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기운으로 정신지체 극복...佛法으로 "말·아·톤"
정상인도 소화 해내기 어려운 1시간분량 예불문 줄줄

최근 정신지체장애 및 자폐아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이들이 사회적으로 재조명되고, 각종 매체에서도 여러시각으로 그들을 사회로 이끌어내고 일반인과 친숙해 지도록 하기위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다.

또한 영화 "말아톤"과 현재 방영중인 KBS주말드라마 "부모님 전상서"는 자폐를 앓고 있는 정신지체 장애인이 비중있는 등장인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의 장애를 극복해 내는 눈물겨운 모습을 그대로 그려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감동을 주기도 했다.

현재 만경읍 화포리에 위치한 『성모암』(주지 종우·전통사찰 111호)에는 영화와 드라마의 등장인물들과 비슷한 장애증세를 가지고 있는 정신지체장애 2급 김태균(법명 현모), 허남근(법명 현근) 16살의 두남자 아이가 불가에 입문, 불도를 배우고 수행을 쌓아가고 있다고 하여 그 깨우침의 과정과 장애를 극복해가는 그들의 모습을 취재해 보았다.
- 편집자 주


"처음에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었고 눈을 떼지 못할만큼 신경이 쓰일 정도였지만, 지금은 제법 차분한 불자의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하던 처음 모습은 이제 완전히 없어졌고 약간의 의사소통도 가능해 졌고요. 이제 기본적인 생활은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계속적인 가르침과 성모암의 사찰기운이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 성모암 주지 종우스님


1년여 만에 '천수경' 줄줄, 닫혔던 말문 트여

오후 2시경 정신지체장애를 앓고있는 현모스님(본명 김태균·16)과 현근스님(본명 허남근·16)이 불공을 드린다는 시간에 맞추어 성모암을 찾았다.

사찰에 울려 퍼지는 목탁과 불경을 읊는 성조는 누가 들어도 상당시간 수행을 쌓아 온 승려들의 정형화된 능숙한 솜씨의 바로 그것이었다.

능숙한 손놀림의 목탁소리와 끊고 맺음이 확실한 어조로 예불문을 외워가며 불공을 드리는 승려의 모습이 그려졌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법당안을 조심스럽게 들여다 보았다.
잠시 의아한 생각도 들었지만 이들을 직접 본 기자는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일을 목격하였다.

불경을 외우고 있던 스님은 바로 정신지체장애 2급을 앓고 있다는 현모스님이었다.

불상을 뚫어져라 집중하고 있는 강한 눈빛, 힘있고 또박또박하게 외워가는 불경, 그리고 흔들림 없는 바른자세. 절대 정신지체 장애인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낯선 사람이 접근하자 불안한듯 약간은 주위를 두리번 거렸으나 다시 곧바로 불경을 외워갔다.

일반적인 정신지체장애(발달장애·자폐) 환자들은 몸을 가만히 놔두질 못하고, 대화는 물론 의사소통도 거의 불가능한 상태를 많이 보여왔다.

일반인들과 의사소통이 전혀 불가능한 이들에게 과연 이런한 교육이 가능하고, 또한 불법의 유입이 가능할까? 하던 의심과 궁금증이 한순간 없어져 버렸다.

성모암주지 종우 스님은 "현모는 지난해 6월중순, 현근이는 지난해 11월에 성모암에 오게 되었습니다. 시기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둘다 친부모에 의해서 똑같이 부산에서 오게 되었는데, 학교나 시설에서도 교육이나 수용이 불가능하여 부모들이 상당시간 많은 고민을 한 끝에 평소 성모암의 신도이던 부모들이 마지막으로 종교적인 희망(?)을 택한 것으로 안다"라며 정신장애우들이 성모암에 들어오게된 동기를 설명해 주었다.

당시 아이들은 주위 사람들과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않아 통제가 불가능 하였으며 '하늘을 향해 고함을 치는가 하면, 밤새 잠을 자지않는 등' 한치도 눈을 땔수 없을 만큼 돌발적이고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행동을 했다고 한다.

