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공감대를 향한 눈맞추기

대형할인점입점

그동안 학생들 자신들의 문제와 관심사에만 초점을 맞추던 것을 벗어나 이번에는 우리지역의 현안문제나 어른들의 영역까지 넘어와 그들과 얘기를 나눠보았다.

도대체 청소년들은 우리지역의 문제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는 것일까?

"너희들이 생각할 때 현재 우리지역에서 가장 큰 화제는 무엇인 것 같니?"

"음… 당연히 대형할인점 문제겠죠"

"맞아, 맞아. 우리집 근처에도 현수막되게 크게 붙은 것 같더라. 시위 행렬 지나가는 것도 봤고"

어찌 보면 물어보나 마나였다.
이미 대형할인점 문제는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공통점으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커다란 이슈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대형할인점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언제 처음 알았냐는 질문에는 '학교수업시간'과 '길거리 시위행진'을 꼽는 학생들이 제일 많았다.

이미 각 학교에서는 일반사회시간 등을 통해 지방의 재정자립도나 지방자치 등을 가르치면서 대형할인점 얘기를 종종 꺼냈었고, 일부에서는 토론까지 펼치며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할인점이 우리지역에 들어서게 될 경우 입게될 폐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는.

"일단 우리지역의 돈이 외부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나쁜 것 같습니다"

"대형할인점이 입점하게 되면 지역내 중소상인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학교의 영향 탓인지 아니면 관심보다는 교육(?)의 여파 탓인지 다소 상투적인 답변일색이었다.

기존 상인 분들도 반성할 점이…

대부분의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대로 또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대로 일관된 대답을 하는 가운데 친구들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반대의 의견을 꺼내는 학생들도 일부 있었다.

기자의 눈에는 이런 학생들이 되려 신선해 보였고 그들과 다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보았다.

"들리는 소문에는 극장 등 우리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편의시설 등이 생긴다던데 개인적으로는 호기심이 가기도 해요"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이 꼭 대형할인점이 생긴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나쁜 점만 파생될 것이라고는 생각 안해요. 그로 인해 발전하는 부분도 있고 모여드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지 않을까요?"

"마트를 운영하시는 분들 중 상당수는 전주 등 인근도시에 거주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있어요. 그분들이 한창 마트를 운영하면서 없어지게 된 일반 상점들 역시 한두개가 아닐텐데 이제 와서 더 큰 매장이 생긴다니까 흥분하시는 것은 솔직히 이해가 안가요"

"시민들이 죽는게 아니라 마트사장님들이 죽는 것은 아닐까요?"

학생들은 솔직하다.
몰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어른보다는 감정컨트롤이 안되기에 그런 것 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기사를 쓰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그런 순수하고도, 솔직한 의견에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기자가 원하는 것은 할인점과 지역경제의 상관관계 같은 것이 아닌 그 같은 사안들에 대한 우리지역 청소년들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할인점 입주여부를 떠나 기존 상인분들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들은 상당히 많았다.

"쉬는날 인근도시 등을 가보기도 하는데 그곳의 상점들은 친절도에서 우리지역과는 너무나도 다른 것 같아요. 그곳에서는 나이여하를 떠나 항상 손님들에게 존댓말을 쓰고 웃는 인상인데 이곳에서는 툭하면 반말에, 한참 고르다가 물건도 안 사고 나올려고 하면 따가운 눈총을 주기 일수에요"

"맞아, 맞아. 시내에 있는 대형문구점을 자주 가는 편인데요 그곳의 종업원 언니들은 정말이지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불친절한 것 같아요. 항상 찡그린 얼굴이고 심지어는 진열대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서 고개만 까닥거리는 모습이 어린 저희 눈으로 봐도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에요"

"가정집에서 음식을 시키면 숟가락과 젓가락은 의례 안가져다 주는 것이 관례라고 하구요. 한창 음식을 먹고있는데 그릇 찾으러 왔다고 소리를 지르질 않나, 바로 옆 건물 단골한테 배달가면서도 배달비 500원씩을 꼬박꼬박 따로 챙기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어쩌면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러한 불만을 은연중에 가지고있었고, 또 응당 김제니까라는 생각에 애써 그냥 넘겨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분명한 것은 우리지역의 청소년들 역시 현재의 대형할인점 입점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시시각각 변해갈 상황 속에서 청소년들의 시선은 어떻게 달라지고 변해갈지, 학교와 가정에서의 많은 대화가 요구된다 하겠다.
물론 어떠한 문제가 되었든간에 한쪽의 일방적인 생각을 그들에게 강요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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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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