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거짓말 마세요. 자영고가 무슨…"
한때는 자영고등학교 역시 명문이었다는 기자의 말에 일부의 학생들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친다.
표정이나 말투로 미루어볼 때 도저히 기자의 말을 믿을 태세가 아니다.
'하긴, 우리때 역시 지금과 크게 틀리지는 않았으니까'
기자 역시 중학교시절을 떠올려보니 눈앞의 학생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온다.
기자가 중학교 졸업반인 당시에도 자영고(전 김제농고)는 하위권 중에서도 하위권학생들이나 소위 공부를 포기한 급우들만 가는 곳이었고 그런 관계로 재학생들 역시 자신들이 자영고에 다닌다는 것을 썩 자랑스러워하지 않았다.
어찌보면 고만고만하다는 표현으로 대변되는 지역교육의 현실에서 왜 비단 자영고만이 공부 못하는 아이들의 집단도피처같이 인식되고 있을까…?
졸업생, 시민, 재학생, 현장관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영고의 현실과 미래를 되짚어보았다.
시설은 지역최고, 학업은 지역최하
"우리학교가 타학교와 비교해 학업적인 성취도에서 많이 떨어진다는 것은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학생들 자체까지 열등생으로 보는 것은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영고에서 진학지도를 담당하고있는 정치희 교사는 자영고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곳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고 있는 모습이었다.
"상투적인 말일지 모르지만 공부는 못해도 다른 부분에서 특출한 능력이 있으면 또 다른 면에서 그것을 살려줘야 할 필요가 있고, 무엇보다도 학교다운 분위기를 조성해가려고 모두들 노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치희 교사의 말처럼 학교의 존재이유는 공부만이 아니다.
더욱이 자영고는 실업계로 분류되는 만큼 어떤 면에서는 입시보다는 취업 그리고 실기능력향상이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현재 자영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땅 끝까지 떨어진 안 좋은 인식이다.
각종 장학금제도, 지역최고의 시설 등 충분히 내세우고 자랑할 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학업성취도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이 모든 것들은 대부분 무시당하고 있다.
그런만큼 웬만큼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아니면 자영고 진학을 꺼리고있는 것이 현실이고 이러한 사항들이 오랫동안 반복되고 쌓이다보니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뀌는 세월동안에도 학력수준은 좀처럼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졸업생중 한명인 최아무개(43)씨는 "과거 재학시절에는 다른 학교와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학력 미달자들이 마지막으로 오는 학교로 전락해버린 것같다"며 "이런 좋지 않은 이미지 때문에 졸업생들 역시 모교에 대한 자부심 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현실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불어닥치는 변화의 바람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 때문일까?
교육계전반에 변화의 기운이 불어닥치고 있는 가운데 자영고 역시도 조금씩 앞으로 도약하려는 의지를 외부에 표출하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스카이'가 있다.
일종의 스터디그룹인 '스카이'는 공부를 하려는 의지를 가진 아이들에게 동기부여와 함께 분위기조성을 통한 신장효과를 기대하고 지난 3월 처음 만들어졌다.
학업성적미달자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상당수의 교사들조차 어느 정도 포기한 상태인지라 어쩌다 공부 좀 하는 학생이 입학해도 결국은 같이 휩쓸려 버리는 경우가 빈번했던바 면학분위기조성이 첫 번째 목표였다.
정동춘(61) 교장의 전폭적인 지지아래 정치희 교사 등 일부 의욕 있는 관계자들에 의해 처음 시작된 '스카이'는 처음에는 11명으로 시작되었으나 후에는 다른 학생들까지 가세해 2배 이상으로 불어났으며 현재는 졸업반학생들이 빠져나가 15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6명의 교사가 무보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감독하고있는데 이런 노고를 아는 듯 학생들 역시도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분위기로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크지만 않지만 점차 안팎으로 변화에 따른 결과가 눈에 띄고 있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것이 신입생유치현황과 대학진학율.
모든 학교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지역내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있는 자영고 같은 경우는 특히나 더 신입생유치에서 많은 애로를 겪어왔다.
2003학년도에는 180명 정원에 그 절반도 되지 않는 76명이 지원을 했으며 그 다음해인 2004학년도에도 150명 정원에 68명으로 역시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내년도 신입생모집을 확정 지은 현재는 150명 정원에 140명이 지원을 하는 작은 기적(?)을 연출해냈다.
기회(?)의 학교 '자영고'
명문대를 제외한 대다수의 대학문턱이 턱없이 낮아진 현재의 상황에 비춰봤을 때 자영고는 어떤 면에서 입시에 아주 유리한 요소들이 많이 있다.
먼저 전체적인 학력이 낮기 때문에 조금만 열심히하면 내신등급을 유리하게 확보할 수 있고 실업계특별전형까지 충분히 활용한다면 오히려 웬만한 인문계고교보다 훨씬 낫다.
물론 이러한 특혜를 받으려면 본인의 노력이 상당수 수반되어야겠지만 말이다.
그 덕분인지 대학진학율에서는 요 몇 년간 꾸준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올해 역시 전북대 4명, 기타 4년제에 12명, 2년제 대학에 36명이 진학했으며 대폭 늘어난 신입생 지원현황에 비춰봤을 때 내년입시에서는 그 비율이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형평성문제 등을 들어 일부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터져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노력과 이미지제고를 통해 이런 목소리를 줄여나가는 것도 앞으로 자영고가 해야할 몫이리라.
공부외적인 면으로 다시 돌아가보면 자영고는 원래 우수한 환경 속에서 더욱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처럼 단순히 농사, 축산 등으로 한정되어있는 것이 아닌 새로운 농법, 웰빙(well being)바람에 맞춘 다양한 식품개발 등이 연구·교육되고있기 때문에 좋은 시설속에서 확실한 실습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영고 역시 지역교육의 입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있는 것은 사실인바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분명히 변하고있는 자영고의 앞으로를 지켜보도록 하자.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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