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홍 성 근


신균남 부시장이 김제를 떠나면서 이임인사를 대신해 시 공무원들에게 보낸 편지가 적잖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편지는 지난 16일 아침 시 전직원들에게 전자우편으로 발송됐고 발송 이틀 후인 지난 18일 도내 일간지는 이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으며, 어떤 신문은 1면머릿기사로 보도하는가하면 다른 신문은 사설로 다루기도 했다.

보도가 있은 날 오전, 신부시장은 일부 언론보도에 서운함을 나타내며 다시 두번째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첫 편지는 '부시장직을 떠나면서'라는 제목으로 "3년반동안 구내식당 밥만 축내게 하고, 틀린 글자 몇개 고친 일 외에는 아무런 한 일도 없이 떠나게 됐다"면서 "38년동안 공직자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왔는데 말년에 자존심이 휴지조각처럼 구겨지고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남게 됐다"고 떠나게 된 배경에 좋지 않은 일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또 "전생에 못된 왕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아 참수당한 선비였기 때문에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던 아내의 말이 생각난다"며 이건식 시장과의 불편한 관계를 짐작케 하면서 "갈등과 분열의 수렁에서 빠져나가는 것 같아 시원하기도 하지만 의리없는 자로 매도될까봐 두렵다"고 시청내 내부 갈등이 극심한 상태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이어 "떠날때는 말없이 떠나야 하는데 자존심을 짓밟은 자들에 대한 미움을 벗어놓고 떠나고 싶어 넋두리를 늘어놓았다"며 "김제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친절한 공무원이 돼 달라"고 당부한 후 "착한 사람은 자기를 미워하는 사람까지도 사랑하는 사람이다"라는 금언을 되새겼다.

이 같은 내용이 도청 기자실에 일제히 전해지자 언론에 따라 부단체장의 위상 악화라며 신부시장을 옹호하는가하면 아름다운 퇴장문화를 아쉬워하는 내용 등 언론의 반응도 다양했다.

이 같은 보도가 있자 신부시장은 당일 오전 '김제를 떠나면서'라는 제목의 2번째 편지를 통해 일부언론의 보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사람의 진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어서 오해를 받게되니 이런 사회에 살고 있는 자신이 불쌍하다"고 한탄한 후 "종무식과 시무식때 보내준 공무원들의 박수와 자식들의 믿음이 큰 힘이 된다"고 자위했다.

이어 "동료간에 미움을 털어 버리고 조건없이 사랑을 베푸는 것만이 김제시의 갈등을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이다"고 강조하고, 고려말 선승 나옹선사의 선시 '청산을 나를 보고'를 인용하고 편지를 맺었다.

고창출신인 신부시장은 지난 2003년 7월 1일자로 부임해 3년반이 넘는 기간동안 청렴과 원칙적인 일처리로 많은 시 공무원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왔다.

정년은 내년 6월이지만 올 6월에 공로연수를 들어가기 때문에 실제 정년은 5개월 남짓 남은 상태다. 그간 부시장에 대한 안팍의 평이 좋았고 퇴임을 앞둔 공무원의 예우차원에서 이번 부시장 교체는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신부시장 자신도 이러한 점에서 서운함이 많은 듯 하다.

그러나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이건식 시장이 이같은 결단을 내린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이시장은 "살림은 부시장에게 맡기고 자신은 예산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누차 밝힌 바 있다. 또 이시장이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사업들이 부시장 선에서 걸러지지 않고 대부분 결제가 됐다는 점이다.

백국장과의 불편한 관계도 중간에서 해소하려는 노력이 없었고, 게다가 민원인들도 모두 시장만을 찾으니 시장으로서는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판이었다. 부시장이 어느정도 역할을 해 줬어야 했다.

이시장 취임 이후 6개월이 지났으나, 공직사회는 여전히 복지부동 양상이고, 문제로 여기는 사업에 대한 자체감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외부감사에 따른 공무원들의 불만은 늘어가고 있었다.

또 이시장이 모든 업무를 지나치다시피 꼼꼼히 챙기는 탓에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도 생기게 마련이었다. 적당히 부하직원들을 믿고 시장은 지휘자로서의 본연의 업무를 했어야 하지만, 시장에겐 뒤를 받쳐줄 간부공무원이 마땅치 않았나 보다.

신부시장의 입장에서는 서운 할 수 있지만, 그동안에 쌓아온 신망과 존경을 감안하면 마지막편지의 내용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편지에서 밝혔던 "갈등과 분열의 수렁에서 빠져나가는 것 같아 시원하기도 하지만 의리없는 자로 매도될까봐 두렵다"는 입장보다는 '의리없는 자로 매도되더라도 갈등과 분열이 치유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요구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몸담았던 김제시청을 갈등과 분열의 수렁으로 외부에 보이게 했으며, 본의는 아니겠지만 '현 시장'을 '못된 왕'으로 연상케 한다면,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후배 공무원들은 그야말로 힘빠질 일이 아닌가?

신부시장이 인용한 선시처럼 '성냄도 벗어놓고 물처럼 바람처럼' 갈 수는 없었는지, 가버리면 그만이 아닌, 진정 김제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서...

홍성근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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