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 랑
전 원평초등학교장, 현 김제여중 배움터지킴이


지난 해 스승의 날이었다.

그 날도 여느 때 와 마찬가지로 출근을 서둘렀다. 교문에서 마지 할 300여명의 귀엽고 사랑스런 해 맑은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교장선생님 안녕하세요!” 하면서 내 품안으로 달려오는 그 어린 천사들이 내 눈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아 그런데 아이들들 손에 카네이션이 들여 있지 않은가? 그 때서야 나는 오늘이 스승의 날이구나 그렇게 감을 잡았다. 등교지도를 마치고 교장실 문을 열려는 찰라 “교장선생님!” 하면서 몇 명의 아이들이 달려왔다.

“교장선생님, 어제요. 우리 엄마랑 함께 만든 카네이션이에요. 생님께 드리려고 가져왔어요!” 라면서 예쁜 고사리 손으로 카네에션을 달아주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고마운 손길인가? 정성스럽게 만든 꽃을 달아주는 그 사랑스런 마음이 참으로 고맙고 기특했다.

조금 있으니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예 들어오세요!” 그러고 기다렸는데 조그마한 여자 어린이가 예쁜 분홍색 편지봉투를 들고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왔다. “교장선생님, 제가요 스승의 날에 감사 편지를 썼거든요. 읽어 보시고요 꼭 답장 해 주세요.” 라면서 황급히 교장실 문을 나갔다.

세상에 입학 한지 석 달도 안 된 1학년 이슬이라는 꼬마가 나에게 편지를 쓰다니 너무도 기특하여 지금 기억하고 있다. 연필로 꾹꾹 눌러 쓴 “교장선생님 얼굴” 이라는 동시 체의 편지였다.

교장선생님이 웃으시면, 멋진 영화배우 같다.// 교장선생님이 웃으시면, 우리 학교가 환해지는 것 같다.// 교장선생님이 웃으시면, 하늘에 그름이 걷히고, 햇빛이 나서 환해지는 것 같다.// 나는, 교장선생님이 웃으시는 얼굴이, 참 좋다. 라는 글이었다.

나는 스승의 날을 그렇게 많이 보냈지만 지난 해 스승의 날처럼 값진 선물은 정말 처음이었다. 마음을 다한 그리고 정성어린 선물이야 말로 천금보다 귀한 선물을 스승의 날에 받았음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런데 금년 스승의 날에 학교가 쉰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왜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 서로를 못 믿는 불신의 시대의 산물이라서 정말 안타깝기 한이 없다.

스승의 날의 진정 고마움을 표하는 참다운 선물이야 말로 옛날부터 내려오는 훈훈한 인정에서 오는 미풍양속이 아닌가?

아아 지금도 지난 해 스승의 날의 받았던 그 고귀한 선물에 얽힌 감격을 내 평생 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한일랑  hanillang@hanmail.net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