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인한 침수피해를 겪고 있는 농민들이 행정의 늑장대응과 안이한 자세를 지적하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백학양수장 부근 논은 대부분 2일에서 5일까지 침수피해를 겪은 곳으로 물이 빠지긴 했으나 많은 논의 벼이삭이 썩어들어가 수확량이 대폭 감소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 9일 기자가 동행해 10여개소의 벼를 확인해 본 결과 대부분의 논에서 출시시기에 올라와야 할 벼이삭이 썩어들어가거나 벼이삭을 싸고 있는 볏대속에 물이 차 있었으며, 벼의 뿌리까지 썩는 사례가 빈번했다. 게다가 고온이 유지되면서 날이 갈수록 썩어가는 정도가 심한 상태였다.

그러나 피해 추정 규모가 행정에서 예상하는 것과 농민들의 주장이 서로 다른데도 행정에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곳에서 벼농사를 하고 있는 농민에 따르면 "행정에 실태조사를 의뢰했으나 현장에 나오지 않았을 뿐더러 일주일이 지나도록 피해규모조차 산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피해액이 산출돼야 보상에 대한 대책도 세울 것 아니냐"고 목청을 높였다.

또 "행정에서 피해규모를 실제보다 줄여서 보고하려는 게 아니라면 현장에서 침수정도에 따라 벼들의 표본을 축출해 정확한 피해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행정은 일선 읍면동사무소와 산업과, 농업기술센터가 공동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서로 미루는 듯한 인상마저 풍기고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피해실태파악은 읍면동사무소에서 하고 있지만 전문지식이 부족하거나 인력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제대로 파악이 어렵고, 농업기술센터는 기술지원만을, 산업과는 이를 집계하고 있으나, 대략적인 피해규모산정 조차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산업과가 이러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동안 인근 정읍시는 침수면적이 김제보다 2110㏊가 넓은 8300㏊에 달하는데도 556억가량의 피해규모를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뜻하지 못한 재해로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신속한 실태파악과 적극적인 보상대책을 마련하는 선진행정이 요구된다.

홍성근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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