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교육대란에서 살아남기

'명문학교'의 정의

명문학교, 너무나도 흔하게 들어온 단어 같으면서도 구태여 정의를 내려보자면 이것만큼 모호한 말도 없을 것 같다.

명문학교란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성적이 우수한 학교?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 불량학생이 적은 모범적인 환경의 학교? 아니면 자금력이 좋아 교육시절이 잘되어있는 학교…?

정말 어려운 말이다.
어려운 난제(難題) 속으로 조금만 더 파고 들어가 보자.
기자는 며칠동안 일정한 숫자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잠시 설문조사를 해봤다.
하지만…이내 곧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각자가 말하는 명문학교도 천차만별이었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자신의 모교를 명문학교로 칭하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결국 객관적으로는 명문학교의 정의를 내리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일방적이지 않은 가운데 그나마 많은 이들이 꼽은 학교도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 수 역시 상대적으로 많을 뿐 전체에서 확률을 내기에는 너무나도 객관성이 부족해 보였다.

범위를 좁혀 우리지역으로 한정해 보면 어떨까?
10대나 20대로 들어가보면 덕암학원을 말하는 층이 제일 많았고 30·40대에서는 김제초등학교, 김제중학교, 김제고등학교, 김제여고 등 왕년의 김제자(?)가 붙는 학교들이 큰 차이 없는 오십보·백보의 경쟁을 벌였다.

40대 후반에서 50대로 들어가자 김제농고(현 자영고)를 명문으로 꼽는 이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본인은 자신의 모교를 명문으로 꼽으면서도 자녀를 어느 학교로 진학시키겠냐는 설문에는 타 학교를 언급하는 이들이 상당수였다는 것이다.

왜? 자신의 학교는 명문으로 말하면서도 그 명문에 자녀가 진학하는 것은 바라지는 않을까?
아마도 교육시설, 전체적인 성적 등 과거자신이 다닐 때의 교육 환경과 지금이 너무나도 달라진데서 기인한 부분이 많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렇다. 극히 예외의 경우도 있겠지만 명문은 시대에 따라 바뀌고 서로 역전될 수도 있다.
과거에 명문이었다고 그 명성만으로 언제까지나 지역을 대표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과연 현재의 우리지역 명문은 어디이고, 지금의 우리지역에 필요한 명문학교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지역의 미래와 함께 하는 명문

우수인재들의 전주·익산·군산 등 이른바 평준화지역 선호현상으로 인해 지역내 각 학교들의 성적이 도시권과 큰 격차를 보이고있는 현시점에서 많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바라는 명문의 모습이 있다.

성적 면에서 경쟁이 되는 학교, 지역의 인재를 잡아줄 수 있는 학교.
언제나 그렇듯이 신학기가 되면 각 학교마다 학생모집에 안간힘을 쓰고있는 현실에 비춰봤을 때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현재의 모범답안이 아닐까싶다.

아무리 거창한 포부와 교육이념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학생이 없으면 학교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고 빈 교실이 늘어날수록 해당학교의 힘은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지역에 남지 않고 타지로 진학을 결정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무조건적으로 탓할 수 만도 없다.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지역내 학교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한결같겠지만, 나 자신·내 자녀의 미래까지 생각해 봤을 때는 좀더 큰 도시가 낫다고 판단되면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 학교 관계자는 말한다.

"장기적으로 지역의 미래를 보았을 때는 우수한 인재들을 타지역에 뺏기지 않고 잡아둬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일단 학부모들부터가 이 학교에서 전주, 익산 등지로 얼마나 많은 졸업생이 진학을 했나하는 것을 살핍니다. 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이지요. 학생이 있으므로 해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학교입장에서 어떡해야 하겠습니까? 당연히 평준화지역 진학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금의 학부모들에게는 바로 이런 것이 명문의 모습입니다"

물론 모든 학교가 다 이런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전혀 다른 의견을 내놓은 학교들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위의 말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많은 지역민들, 특히 자녀의 진학을 앞둔 학부모들은 많은 면에서 공감 및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00%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겠지만 한 지역의 미래를 살펴보는 가장 좋은 방법중 하나는 그 곳의 교육환경과 수준이다.
어차피 지금의 사람들이 평생 지역을 이끌어갈 수는 없는지라 자라나는 새싹들에게는 언젠가는 지역발전이라는 배턴을 넘겨줘야 할 것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타지역에서 제대로 배우고 와서 지역발전에 힘쓸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 하실지도 모르지만 한창 민감한 사춘기 시절에 어느 곳에서 생활했느냐는 애향심측면에서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또한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게될 친구들의 사귐에 있어서도 우리지역과 타 지역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지극히 이론적일 수 밖에 없는 이런 부분에 맞춰 억지를 부리자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장래는 자신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지역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스스로를 희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좀더 열어야 한다.
큰 틀이야 비슷하겠지만 학교마다 추구하는 입장 차가 다르고 어느 정도는 최소한의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평준화지역탈락학생들의 수급 등이 겹쳐 서로의 발전에 큰 영향을 줄 경쟁부분에 있어서는 안이한 것이 사실이다.

학생모집·평균성적 등에서 서로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치열한 경쟁체제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학교가 있는가하면 과거의 명성에 기대어, 아니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을 탓하며 제자리에 머물러있는 학교도 분명히 있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의 정신으로 명문학교가 만들어지기는 힘들다. 정해진 최소한의 선만 무너뜨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 만이 그 속에서 명문학교도 만들어지고 동반발전이라는 최대의 효과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의 미래가 모여 전체의 미래가 만들어진다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 하에 지적역량과 애향심이 결집된 선의의 명문화전쟁이 벌어지기를 바래본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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