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80년대의 옛 정취를 머금은 듯한 향수를 풍기고있는 교무실에 들어서노라면 책상마다 빽빽하게 쌓여져있는 서류철과 업무에 집중하고있는 교사들의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처음 오는 방문객 같은 경우는 지나치게 학구적인 분위기에 부담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교무실의 분위기메이커인 오건수 학생부장과 송수희 국어담당교사가 언제나 같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여긴 뭐하러 오셨소?"

다소 시비조로 느껴질 정도로 퉁명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오건수 학생부장, 거침없는 태도에 사람에 따라서는 불쾌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지만 기실 그는 털털하고 넉넉한 성격으로 학교 내에 정평이 나있다.

방문객들의 직장 경영문제까지 염려할 정도로 자상한 면도 있다.

송수희 교사는 다소 썰렁한(?) 말로 방문객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느라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무표정하게 질문을 던지는 모습에 상대는 이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려하고 당황스러운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내색을 잘 안할뿐 따뜻하고 정감이 넘치는 성격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찌보면 이들 나름대로의 방문객에 대한 환영스타일인 것이다.

사춘기소녀들을 가르치는 곳인 만큼 이야깃거리도 많고 개성도 풍부한 '금성여자중학교(교장 심대우)'

반짝반짝 쉴새없이 빛나는 샛별무리 속으로 들어가 보자.

땅위에서 빛나는 한결같은 금성인

1964년 4월 개교한 금성여중은 지난 72년 제2대 교장 심대우 목사와 이사장 정현자 장로가 취임한 이래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이어져오고 있다.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풍조성과 독서지도를 통한 창의력개발을 중점사항으로 두고 올해까지 38회에 걸쳐 만여명이 넘는 지역내 인재들을 배출했다.

전체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의 성적도 자랑거리지만 진짜 금성여중의 자랑은 다른 곳에 있다.

좋은 도서관시설을 기반으로 한 집중 도서지도와 종교행사에 바탕을 둔 율동·찬양·드럼연주 팀이 바로 그것.

부드럽고 친화적인 성격으로 인해 학생들 사이에서 큰오빠 같은 선생님으로 통한다는 이덕로(45) 교감에 따르면 "공부도 공부지만 한창 민감해있는 성장기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자아계발과 인성교육은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 같다"며 "독서와 노래, 춤 등을 통한 다양한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긍정적인 가치관을 확립하는데도 큰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말했다.

타 학교에 비해 여교사들의 비율이 높은 금성여중에서 남교사들은 언제나 바쁘다.

특별히 정해진 일감이 더 많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기존의 업무에 남성들이 해야만 하는 일이 자꾸 겹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고행(?)이다.

특히 윤석기(42) 도덕교사와 방극남(39) 국어교사는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무척이나 높다.

학과지도외 교무부장과 도서담당으로 각각 활동하며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면서도 항상 친구처럼 아이들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방극남 교사는 말한다.

"사실 우리학교는 선생님도 그렇고 학생들도 그렇고 욕심이 많은 편입니다. 공부도 잘해야하고 운동도 잘해야하고 예체능에서도 질 수 없겠지요. 그런 여러 가지 욕심과 그것을 이루려는 마음이 쌓여서 오늘날의 지역명문 금성여중을 이루는 밑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유명무실 홈페이지

항상 바쁘게 돌아가는 업무 때문일까? 오프라인에서 보이는 모습과 달리 온라인상의 금성여중은 조금은 체계화가 되지 않은 느낌이다.

특히 학교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홈페이지(http://jb-gumsung.ms.kr)는 거의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한달이 훨씬 지난 공지사항(11일 현재)이 버젓이 메인화면에 떠있고 학교연혁란도 지난 2001년 2월에서 멈춰있다.

교내도서관을 비롯한 여러 메뉴들은 현재 공사중이거나 아예 창이 뜨지 않는 것들도 많고 그나마 글이 올라오고 있는 몇몇 게시판들에는 부업안내, 상품광고 등이 삭제되지 않은 채 버젓이 올려져있다.

지난 2월경까지 눈에 띄던 성인광고 글이 보이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일 정도이다.

