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20부작] 지역교육을 말한다!


얼굴이 잘생겨서 얼짱, 노래를 잘 불러서 노래짱, 인기가 좋아서 인기짱 등 언제부터인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짱이라는 말이 하나의 공식화된 단어처럼 널리 통용되고 있다.

기성세대들로 총칭되어지는(그들의 입장에서) 성인들은 이 지극히 짧은 한글자의 단어 속에서 그들을 이해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 대한 괴리감은 더 깊어만 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요즘은 되려 짱이라는 말을 예전처럼 자주 들을 수가 없다.
유행처럼 번지던 한때의 시류를 지나 이제는 그들의 생활 깊숙이 당연하다는 듯 자리를 잡고있기 때문이다.
짱은 어느덧 이제 그들만의 문화코드가 되어 있다.

짱이란…?

도대체 짱이란 말의 정확한 뜻은 무엇이고, 어떻게 정착하게 되었는가?

일시적인 유행의 바람을 타고와 이제는 완전한 문화코드로 정착되어버린 짱이라는 말을 정확히 분석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청소년들의 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고, 더불어 의도적인 만든 것이 아닌 지극히 자연스러운 기류를 타고 발생하게 된 장기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짱이라는 말이 현재의 청소년 언어로 굳어지기 전에도 이 같은 말들은 종종 사용되고는 했었다.
일본만화나 소설 등을 읽다보면 메구미짱, 신짱, 하루코짱 등 등장인물들의 이름 뒤에 짱이라는 호칭이 붙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아니 좀더 쉽게 접근해보자면 최초의 한류열풍을 주도했던 스타중 한명인 보아의 이름 뒤에 따라다니던 보아짱을 생각해보면 될 것이다.

짱은 무슨 무슨씨 하는 것처럼 이름 뒤에 붙이는 일종의 호칭이다.
서로에 대한 친밀감을 나타낼 때 많이 쓰이는데 주로 여자아이들끼리 서로를 호칭할때 자주 사용하는 편이지만 남자들도 얼마든지 쓸 수 있다. 남자들 같은 경우는 주로 윗사람이 손아래 남자를 부를 때 쓴다.

친밀감이나 귀염성 있는 이미지를 내포하고있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에게 많이 붙는 편이며 성인들 같은 경우는 연인사이에 사랑의 호칭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반면 우리나라같은 경우는 좀 다른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
우리 청소년들 사이에서의 짱은 최고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장(長)'의 된 발음에서 나왔다고 보는 이야기가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장점, 장손, 사장 등에 보이는 바로 그 '장'자 이다.

장이 강한 의미의 된소리화가 되서 짱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가지고있는 뜻이야 어쨌든 짱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기까지는 발음적인 부분에서나마 일본의 호칭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짐작하기도 한다.

그들의 사랑, 그들의 문화

요즘의 청소년들이 많이 읽는 소설을 뒤적이다보면 짱이라는 단어에 좀더 접근할 수 있다.
일단 그들은 재미있는 소설을 원한다.

구태여 지금의 청소년들을 거론하지 않아도 이것하나 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사항중 하나일 것이다.
한국문학전집, 세계명작선 등 이른바 밀러언셀러 작품들이 책상 앞에 빽빽이 꽂혀있다고는 하지만 수업의 연장선상에서 필요로 해서 읽는 것과, 자발적으로 자신이 좋아서 선택하는 것은 분명히 틀리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른바 만화책과 동급(?)의 수준으로 평가되고있는 무협, 판타지 그리고 하이틴소설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맞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소설들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고, 앞으로도 좀처럼 그 관심도가 퇴색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것이 있다면 이제는 그들은 과거처럼 단순히 독자의 입장에 머물지 않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가의 작품을 선택해서 읽기도 하고 심지어는 직접 쓰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선호하는 작가는 과거처럼 선생님소리를 듣는 그런 이들이 아니다.
착실한 맞춤법도, 깊은 문장 같은 것도 필요 없다. 아니 기피대상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난무하는 이모티콘, 뻥 뚫린 여백 등 어른들은 다소 이해하기 힘든(하나의 문학작품으로) 소설 등이 인기를 끌고있는데, 이런 작품을 쓰는 작가들 역시 그들과 같은 또래들이다.

중학생인 이아무개(15·신풍동)양은 "요즘 대다수의 친구들은 가수, 배우 그리고 작가에 이르기까지 나이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또래들을 선호하는 편이다"며 "어른들은 우습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우리들이 읽는 얇은 소설 속에는 사랑은 물론 현재의 고민과 슬픔 등 다양한 감정 등이 담겨져 있어 쉽게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시립도서관의 대출 순위를 봐도 '얼짱 그놈 퀸카 사로잡기' '하루만 사랑해' '왕따선생' '얼짱 그녀와 서열1위 그 녀석'등의 작품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있으며, 도서대여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다음호 예고: 그들만의 코드 '짱' (하)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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