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습관적으로, 공부를 해야하는데 잠이 와서, 연인과의 데이트용으로, 밥 먹고 허전하니까, 손님접대용 등 용도도 가지각색이다.
비오는 날 창 밖을 바라보며 영화의 주인공처럼 우수에 젖어보고 싶다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한잔의 커피는 필수중의 필수일 것이다.
대중적인 높은 기호도 만큼이나 맛·향·질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천차만별이겠으나 그 중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꼽아보라면 기자는 주저 없이 '자판기커피'를 꼽겠다.
동전 몇 개만 있으면 마실 수 있는, 어찌 보면 가장 쉽고 가볍게 접할 수 있는 흔해빠진 커피일수도 있겠으나 그런 만큼 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마시기도 한다.
외국의 한 광고카피에 이런 문구가 있다.
'처음 뵙겠습니다, 고마워요, 힘내세요, 축하해요, 용서하세요… 순간의 짧은 말들 속에서 되살아나는 용기가, 사랑의 따뜻함이, 인간의 약한 모습이, 그리고 일생의 순간이 느껴진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다가 아니면 무엇인가에 집중하다가 자판기에서 꺼내 마시는 짧지만 자유로운 커피한잔의 여유.
이른 새벽 추운 날씨 속에서 발 동동 구르다 반가운 이를 만나 온정으로 데워먹는, 미지근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데워주는 자판기커피 한잔을 독자여러분들에게 권해본다. 오늘커피는 무료입니다.
우리지역의 '커피자판기'
음료수캔 등 완제품을 다루는 일반자판기와 달리 커피전용 자판기는 반드시 해당 관공서의 위생관리계 쪽에 영업신고를 해야한다.
기계 자체적으로 음료를 희석하고 제조해야하는 특성상 위생문제는 필수사항이겠고 때문에 커피에 공급되는 물 역시 철저한 관리·검사를 기본으로 한다.
일반 상수도는 상하수도과에서 확인만 받으면 되지만 지하수 같은 경우는 46개 항목에 걸친 꼼꼼한 수질검사를 필수적으로 받게되고 여기에서 불합격판정을 받으면 자판기설치는 불가능하다.
커피자판기에서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위생관리 상태이다.
이 부분에 대해 시청위생과 이봉재 담당자는 "가끔 뉴스나 신문지상 등에서 지저분한 자판기의 실태를 고발한 보도가 발견되고는 하는데 위생과 쪽에서는 매년마다 위생교육 및 점검을 철저하게 실시하고 있다"며 "우리지역에서 커피자판기를 이용하시는 분들께서는 그 부분만큼은 절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한때 지저분한 커피자판기를 신고하는 이에게 두둑한 포상금도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그런 경우가 발견되지 않는지라 금액자체가 많이 내려간 상태이다.
현재 우리지역에 신고된 커피자판기의 숫자는 정확히 260대로 한때 큰폭으로 가감(加減)을 보이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그다지 변동사항이 없다고 한다.
경기침체의 영향 탓인지 커피자판기를 이용하는 숫자도 많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되었다.
자판기판매영업을 하는 ㄱ씨에 따르면 "예전에는 경기가 안 좋을수록 값싼 커피자판기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요즘은 같이 안되고 있다"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밀집지역은 그나마 이익이 나고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기계 가격도 뽑기 힘든 실정으로 예년과 비교해 약 30%가량 매출이 감소된 상태다"고 말했다.
매출감소 때문인지 자판기가격도 400만원에서 280만원안팎으로 요 몇 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커피자판기'의 추억
군대를 막 전역한 직후에는 직업도 없던 관계로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것도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여자친구와 헤어질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항상 짤랑거리는 동전을 들고 다니며 자판기커피를 뽑아 공원벤치에서 먹고는 했지요. 지금 제 옆에서 아침밥을 해주는 사람이 그때 그 여자친구인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우리가 결혼까지 성공하게 된데에는 자판기커피의 힘도 컷던 것 같습니다.
- 박철수(29·회사원) -
회사에 막 입사한 시절 말수가 없고 무뚝뚝한 상사 한분이 계셨습니다. 친해지고 싶은 생각에 뭔가 재미있는 말을 붙이고싶은 마음이야 간절했지만 저 역시 숫기가 부족한편인지라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도 없었지요. 마침 같은 노선에서 출근버스를 타는 관계로 어색함도 떨쳐버릴 겸 옆에 있던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한잔씩 권했죠. 다행히 잘 드시더라고요. 한 다섯 번 정도 그랬을까…? 하루는 자판기에 막 동전을 넣으려는 찰나 언제 뽑았는지 그분이 먼저 커피를 권하더라구요. 환한 표정으로 말입니다. 지금요? 지금은 형제처럼 친한 사이랍니다.
- 이윤태(26·요촌동) -
커피자체는 무척 좋아하지만 싼게 비지떡이라고 왠지 자판기커피는 좀 찜찜해서 잘 안마셨습니다. 부자라서 그런게 아니라 돈이 좀 들어도 사람들을 만나면 꼭 커피숍을 이용했지요. 그러다 군 입대를 하게되었는데 훈련병 기간 내내 커피를 한잔도 못 먹으니까 정말 죽을맛이더군요. 자대 배치 후 야간에 첫 근무를 서게되었는데 근무를 마친 후 고참이 휴게실에 있는 자판기에서 커피한잔을 뽑아주더군요. 솔직히 자판기커피는 싫었지만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냥 마셨지요. 그런데 왠걸요. 이렇게 맛있다니…그 뒤로는 수시로 자판기를 이용했지요. 전역신고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에 제가 제일 처음 찾았던 것이 어떤건지 아십니까? 바로 자판기 커피였습니다. 하핫…
-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커피매니아 -
소문난 짠순이 우리 큰언니, 돈 아까워서 남자친구도 안 사귄다고 말할 정도이니 그렇게 아둥바둥 아껴서 도대체 뭘 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딸 부잣집인 우리집 공주(?)들은 한결같이 커피를 좋아합니다. 많이 마시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저 역시 밤늦게까지 집에서 공부할 때면 졸음을 쫓고자 커피를 마십니다. 그런데 공부에 집중해야 될때는 커피 타는 시간마저 아까울 때가 있습니다. 항상 언니들한테 타달라고 하기도 어렵구요. 그런 짠순이 큰언니가 유일하게 자주 사주는게 있습니다. 바로 자판기커피이지요. 그러던 어느날 큰언니가 퇴근길에 무엇인가를 사오는게 아니겠습니까? 이럴 수가…그것은 다름 아닌 가정용 커피자판기였습니다.
"우리 막내 공부해야하는데 커피 타는 시간 때문에 자꾸 집중력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며 사온 것이었습니다. 아… 밀려드는 감동의 물결, 통큰 우리 큰언니에게 다시는 짠순이라고 안 불러야겠습니다.
-요촌동 딸 부잣집에서 예비 고3이-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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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들에게 현금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