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덕암중 1학년 윤지덕군
수술은 받았지만 말하는 법 몰라

선천적으로 청각장애를 안고 태어난 윤지덕군(13)이 뜻있는 이들의 온정으로 소리를 듣게 됐지만, 말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덕암중학교 1학년인 윤지덕군은 태어나면서부터 소리를 전혀듣지 못하는 청각장애를 안고 있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변변한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아들이 소리를 듣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게 부모에게는 더 할 수 없는 고통이었지만, 엄청난 수술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다행이 지덕이가 명랑하고 건강하게 자라줘 다행으로 여길 뿐 이었다. 유치원에 다닐 나이가 되면서 지덕이는 청각장애자 학교인 전주 선화학교에 입학했고, 이곳에서 글도 터득했다.

지덕이가 7살이되면서 학교에서는 수화교육을 시작하려했고, 지덕이의 아빠는 자신의 아들이 수화를 하며 살아야 한다는 걸 인정할 수가 없었다. 아들 몰래 목놓아 운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꼭 돈을 벌어 수술시켜서 아들에게 좋은 음악도 들려주고 싶고, '아빠'라고 부르는 소리도 듣고 싶었다.

아들의 초등학교 취학통지서를 받아들고, 주위의 만류도 뿌리친 채, 정상 아이들이 다니는 김제동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지덕이는 선생님의 입을 보며 눈치껏 학교과정을 따라갔고, 명랑한 성격탓에 친구들과도 사이가 좋았다.

지덕이가 5학년때 검산초등학교가 개교했고, 지덕이는 집과 가까운 검산초교로 전학을 하게 됐다.

장애를 안고도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지덕이의 모습은 주위에 귀감이 되었고, 검산초등학교 지역교육협위회를 중심으로 '지덕이의 잃어버린 소리를 찾아주자'는 열기가 번져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적극성을 보인 이는 협의회장을 맡고 있었던 임종기씨(41)로 모금운동과 함께 자신의 밭에 학부모들과 고구마를 심어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고구마를 가꾸면서 땀의 소중함도 알게되고 지덕이를 생각하는 시간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지덕이의 청각을 살리기 위해 연세대학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은 결과, 달팽이관 이식 수술만 하면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으며, 다행히 올해부터는 의료보험도 적용돼 수술비도 적게 들었다.

지난 4월 8일, 고구마 수익금과 김제로타리 성금, 지덕이 아빠가 모아둔 수술비로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비록 특수보청기에 의지해야 하지만, 지덕이가 소리에 반응을 보이자, 지덕이의 이빠와 할머니는 복받치는 설움과 함께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이제 더 이상 바랄게 없었고,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할 뿐 이었다.

그러나 예상밖의 새로운 난관이 찾아왔다. 소리만 들으면 될 줄 알았는데, 지덕이의 입이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한번도 말을 해보지 못한 지덕이가 소리만 들었다고 발성을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발성에 대한 교육을 별도로 받아야 하고 또다시 많은 비용이 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특수보청기 건전지 비용이 월 8만원인데다, 매월 교육비만 50만원씩인 발성교육을 3년간 받아야 하므로, 막노동을 하는 지덕이 아빠로서는 힘에 부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소리를 듣게 됐지만 말을 할 수 없는 지덕이는 처음듣는 소리들로 인해 세상이 시끄러운지 자꾸 보청기를 빼두고 다닌다.

이혼한 아빠와 할머니 슬하에서 외롭게 자라고 있는 지덕이가 하루빨리 소리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아빠~!'하고 부를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후원계좌:농협 541-01-267974 윤지덕)

홍성근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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