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나락 4필지 갈아 엎고 시가행진

정부의 안이한 피해 대책과 행정의 형식적인 대처에 분노한 수해 피해 농민들이 나락을 갈아엎고, 시청 집회에 이어 최규성 국회의원의 사무실 유리창을 부수는 등 강경시위를 벌였다.

지난 24일 오전 9시 김제농민회(회장 창배산) 회원들과 농민 300여명은 봉황동사거리 부근에 집결해 '쌀개방 반대 및 침수나락 피해보상 현실화 요구 투쟁 선포식'을 갖고 농업관련 단체장들의 발언을 들은 후 트렉터를 동원해 애써 가꾼 나락을 스스로 갈아엎었다.

이날 갈아 엎은 논은 정철근 농민회 부회장, 김태균 김제농협 이사, 전출배 농민회원, 김종구씨 등의 논으로 총 5천여평에 달해,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봉황동 사거리에서 김제역-경찰서-터미널로타리-구 사자탑사거리를 거쳐 시청까지 트렉터 60여대와 화물차 등을 동원해 시가행진을 벌였고 시청에서 집회 후 곽인희 시장과 안길보 시의회부의장으로부터 적극적인 협조 약속을 받고, 열린우리당 최규성 의원 사무실로 이동했다.

그러나 최의원 사무실 앞에는 2개중대 200여명의 경찰이 배치돼 농민들의 진입을 막았고, 최의원이 순창군 간담회에 갔다는 소식을 접한 농민들은 최의원을 규탄하면서, 트렉터에 싣고 온 나락을 최의원의 사무실에 던져 유리창 3~4장이 깨지는 사태를 빚었다.

농민들은 거리에서 "WTO출범 이후 농축산물 홍수로 10년사이 300만 농민이 농촌을 떠나고, 농가 빚은 산더미같이 늘어났다"면서 "자식같은 나락을 갈아 엎는 농민의 마음은 천심임을 바로 알아야 하고, 정부가 농민의 요구를 무시한다면 정부 또한 갈아 엎을 것이다"고 천명했다.

이들은 정부에 ▲김제지역을 특별 재해 지역으로 선포 ▲재해보상법 제정 ▲침관수 수해지역 나락 전량 수매 ▲농업기반공사의 농지구입자금 및 임차료의 원금과 이자 감면 ▲피해지역의 수확량 감소에 따른 특별소득보전 방안 강구 ▲농업기반공사와 국토관리청의 잘못된 하천 관계시설로 인해 확대된 상습침수에 대한 대책 ▲농경지 상습침수의 원인인 새만금 방조제공사 중단 등의 7대 사안을 요구했다.

또 김제시에는 ▲김제지역 재난지역 선포 및 재해보상법 개정을 위한 서명 실시 ▲재난지역 선포요구에 따르는 시의회의 특별 결의문 채택 ▲농가 창고에 대한 수해피해를 조사에 포함해 보상 ▲특별예산 확보로 피해농가 지원 ▲관계기관 공동의 재난관리재해대책본부 설치 운영 ▲농업예산을 총예산 대비 30%이상 확대 ▲수해 피해대처에 미흡한 관계기관장 징계 등을 요구했다.

최규성 의원에 대해서도 특별재해지역 선포와 하천제방공사의 문제점 해결, 쌀협상 국회비준 방어 등을 하지 못할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시위농민들은 시위 6시간만인 오후 3시 요구안들을 끝까지 관철시킬 것을 다짐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자진 해산했다.

시위를 마치고 김제농민회 창배산 회장은 "몇푼 더 받자고 피땀흘려 가꾼 논을 스스로 갈아 엎은 것이 아니다"면서 "재해보상법은 현실에 맞게 개정돼야 하고, 농민의 목숨줄인 쌀협상 국회비준을 막아내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홍성근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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