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사회 전반적인 불경기가 장기간 지속되는 요즘,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심기가 불편하고 신경이 곤두서있기 마련이다.

그로인해 구수하고 넉넉했던 우리네 인심도 사라지고, 마음의 여유를 잃고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요즘 같은 시기에 본인에게 이익이 없는 일 임에도 불구하고 인정을 베풀어 주위의 훈훈한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이가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택시경력 25년의 개인택시 기사 신용욱(50.신풍동)씨가 그 주인공.

제보에 의하면, 지난 14일 저녁 금만사거리 시내에서 황산면 소재지 부근에 거주하는 김모 할머니를 가까운 거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집까지 모셔다 드렸다는 것이다.

물론 택시비는 받지 않았으며, 김모 할머니는 한사코 거절하는 신씨에게 겨우 연락처를 받아내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은 나머지 신문사에 제보를 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에 신씨는 그날 날씨가 무척 쌀쌀했고, 양손에 짐을 든 체, 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를 보니 괜히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돈은 받지 않을 테니 그냥 타세요. 제가 못미더우시면 안타셔도 됩니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신씨는 이어 "어차피 태워드리고 싶어서 그렇게 한 것뿐인데, 이게 무슨 신문에 날 일 입니까"하고 쑥쓰러워 하며, "뭐,내가 바쁘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인걸요"라며 소탈하게 말했다.

요즘같은 불경기, 각박해져가는 생활속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사례다.
또한 신씨는 영업중에도 몸이 불편해 보이거나 하는 노인들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브레이크가 밟아진다고 한다.

특히 날씨가 춥거나 좋지않을 때는 더욱 그렇다며 그의 선한 천성을 내보였다.

허나 이런 신씨의 순수한 마음이 모두 선행으로 이어진 것만은 아니다.
웃지못할 해프닝도 많았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과거 80년대 백양사까지 손님을 모셔다 드리고 오던 도중, 순창복흥 부근에서 몸이 불편해 보이는 아주머니들이 힘겹게 걸어가고 있는 것을 보게된 신씨는, 어차피 공차인데다 방향도 같아서 가는 곳까지만 태워 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가던도중 중앙선을 침범한 상대편 차를 피하려다 신씨의 차가 도로옆 농수로에 빠지는 뜻밖의 사고가 나버렸던 것이다.

특별히 다친 사람도 없고 차도 부서지지 않은 가벼운 사고였지만, 이 사고로 신씨는 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를 받게 되고 돈을 받지 않고 차를 태운것이 이상하다며, 1주일간 금고를 선고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고보다 더 마음 아팠던 것은 당시 차에 탔던 아주머니들이 변호해 주기는 커녕 '멀쩡해 보이는 데도 오히려 진단서를 들고 왔더라'고 씁쓸한 기억을 회상했다.

한편, 신씨는 요사이 택시 불황을 호소하며, "예년 같지않은 급격한 불경기로 손님을 좀처럼 모시기가 힘들고, 하루하루 연료비가 부담될 정도여서 영업하기가 곤란하다. 이러다 우리네 지역인심이 야박해 질까 걱정 된다"고 요즘 처해있는 불경기를 한탄했다.

또한 하루빨리 경기가 회복되어 지역경제가 원활해 져서 시민 모두가 웃는 얼굴로 인사 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아 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박종혁  pjh@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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