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자/
만경여고 교사
호원대 겸임교수
시인


김제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입니다.

드넓은 갯벌에 단풍 든 칠면초가 깔려있는 풍경은 신화의 세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답니다.

저는 칠면초가 단풍 든 것을 '익었다'고 말하기를 좋아하는데, 가을이 되어 칠면초가 단풍이 들 때는 호포포구 근처의 논에 있는 벼들도 일제히 익어서 고개를 숙입니다.

좁다란 갯둑을 사이에 두고 노랗게 익어 고개를 숙인 벼와 그 자리에 선 채 온몸이 빨개지는 칠면초를 보면 전통결혼식을 올리고 있는 신부와 신랑 같아서 가을 하늘이 더욱 곱게 보입니다.

화포포구 갯벌에는 주로 칠면초가 많으나, 이와 비슷한 '나문재'와 '퉁퉁마디'라는 것들도 제법 많이 있습니다. 인터넷이나 관련 책자를 뒤져서 이것들을 서로 구분할 줄 아는 것도 참 좋은 공부입니다.

또 칠면초의 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 한방에서는 뿌리를 제회한 식물전체를 약재로 쓰는데 해열효과가 있답니다.

화포포구의 또 하나의 명물은 갈대밭입니다.

바닷물과 수십년간 친구로 살아온 갈대가 바닷물의 결을 다라 우겨져 있습니다. 갯둑에 서서 바다와 갈대밭이 그려놓은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가면 참 포근해집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 들어보셨지요? 이 속담에서 말하는 뱁새가 바로 '붉은머리 오목눈이'입니다. 개구지게 노는 짱둥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시간이 어느 새 훌쩍 흘러버립니다. 온몸에 진흙을 감탕질을 하고 두 지느러미로 갯벌 바닥을 아장아장 걷는 모습도 귀엽고, 지느러미를 날개 삼아 폴딱폴딱 뛰어가는 모습은 정말이지 웃음이 절로 난답니다. 가끔 가다가 위크도 하니 그때는 같이 살짝 윙크해 주는 것이 짱둥어에 대한 예의이겠지요?

이밖에도 집게발이 빨간 농게도 예쁘고 어른들이 '비양기'라고 부르는 뱀게(도둑게)도 있답니다.
화포포구에서는 고요할 줄 아는 사람만 자연을 친구로 사귈 수 있답니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