한시민에 따르면 "해당단체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려면 응당 홈페이지를 접속하는 것이 일반화되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다른 곳도 아닌 신세대들의 집합체인 학교에서 이런 식으로 인터넷관리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아쉬운 일이다"고 말했다.

학생들과의 만남

이야기를 나눈 학생: 윤보람(신풍동), 이솔(신풍동), 송유미(선도부장·요촌동), 송은선(신풍동), 나다영(학생회장·요촌동) 이상 3학년

대화주제: 우리학교 자랑, 좋아하는 남자상

'귀엽고 깜찍한 몽실이' 윤보람: (보람이가 말문을 열기 전부터 친구들이 '몽실이래요. 몽실이' 해댔다. 이유인즉슨 가뜩이나 두발문제로 여학생들이 투덜거리고있는 입장에서 유독 보람이는 평균치보다도 5cm나 머리를 짧게 깎았기 때문이다.) 니들 왜 그래? -_-++내가 왜 몽시리얍! 우리 학교는 요 선배님들도 그렇고 저희 때도 그렇구요. 음악, 춤, 독서 등 예능적으로 위대한 학교에요. (순간 우∼하는 친구들의 장난기 섞인 야유가 터졌다^^;) 음…남자상은요, 불안정한 사업가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인이 나을 것 같아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이를 먹을수록 결혼은 왜 하나 싶어요. 아이문제도 직접 낳는 것도 좋지만 입양도 괜찮을 것 같고, 어렸을땐 안 그랬는데…

'물렀거라, 선도부장 나가신다!' 송유미: 그냥 저는요 제가 금성인이라는게 너무너무 좋아요. 예전에 친했던 언니들도 이곳출신이고 앞으로 졸업해서도 여기가 제 모교라는 것이 무척 자랑스러울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좀 이상한가봐요. 드라마 같은 것을 봐도 주인공보다는 악역이지만 능력 있고 자신감 넘쳐 보이는 배역의 남자가 좋더라고요. 그냥 남들한테 인정받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돈도 좀 있고^^;

'군산에서온 착한 전학생' 이솔: 선생님들은 너무 자상하시고 친구들도 너무 친근한 것 같아요. 솔직히 작년 2학기때 전학 와서 걱정도 많이 되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적응했답니다. 남자는 아직 생각해 본적 없어요. (순간 의아함과 황당함이 섞인 표정으로 친구들이 쳐다본다^^)

'독실한 크리스천' 송은선: 우리학교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 보살핌 속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무척이나 편안하고 언제나 든든한 느낌입니다. 제 짝이 되는 남자도 독실한 크리스천이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종교가 같아야 서로 유대감도 더 강해지겠지요? 그리고 남자스타일에 대해서는 뭐 소박해요. 술 담배 안하고, 키 크고, 성실하고, 마음씨 착하고, 얼굴 쫌 생기면 좋고 대충 이 정도^^; 두두둥!

'당당한 학생회장' 나다영: 제가 다녀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저희학교는 정말 학생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준다는 느낌을 받아요. 작년에 있었던 일본연수는 물론 계속해서 새로운 시스템과 메뉴를 개발해 질을 높이고 있는 것 같아요. 너무 꾸민 듯한 대답인가요? 하지만 사실이랍니다^_^ 아! 글구 몽시라! 아이는 웬만하면 직접 낳는게 좋지 않겠니? 아이를 낳지 않으면 여자의 의미가 없잖아. 태어나서 아이 한번 낳아보지 않는다면 남자랑 뭐가 틀리겠어.
그리고 뭐? 결혼을 안 한다고? 그 좋은걸 왜 안해?(^^설마 다영이는 결혼을 해봤단 말인가?)
좋아하는 남자상은 성실하고 믿음직하고 효심(?)이 지극한 남자면 좋겠어요. 외모는 상관없어요. (그런데 좋아하는 연예인은 원빈이었다 -_-;;쿨럭)

그외…여학생들 사이에서 엄청 인기폭팔중인 동방신기를 몰랐다가 졸지에 구세대취급을 받았다. 동방신기의 생일날, 날짜와 같은 번호를 가진 학생에게 선물을 몰아주는 유행까지 있다고 하니 그 인기가 가히 짐작이 간다. 하지만 이런 것을 잘 모르는 슬픈 구세대, 김…기…자 ㅜ.ㅠ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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