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교육대란에서 살아남기



왜 덕암학원인가…?

애교심(愛校心)의 정도를 떠나 누구든지 자신이 다녔던 모교가 내내 명문소리를 들으며 잘됐으면 하는 바램은 한결 같을 것이다.
글을 쓰고있는 기자 역시 똑같은 마음으로 재학 당시만 해도 지역 내에서는 가장 잘나간다는 자부심을 안고 있었으나 십수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안타깝게도 타학교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현시점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중·고교로는 덕암학원(덕암중, 덕암고)이 꼽히고 있다.
지난주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명문학교'의 정의라는 것은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틀리겠지만 학생들의 선호도, 경쟁률, 겉으로 보이는 성적 등을 종합했을 때는 단연 돋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덕암학원을 지역내 최고의 명문으로 꼽기에도 여러 가지로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다른 학교들보다 어느 정도 앞서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격차는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며 현재의 상대적인 위치에 올라선 것도 불과 십여년 안팎의 상황일 뿐이니까 말이다.

북중·북고로 불리던 시절 학교를 다녔었다는 백아무개(29 유통관리업)씨는 "일명 뺑뺑이배정으로 학교가 갈렸던 시절 불량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소문이 났을 뿐만 아니라 시내 권에서도 상대적으로 외딴곳에 위치하고 있었던 북중은 또래들 사이에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편이었다"며 "당시만해도 북중에 배정 받았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싫었었는데 현재는 가장 선호받고 있는 중학교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를 으쓱함과 함께 묘한 기분이 몰려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덕암학원을 '신흥명문'으로 평가하기도 하는데 명문이라는 이름의 모호한 논쟁을 떠나 타학교들보다 한걸음 앞서가고 있는 것 하나만큼은 부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학업성적과 거기에 따른 여러 긍정적인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학교와 학생들의 꾸준한 노력이 무엇보다도 밑바탕이 되었겠지만 여기에는 경쟁관계에 있는 타학교들의 상대적인 퇴보(?)도 결코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하나가 전체를 바꿀 수는 없는 것!

지난 십여년 안팎의 지역내 중·고교들을 살펴보면 앞으로 나아가기는 커녕 뒷걸음친 학교들이 대부분이라는 안타까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전국 각지에 수많은 지역인재들을 배출한 ㄱ고등학교는 인문계에서 종합고로의 탈바꿈을 시행한 뒤 과거의 명성을 더 이상 되찾지 못하고 있으며 한때 초등학교 졸업생들이 가장 선호했던 ㄱ중학교 역시 공립의 한계성을 방패막이로 삼은 채 추억 속의 명문으로 긴긴 겨울잠을 자고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러한 발언은 전체적인 농어촌지역의 전반전인 문제점을 우리지역이라는 테두리만으로 얽어버림과 동시에 좋지 못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노력하고있는 일부학교들을 감안하지 못한 성급한 단정일수도 있겠으나 그렇다고 정면으로 반박할만한 별다른 근거 역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도 그렇다고 뒤로도 가지 않은 채 제자리를 묵묵히 지키고있는 학교들도 있으나 이 역시 어떤 면에 서는 또 다른 의미의 퇴보일 것이다.

한 학교관계자에 따르면 "학생들의 평준화지역선호현상, 철저히 도시권중심으로 돌아갔던 교육계전반의 시스템 등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그렇다고 지역교육쇠퇴의 책임을 모두 그쪽으로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다행히 지방교육배려라는 테마가 전국적으로 부각되고있고 내신중심의 입시제도 등 여러 가지 사안들이 쏟아져 나오고있는 상황이니 만큼 지금이라도 변화의 소용돌이를 잘만 끌어들인다면 우리지역에 유리한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에 본지 256호의 1면에 실렸던 '타지 고교 지원자수 감소'라는 기사는 많은 면에서 반가운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타지 고교 지원자가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지역에 남았던 학생들이 늘었다는 것으로 평가 할수 있으며 비록 소폭에 불과하지만 내신제도강화라는 새로운 교육시책이 발표되고 지역 내에서 내 고장학교 보내기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시점과 맞물렸다는 부분에서 희망을 찾아볼 수 있겠다.

아무리 탐스러운 줄기와 열매를 가진 나무라 할지라도 한 그루만으로는 근처의 척박한 땅을 감당하기 어렵다.

서로 함께 뿌리를 내리고 같이 뻗어나갈 때 비로소 비옥한 땅과 우거진 수풀이 가능할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겠지만 하나가 전체를 바꾸는 것보다는 전체가 하나에 변화를 주는 것이 좀더 쉬울 것이다.


다음호 예고: '자영고'의 변화를 촉구한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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