성모암의 스님들은 이들을 붙잡고 날마다 예불문(반야심경, 천수경)을 외우고 불공의식을 되풀이 하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계속해서 보여주며, 목탁을 손에 쥐어 주었다고 한다. 차츰 이들의 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했으며, 특히 현모 스님에게는 성모암에 들어온지 1년이 체 되지않은 지난 4월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정상인도 소화해내기 힘든 1시간분량의 예불 기도문인 '천수경'을 그것도 정확하게 줄줄 외우기 시작한 것이다.

불경은 물론 예불의식도 척척 해내기 시작했고 아침공양 부터 저녁예불인 사경(법문을 옮겨적는일)까지 일상적인 불교의식을 일반인과 다름없이 해내기 시작하였으며, 누군가 도와주어야만 했던 식사, 세안, 청소 등도 한가지씩 해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누구보다도 상태와 사정을 잘 알고, 부산에서 한달에 한두번씩 성모암을 찾아 아이들의 상태를 살피고 있는 이들의 친부모들은 정말로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몇번씩 놀라고 감사해 하며 "부처님의 자비 덕분이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한편 현모 스님은 지난 '5월8일(음4.1) 스님으로써 정식 수계'까지 받았다고 한다.


무자손천년향화지지 성모암

예불시간이 끝나고 현모,현근스님을 마주 대했다.

불경을 읊던 종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스님의 모습은 없고 군것질 꺼리를 찾는 옛띤 얼굴의 평범한 까까머리 소년들의 모습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주지스님은 "목탁을 놓고 법당을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장애아의 모습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이상한 톤으로 알수없는 소리를 중얼거리고 사람은 알아 보지만 묻는 말에만 짧게 대답하고,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말만 계속 반복하곤 합니다", "법당안에서 볼수있는 어엿한 승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이것도 처음에 비하면 굉장히 좋아진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부처님을 바라 볼때 만이라도 정상인 처럼 행동하는 것은 정신지체 장애인일 망정 반복된 수행을 통한 부처님의 자비를 깨달아 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라며 성모암의 풍수적인 위치와 기운이 큰 몫을 하고 있는것 같다고 덧 붙였다.

올해초 개봉하여 총관객 520만명을 동원하면서 감동으로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 영화 '말아톤'.

5살 지능의 20살 자폐증 청년이 달리기에 남다른 재능을 키워,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으로 자폐장애를 극복해 내며 정상인도 힘든 마라톤 완주에 성공한다는 감동적인 내용으로 세상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영화이다.

정신발달장애우들은 신체발육에 비해 정신발육이 떨어지지만 어떤 한가지에 집중하면 그분야에 대해서는 여느 일반인보다 더 강한 집중과 성과를 가져올수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완전한 정상인이라고는 할수 없지만, 현모, 현근 두 어린스님 역시 장애의 벽을 허물어 가고 있는 모습을 엿볼수 있었다. 이들이 확실히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아 볼 수 있었다.

손가락을 비틀고 꼬아대며 잠시도 한곳을 집중하지 못했던 이들이 예불의식을 척척 행하고 사람과 대화를 나눌때는 단정하게 손을 겹친다. 이제는 약간의 의사소통까지 가능하여, 성모암에서는 승려로서 완전한 식구대접을 받고 있는 듯 했다.

다만, 아직은 한정된 장소에서만 생활하고,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마음을 열고 자연스럽게 대하고 있지만, 점차 많은 사람들과 접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로부터 성모암은 풍수지리적으로 '음택의 자리'로서 최고의 명당으로 잘 알려져 있고, 효심이 지극한 진묵대사가 모친 성모님을 이곳으로 모셔 '자손이 끊긴 후에도 천년동안 제사를 지내줄 사람이 이어지는 명당'(無子孫千年香火之地)이라 하였으며, 이러한 명당의 자리에서 생활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아픈 곳이 낫는다는 정설이 전해 지고 있어 아직까지도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듯 주지 종우스님은 "명당에 위치한 사찰의 좋은 기운이 현모, 현근의 증세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신지체장애를 앓고있는 현모, 현근 스님 비록 아직은 불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행하기는 어려운 상태이지만, 마치 장애를 극복해가는 영화속의 주인공 처럼 끊없는 시도와 의지로 정신장애를 완전히 극복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박종혁  pjh@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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