이 변화를 거듭하고있는데 대다수 학부모님들의 인식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중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을 상대로 '고등학교 선호도'조사를 끝마친 어느 고등학교 관계자의 푸념이다.
설문조사 결과 남학생자녀를 둔 학부모는 '전주고등학교' 여학생자녀를 둔 학부모는 '전주여자고등학교'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인원의 한계를 정하고 실시했던 조사인지라 어느 정도의 편파성이 포함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직도 많은 학부모들은 입시 현실보다는 과거의 명성이나 얼핏 들었던 말에 대부분의 정보를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니 전주지역 고등학교의 평준화가 실시된게 언제인데 아직도 전주고 타령인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전주고는 도내에서 손꼽히는 전통의 명문임은 확실하겠지만 현재는 전주고나 신흥고 등을 개인이 취향대로 골라서 갈 수 있는 현실이 아니지 않습니까. 내 자녀를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고 싶은 학부모님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막연한 바램보다는 현재를 정확하게 살펴보려는 관심이 더욱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일선에서 활동하고있는 관계자들조차 어지럽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교육제도가 잦은 변화를 거듭하고있음에도 지역내 학부모들의 인식은 좀처럼 바뀌고 있지 않은 현실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이런 말을 했다.
'자식을 기르는 부모야말로 미래를 돌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가슴속 깊이 새겨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대세만을 탓하기보다는 자녀의 현재와 미래를 꼼꼼히 배려해, 가지고 있는 소질을 최대한 살려줄 수 있는 '한 걸음 더 뒤를 내다보는 교육·맞춤식교육'이 학부모들에게 요구되고 있다.

당장 남들 따라 전주에 가지 못하면 어떻고, 인문계가 아닌 실업계로 가면 어떤가, 지금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최대한 잠재능력을 끌어올려 다가올 미래에 가지고있는 소질을 올바로 사용하게 하는 것이리라.

우리도 할 수 있다!

얼마전 지역내 인문계고등학교중 하나인 덕암고등학교에서 낭보를 전해왔다.
국내최고의 명문대인 서울대학교 수시 모집에 무려 3명의 학생이 한꺼번에 합격했다는 것이다.

물론 면접이라는 최종관문이 남아있기에 절반의 합격에 불과하지만 지역내 한 학교에서 3명의 서울대 수시 합격자를 낸 것은 근래에는 보기 드문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새로운 교육변혁에 따른 지역내 인문계고의 경쟁력 부분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준 하나의 사례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지역에서도 자신만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전주·익산권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이러한 사례는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반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다시피 이번의 수시 합격 사례가 마냥 장밋빛만은 아니다.
일단 3명의 수시 합격자가 배출되기는 했지만 이들 모두가 마지막 능선을 넘어설 것이라고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면접이라는 제도자체가 다양한 정보수집과 활용능력을 요구하고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지방보다는 수도권 학생들에게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3명의 학생 모두 채 2대1을 넘어서지 않는 경쟁률 속에 놓여져 있지만 서울대라는 곳이 경쟁자의 숫자로 당락을 가름할 수 있는 곳이 아닐뿐더러 일단 수시 합격을 할 정도면 나름대로는 다들 우수한 인재들이라고 볼수 있기 때문이다.

3명의 수시 합격자가 배출됨에 따라 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들까지 덩달아 바빠졌다.
개개인의 능력치를 떠나 명문대 면접 경험이 풍부한 도시권 교사들에 비해 우리지역 교사들은 아무래도 경험이라는 부분에서 딸릴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약간은 조급한 분위기가 풍겨나는 듯 하다.

하지만 지금 불어오는 변혁의 소용돌이가 시작이라는 것을 감안해 볼때 처음부터 상승기류를 탈수만 있다면 계속적으로 쌓여갈 경험 등과 함께 훨씬 나은 교육환경을 개척할 것이라는 데는 교육관계자들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덕암고에는 인재가 여학생밖에 없습니까? 서울대학교 수시 모집에 합격한 3명이 모두 여학생들이네요?"

"어디 인재가 여학생들밖에 없겠습니까만은 우리지역 학부모들의 정서상 아무래도 남학생보다는 여학생들이 지역에 남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성적이 되든 안되든 턱걸이라도 가능하면 멀리 도시권으로 보내고 싶어하는게 학부모들의 욕심이고 여학생보다는 남학생들이 좀더 외지로 많이 나가게 되는 것이지요"

다소 뻔한 질문에 뻔한 대답이었지만 우리지역의 교육현실을 되돌아봤을 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내년에는 좀더 많은 학생들의 명문대 합격소식이 들려오고 더불어 남·여학생의 고른 비율(?)까지 더불어 기대해본다.

실업계선택, 충분한 경쟁력 있다

지난 회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과거 실업계고교가 담당했던 졸업후 바로 취업이라는 역할이 2년제대학·기능대학 등으로 넘어감에 따라 인문계 선호의식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비단 어느 한쪽의 풍경이 아닌 사회전체 적인 모습으로 우리지역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학생들 개개인의 다양성과 개성존중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대학을 졸업하면 지성인으로 취급받던 과거와 달리 일단 대학은 당연히 나왔다는 것에서부터 시작을 하게 되는 사회 전체적인 인식을 거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실업계 관계자들 역시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를 따라 무조건 인문계로만 가라는 말인가?
아니다. 미래는 전문인력의 시대라는 말도 있듯이 해당 분야에 대한 확실한 선택이 있으면 어떤 측면에서는 실업계가 더 나을 수도 있다.

실업계 자체 내에서도 변화하는 사회기류에 맞춰 과거의 획일화된 전공 고수가 아닌 신속다양한 과 개편을 거듭하고 있으며 학교전공과 연결된 선상에서 많은 학생들을 대학에 진학시키고 있다.

단순히 명문학벌을 꿈꾸지 않고 해당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를 원한다면 실업계 진학도 결코 나쁜 선택은 아니다.
무턱대고 실업계로 들어왔다가 분위기에 휩쓸려 입시준비에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닌 처음부터 전문직종 또는 해당학과를 목표에 두고 실업계를 선택해 상황에 따라 취업과 상급학교(대학) 진학을 저울질하는 지혜도 필요한 것이다.

뻔히 하위권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연하게 도시권학교를 고집하는 것과 우리지역학교에 남아 중·상위권에서 차분하게 경쟁을 시작하는 것, 어떤게 과연 자신에게 유리할까?
진학은 남들 따라 덩달아 사고 보는 한 장의 로또복권이 아닌 자신의 미래가 걸린 현실이다.

사회 전체적인 고학력실업자 양산사태에서도 보듯이 전주·익산지역의 도시권학교 진학만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는 것을 학부모와 학생은 깊이 명심해야할 것이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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