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윤 식 /
전 김제경실련 대표
(사)한국서예문화연구회 고문

우리고향의 역동적 기상은 오뉴월의 뜨거운 햇빛이 내리 쪼이는 푸르른 금만평야에서 찾아온다.

WTO의 거센 파고에도 조상 대대로 이어온 슬기가 논과 밭에 땀과 눈물로 가꾸어져 가며 치밀어 오르는 한(恨)들로 대지 위에 심어져 간다.

고향의 농촌은 짙어져 가는 녹음과 더불어 생존의 들판이 된다. 우리의 고향은 숱한 고난의 세월 속에서 자랐고, 찌들인 어려움에도 선인들은 정성어린 생명력으로 산야를 가꾸고 다듬어 왔다.

때문에 고향은 우리 모두의 것이며 따스하게 안기고 싶은 어머니의 품 같은 곳이기도 하다. 고향은 화려함은 없어도 소박함이 있고, 모든 이를 반겨 맞아주는 넉넉함이 있어 포근하고 부담 없이 편안한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고향은 소박한 정서에서 살며 침묵의 세월에 묻히며 아늑한 꿈을 키워준다.

우리는 싫든 좋든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가고있다. 그 도가 심해질수록 양극화현상이 깊어간다. 가진 자와 없는 자의 갈등은 물론이요, 도시와 농촌과의 격차는 더욱 심해져 도시집중의 현실은 이농현상으로 이어져간다.

우리는 소탈한 꿈을 키우면서 살아왔지만, 점점 그 꿈이 조금씩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닐까하고 마음을 졸이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의 어려운 삶의 터전과 멍들어버린 교육문화의 작위(作爲)가 혼미의 몸부림으로 변화시켰으며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현실적 벽에 부딪혀 버렸고 도시로의 행렬은 가진 자의 틈새에 끼어 들어 인간시장의 초만원 속에서 허둥대고 있다.

고향이 멍들어가고 한적한 공허의 빈터로 변해가고 있다. 어두움의 적막이 깔리면 사람들의 이동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동차의 행렬로 이어진다.

적지 않게 고달픈 하루의 생활을 마감하고 많은 사람들은 근교도시로 되돌아간다. 떠나보낸 고향은 가로등만이 어둡고 한적한 거리를 지켜준다.

그러나 날이 밝아지면 어김없이 고달픈 삶의 이야기로 하루가 시작된다. 모두의 가슴에 파고드는 개혁과 변화는 소망이요 기다림이었지만, 시간만 덧없이 흘러가고 있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지만 새롭게 거듭나는 개혁은 시간을 기다린다.

곤혹스러웠던 어제의 굴절된 일들을 청산하고 행동하는 양심의 시대가 열려야하며 그러기에 과거청산은 정의로운 미래의 청사진을 만들어 가는 전제가 되어야하고 공동체적 삶의 의식개혁이 있어야한다.

공동체적 삶의 의미는 너와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랑의 열린 고리이다.
사랑은 진실이요 정의이자 조화로움이며 공동체적 생활이기 때문에 실종되어 가는 고향의 뿌리는 가꾸고 다듬어 가는 사랑이라는 영양소 뿐이다.

사랑은 고향의 영원한 벗이다. 비록 오늘의 삶이 정신을 못 차리게 섭섭하게 하더라도 고향을 생각하는 뜨거운 가슴으로 문화김제의 틀을 짜 사랑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생은 허망한 꿈도 아니며 무의미한 연극도 아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상 무엇인가 보람있는 일을 해야하고 가치있는 유산을 남겨야한다.

쇠퇴해 가는 고향의 산천에 피와 눈물과 땀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위대한 일은 피와 눈물과 땀의 산물이다. 피는 용기의 심벌이요, 눈물은 정성의 상징이요, 땀은 근면의 심벌이다. 눈물을 흘려야할 때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동물의 차원으로 전락한다, 피를 흘려야할 때 흘리지 않으면 남의 노예가 된다. 땀을 흘려야될 때 땀을 흘리지 않으면 빈곤의 나락에 빠진다"

1940년 전시내각을 맡아 난국을 타개할 중책을 맡은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이 그 해 5월 13일 하원에서 행한 유명한 연설의 일부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적기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