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남 (주부/옥산동)

어머니!

어머니의 정성으로 모든 곡식들이 영글어가는 가을이에요. 가을 햇볕이 너무 좋아서 우리는 나들이를 생각하는데 어머니께서는 지금도 밭에 나가 계시겠지요.

'마른 논에 물들어 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처럼 기분 좋은 것 없으시다'며 76세 연로하신 몸으로 밭으로 논으로 다니시면서 하나라도 더 싸주시려고 하시는 어머니. 이제 그만 농사일에서 은퇴해 편안하게 쉬셔야 하는데 손자, 손주들이 잘 자라는 것만 봐도 배부르시다는 우리 어머니.

작고 마른 체구이시지만 강하신 어머니, 농사를 그만 지으시라 해도 어머니는 "논은 니그들이 와서 모내기 해주고 탈곡해서 집에 있는 건조장 창고까지 넣어두고 가는 디 뭐 그리 힘드냐!" 하시고 "밭은 운동 삼아 다닌다"고 하시죠.

그런데 "올해 참깨도 들깨도 잘 되어서 터느라 어깨 빠진 줄 알았다"고 하시며 환하게 웃으셨죠.

탈곡 하는 날 논으로 나가면서 집에서 음식 준비 하는 며느리들에게 "감 딸 때 높은 곳 감부터 따그라" 하셨는데 올해는 집안에 있는 감도 밭두렁에 있는 감도 많이 열렸지요.

아침에 시숙님이 긴 대나무 끝을 두 쪽으로 쪼개서 작은 막대기를 끼운 장대를 들고 가지 사이에 넣어 잡고 뒤 틀었지요. 그런데 똑 소리와 함께 뚝하고 바닥으로 떨어졌지요. 그렇게 약간 금이 갔지만 단감이니까 하면서 몇 번을 실패 한 후 떨어뜨리지 않고 따게 되었지요. 따면서도 어머님께 고마운 마음이 소록소록 피어올랐어요.

며칠 전 과일을 팔러 다니는 차에서 사과, 단감과 홍시를 조금씩 샀는데 홍시는 잘못 샀는지 맛도 그렇고 시큼해서 그냥 버리게 되었어요. 사먹으면 덜 싱싱하면서도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어머님 집에 있는 감을 뚝 따서 스윽 닦아서 먹어도 달고 아삭하고 맛있고 꿀맛이었어요. 그래서 더욱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홀로 사시는 어머니께 잘해드리려 해도 어머니께서는 항상 저희에게 갑절로 베푸시지요. 저희가 배꼽만큼 한다면 어머닌 배만큼 갑절로 해 주신지요.

올해 탈곡한 것이 몇 가마니 덜 나왔다고 하신 어머니! 그러나 아낌없이 자식들에게 또 퍼주시겠지요 그러면서 "느그들이 잘 살면 되지야" 하시지요.

당신의 땀과 눈물이 고스라이 담겨 있는 것 먹을 때 마다 감사한 마음의 살이 포동포동 찌고 있어요.

어머니께서 손수 담그신 맛있는 된장에 시래기 삶은 것을 잘게 썰어서 쌀뜨물에 끓여 구수하게 먹으면서도 감사하고, 한 여름 뜨거운 태양아래 바삭 말려서 빻아준 고춧가루도 음식 할 때마다 감사하고, 쌀을 씻을 때도 감사드려요.

어머니! 어머닌 저와 인연이 특별해요. 저랑 같은 광산 김가지만 처음에 저를 맘에 안 들어 했잖아요. 막내아들은 잘 골라서 결혼 시키려고 했는데 어디서 키는 작고 이 사이는 벌어진 아가씨를 데리고 왔느냐 하셨지요? 그렇지만 마음 하나는 착하다고 막내아들이 저를 두둔했었지요?

어머니! 저 맘 착한 건 한결 같지요? 욕심 많은 것 죽어서 버리지만 착한 것은 타고 나는 것인 것 같아요. 저는 그때 어머니가 무척 제 맘에 들었어요. 참으로 강직한 분이시다는 것이 느껴졌거든요.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 며느리 4명중 막내인 제게 늘 잘해 주시는 어머니. 어머니의 절약하고 베푸시는 강직한 성품이 우리 아이들 조카들까지 산 교훈이 되어 하나같이 바르게 성장하여 좋은 배필 만나 결혼 하지요.

맘이 예쁜 어머니의 손녀딸도 할머니를 더 많이 챙겨요. 할머니 댁에 가면 큰 개가 있어 무섭다고 하면서도 꼭 따라 나서지요. 신토불이 음식을 좋아하는 딸아이는 할머니 영향을 참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모든 것 직접 가꾸셔서 바리바리 차안 가득 싸 주셔서 사먹는 건 별로 없어요. 그것으로 반찬을 만들어 주면 "엄마! 할머니가 키운 배추로 김치 담갔어? 진짜 맛있다! 고소하고 말이야" 하면서 맛있게 먹지요.

탈곡 끝내고 오후에 집으로 돌아올 때 "많이 사와서 돈 많이 섰써야" 하시며 똘똘 만 몇 만원을 억지로 집어 주시면서 "다음에는 사오지 마야"고 말씀하시지요.

다음 주 토요일날 또 갈께요. 좋은 것 못해 드리고 사소한 것만 챙겨 채워 놓으니 죄송해요. 가을 추수 끝나면 또 저희 집에 오셔요. 언제나 문이 열려 있답니다.

어머니! 사랑해요. 어머니 희생 사랑 잊지 않고 내 자녀에게도 그대로 할께요.

아침마다 아이들 학교 보낼 때 2층 창문에 서서 기도를 하며 하늘을 보아요. 그리고 까맣게 그을린 어머니 생각을 해요. 오늘 따라 구름이 파란 하늘에 그림을 그려 놓았으니 또 밭에 나가 계시겠지요.

어머니 항상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시면서 날마다 행복하세요.

어머니를 많이 사랑하는 막내며느리 올림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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